사람이 늘 완벽하게 살 순 없다.
본인이 아픈 것을 알아도 항상 먹던 것, 하던 것을 바로 끊지 못하고, 끊었다가도 슬금슬금 다시 손대기 시작하는 것처럼.
나는 심리학자가 아니기 때문에 정확한 심리적 용어로 표현할 길을 모르겠지만 이런 현상을 나는 "이 정도는 괜찮아"의 범위가 야금야금 늘어나는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오늘 아침 출근길,
어떤 분이 강아지를 산책시키며 목줄은 해놓고
정작 사람이 잡아야 하는 부분은 아예 잡지 않아 목줄 리드 부분이 바닥을 거침없이 쓸고 다니더랬다.
물론 사람이 거의 없는 새벽과 아침사이 6시 30분이었고
강아지도 큰 강아지가 아니었기 때문에 아마 저런 행동도 "새벽이라 아무도 없으니 이 정도는 괜찮아"에서 나온 행동이 아닐까 싶었다.
밤 9시 이후, 버스를 기다리던 어느 날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학생 두 명이 정류장 앞에서 탕후루를 다 먹고는 아무렇지 않게 휴지와 종이컵, 꼬지를 바닥에 버리는 광경을 보았다.
이 행동도 "이 정도는 괜찮아"에 속하는 행동일까
어디서부터 에티켓이고 어디서부터 암묵적인 허용의 범위 안에 있는 행동인지 의구심이 생길 때가 있다.
(솔직히 길거리 쓰레기 투기는 "이 정도는 괜찮아"의 범주를 넘어섰다고 생각하지만-...)
나의 다이어트 여정도 마찬가지였다.
열심히 식단조절하고 운동하고 빼본들
어느 정도 빼고 나면 "이 정도는 괜찮아" 병에 걸려서
야금야금 먹는 양이 늘다 보면 어느새 요요가 문 앞에서 나를 맞이하기 위해 대기 하고 있더랬다.
한결같은 절제라는 것은 정말 엄청난 노력이 필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나저나, 내 나이정도 되니 친구들이며 동료들이며 다들 이미 결혼하고 자녀를 낳고, 결혼을 준비하고 있는데
중학생 때 나에게 학폭을 가한 그 애들도 이제 엄마가 됐거나 엄마가 될 준비를 하거나 결혼을 준비하지 않을까 싶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친구들은 자신의 자녀들이 그런 경험을 겪는다고 하면 어떻게 나설까?
가끔 SNL이나 유튜브에서 일진이 되고 싶은 학폭쟁이들을 희화하 하는 영상이 나오면 무슨 생각을 할까?
본인의 과거를 어떻게 생각할까?
"이 정도는 괜찮아. 철없을 때 일이니까" 라며 넘기려나?
딱히 그들에 대한 분노나 앙금은 남아있지 않다 생각했는데
궁금할 정도로는 앙금이 남아있는 것 같기도 하다.
어쨌든 "이 정도는 괜찮아"라는 기준의 범위가 사람마다 다른 것도, 상대적인 범위를 가지고 있다 해서 그마저의 "괜찮은 정도"도,
세월이 흘러가면서 야금야금 늘어나는 것에 대해 의식의 흐름에 탑승하여 한번 생각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