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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냥이 Apr 26. 2024

상처투성이 낙과, 다시 시작


출근 준비를 서두르다가 약을 두고 나왔다. 아침약도 먹지 않고 나왔기에 회사 가는 길부터 도착할 때까지 미친 듯이 심장이 뛰고 좌불안석인 상태로 어떻게 일을 끝냈는지도 모르겠다.


집에 가기 위해 걷는 도중에도 몇 번이나 멈춰 서서 심장을 꾹 누르고 나를 진정시켰는지,

불안장애는 완치라는 게 있기는 할까?

매일 약을 먹을 때는 몰랐는데 하루 없이 살아보니 미친 듯이 뛰는 심장과 불 안 함 때문에 잠들기 전까지도 쿵쿵거리는 불안함과 함께했다.


무언가에 의존하는 삶은 싫은데, 약을 못 먹었다는 이유 하나로 이렇게 흔들리다니.

물론 8년 차 흔한 직장인 1인 나는 직장에서 이에 대한 티를 내거나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그러려고 이 악물고 노력하니까.


이러나저러나 성실하게 살거나 열심히 살아도 상대적으로 운이 나쁘거나 낮은 위치에 있는 사람은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평균 수준으로 가기란 참 어려운 일이다.


운이 나쁜 게 아니라 내가 너무 순응하고 겁을 먹었던 걸지도 모르고,

연봉 제안을 받으면서 한 번을 튕겨본 적이 없으니 멍청한 게 맞는 것 같기도 하다.


새롭게 시도하는 포지션에서는 조금 더 영리한 스타트를 하기로 다짐해 본다.

잘 될지도 모르고 나이 많은 신입이라고 진입조차 어려울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렇지만 실패한다 해도 적어도 납득은 가능할 것 같으니, 다시 일어나서 노력하고 노력하면 뭐든 남겠지.


열과 성을 다했던 나의 포지션의 구직 시장에서 안 팔리는 상처투성이 낙과 같은 느낌에서 벗어나니 약간의 자유가 느껴진다.


새로운 포지션에서는 신입이니까, 경력이 없으니까 라는 방패라도 있으니까 많이 상처받지는 않을 테다.

그렇게 믿고 5월 1일부터 시작되는 새로운 포지션 수업에 All-in 하자고 나 스스로를 다독인다.

 

약 잘 먹고, 잘 자고, 잘 먹고, 공부에 매진하며

4월 동안 이직을 시도하며 받았던 상처와 응어리에 치유를 해주는 시간을 가져보자.


하늘 한번 쳐다보고 다시 도약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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