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 준비를 서두르다가 약을 두고 나왔다. 아침약도 먹지 않고 나왔기에 회사 가는 길부터 도착할 때까지 미친 듯이 심장이 뛰고 좌불안석인 상태로 어떻게 일을 끝냈는지도 모르겠다.
집에 가기 위해 걷는 도중에도 몇 번이나 멈춰 서서 심장을 꾹 누르고 나를 진정시켰는지,
불안장애는 완치라는 게 있기는 할까?
매일 약을 먹을 때는 몰랐는데 하루 없이 살아보니 미친 듯이 뛰는 심장과 불 안 함 때문에 잠들기 전까지도 쿵쿵거리는 불안함과 함께했다.
무언가에 의존하는 삶은 싫은데, 약을 못 먹었다는 이유 하나로 이렇게 흔들리다니.
물론 8년 차 흔한 직장인 1인 나는 직장에서 이에 대한 티를 내거나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그러려고 이 악물고 노력하니까.
이러나저러나 성실하게 살거나 열심히 살아도 상대적으로 운이 나쁘거나 낮은 위치에 있는 사람은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평균 수준으로 가기란 참 어려운 일이다.
운이 나쁜 게 아니라 내가 너무 순응하고 겁을 먹었던 걸지도 모르고,
연봉 제안을 받으면서 한 번을 튕겨본 적이 없으니 멍청한 게 맞는 것 같기도 하다.
새롭게 시도하는 포지션에서는 조금 더 영리한 스타트를 하기로 다짐해 본다.
잘 될지도 모르고 나이 많은 신입이라고 진입조차 어려울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렇지만 실패한다 해도 적어도 납득은 가능할 것 같으니, 다시 일어나서 노력하고 노력하면 뭐든 남겠지.
열과 성을 다했던 나의 포지션의 구직 시장에서 안 팔리는 상처투성이 낙과 같은 느낌에서 벗어나니 약간의 자유가 느껴진다.
새로운 포지션에서는 신입이니까, 경력이 없으니까 라는 방패라도 있으니까 많이 상처받지는 않을 테다.
그렇게 믿고 5월 1일부터 시작되는 새로운 포지션 수업에 All-in 하자고 나 스스로를 다독인다.
약 잘 먹고, 잘 자고, 잘 먹고, 공부에 매진하며
4월 동안 이직을 시도하며 받았던 상처와 응어리에 치유를 해주는 시간을 가져보자.
하늘 한번 쳐다보고 다시 도약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