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했던 물건의 의미 그리고 추억
내게 있어 남의 단 부분만 빨아먹고 범죄 행동에 대해 죄의식이 없는 기생충이나 벼룩 같은 가족이 아니라,
자립준비를 할 새도 없이 20살에 무작정 집을 나와 고생을 하게 만들던 가족이 아니라,
운명처럼 나에게 찾아와 가족이 된 내 어린 고양이.
5년도 채 함께하지 못하고 어린 너를 내 죄로 보내게 되었을 때 이후로 내 마음 안쪽 삶의 기대치는 판도라의 상자처럼 잠가놓았고 너에 대한 기억과 추억을 억지로 꾹꾹 눌러 담고 있다.
지금도 책임질 생명이 있고 남에게 폐 끼치지 않기 위해서 사는 날 까지는 아직 무너질 수 없기 때문에.
해가 지날수록 그 당시 정리하지 못한 너의 흔적이 남은 물건들을 정리할 시간이 다가오는데 가슴이 지끈거리고 죄책감이라는 바다에 빠져 익사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누군가는 그저 물건이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그 애의 흔적과 추억이 담긴 물건을 버리게 되면 내가 마치 너에 대한 마음마저 버린 거라고 여겨질까 봐, 누구도 모르고 누구도 잣대를 들이대지 않을 걸 알면서도 혼자 위축되며 죄를 지은 사람처럼 쿵쿵대는 가슴으로 혼잣말을 되뇐다.
‘이 물건을 버린다고 너를 잊은 게 아니야
너를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 게 아니야
네가 내 곁에 없어도 내 마음속에서 사랑은 매일 커져만가고 그 마음을 억누르느라 너무나 힘이 드는걸.‘
살짝 열린 판도라의 상자에서 새어 나온 고통과 상실감을 억누르기 위해 오늘도 약을 먹고 일에 몰두를 해야겠지.
내일은, 모레는 물건을 정리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