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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m Hana Aug 07. 2024

중독 what, why & how

중독의 정의, 원인과 해법

이 포스트에서는 세 가지를 한다   

    중독을 ‘현실 회피, 의식의 부재’로 정의한다.   

    삶의 충만함을 느끼지 못하는 ‘기능성 바이너리 우울’ 상태를 설명한다.   

    중독의 궁극적인 해법은 자신의 삶에 더 깊이 뿌리내리는 과정에 있다는 걸 설명한다.   


이 포스트는 읽기에 아주 쉽지는 않지만, 매우 중요하다. 


*‘유튜브 중독 탈출기’는 유튜브에 중독에서 벗어나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다. 시리즈 초반에 중독의 정의와 해법,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 필요한 기본기를 먼저 설명한다. 그리고 유튜브 중독 상태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내가 한 일들, 뭐가 통했고, 뭐가 잘 안됬는지, 구체적인 행동과 일지를 공유한다. 




이전 포스트에서 중독의 키워드는 ‘정신의 부재, 넋 나간 상태, 현실에서 동떨어진 상태’ 라는 이야기까지 했다. 


중독의 핵심은 현실 도피다. 

그러니까 자신의 삶, 자신이 사는 공간, 자기 몸에 부재(不在)하는 상태다. 

중요한 부분이라, 다른 표현으로 여러 번 설명하겠다.   

    부재 (absence) : 자신이 처한 현실, 자기 몸의 감각, 감정에서 의식이 떠난 상태.   

    회피 (avoidance) : 자기가 처한 상황을 외면하고, 몸이 느끼는 감각, 감정과 단절한 상태.   

    탐닉 (indulgence) : 현실에서 동떨어진 ‘특정한 상태’를 끊임없이 탐하는 것.   

그 특정한 상태는 마약에 취한 상태일 수도 있고, 술이나 담배에 취한 상태일 수도 있다. 쇼츠를 계속 보면서 어떤 흥분된 상태를 느낄 수 도 있고, 어떤 사람들은 현실과 동떨어진 사랑을 갈구하는 상태에 빠지기도 한다. 


중독된 느낌이 뭐든지 간에, 이 ‘특정한 상태’를 벗어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그래서 삶과 몸이 점점 피폐해 지는 것이 중독의 특징이다. 이 상태가 지속될 수록 삶 일반이 점점 안 좋아지는 하향곡선 (downward spiral)에 빠진다. 


알코올 중독을 생각해보자. 알코올에 중독된 사람들은 술에 취한 상태를 좋아한다. 술에 취해 보내는 시간이 점점 길어질 수록, 몸과 마음, 정신이 둔해지고, 일상 생활의 질이 점점 나빠진다. 그리고 더 나빠진 일상생활을 마주하기 두려워, 더욱 술에 의존하게 된다. 현실을 마주하기 두려운 마음이 점점 커지고, 중독 상태를 더 편안하고 안전하게 느낀다. 중독이 심해질 수록, 현실 사이에 놓인 벽이 두꺼워지고, 결국 이 벽을 뚫기 위해서는 바닥의 바닥까지 안 좋은 상태에 다다라야 한다. 바닥의 바닥까지 다다른 후에도 현실을 마주할 용기가 없는 사람은 중독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현실 회피, 의식의 부재’가 생활에 도움이 되는 유튜브 사용과 중독을 구별하는 기준이된다. 


예를 들어서 내가 생활에 필요한 정보, 욕실 거울에 낀 석회질 제거법을 유튜브로 검색한다고 해보자. 이해가 잘 되고, 따라하기 쉬운 비디오가 나올 때까지 많으면 두, 세개 찾아보고 시청을 멈출 것이다. 욕실 석회질 제거 영상을 몇 시간씩 계속 보지는 않는다. 나의 필요, 요구사항이 만족되면 시청을 멈춘다. 실생활에 필요한 영상들, 특정 앱 사용법이라든지, 자기계발, 돈 잘 버는 방법, 영상 편집 등등 나에게 필요한 정보를 찾아 볼 때는 유튜브를 한 주에 26시간씩 보게 되지는 않는다. 


화면이 너무 잘 잡힌 유튜브 채널이나, 시 낭송 클립, 예술, 음악 채널 등 감각적으로 자극이 되고 영감을 주는 영상들이 있다. 이런 채널들도 보다가 어느 정도 감각이 충만해지면 다른 주제로 전환하거나, 유튜브를 끄게 된다. 


그러니까 유튜브를 본다는 행위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그 행위를 하는 의도에 따라 다른 결과를 얻는다. 초보 유튜버가 자기 영상 편집에 참고하려고 다른 영상들을 시청할 때, 그 사람은 현실에서 도피하기 위해 유튜브를 보는 게 아니라, 배우고 활용하기 위해 영상을 본다. 


현실 도피성으로 유튜브를 볼 때, 몸에서 푹 꺼진 것 같은 상태에 빠져 비디오를 무한정 보게된다.   


그럼 사람들이 도피하려는 현실은 어떤걸까? 

삶에 만족감이나 충만함을 느끼지 못할 때, 이 텅 빈 느낌을 대체해 줄 중독성 활동을 하게 된다. 


내가 ‘기능성 바이너리 우울’이라고 부르는 삶의 상태가 있다. 

기능성 바이너리 우울 상태에서는 주로 하는 일이 딱 두 가지다. 직장에서 일하는 시간 외에는 현실 도피성 활동을 한다. 자기가 하는 일로 삶의 충만함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다. 


유튜브가 현실 도피처라고 치면, 아침에 회사 가면서 유튜브 보고, 회사에서 일하고, 저녁에 돌아오면서 유튜브 보고, 저녁 밥 먹고 다시 잠들 때까지 유튜브를 본다. 현실 도피성 활동이 게임이 되든, 시리즈 시청이 되든 별 상관 없다. 이 사람은 자신이 처한 현실을 직시하지 않으려는 동기가 가장 강하다. 


회사도 다니고, 경제적으로도 별 문제 없고, 사회 생활도 정상적으로 한다고 해도 이 사람은 사실 내적으로 우울하고 억눌려있다. 내면의 어떤 절망이 아직 더 파괴적인 형태로 나타나지 않은 것 뿐. 


삶에 만족감이나 충만함을 느끼지 못하는 상태, 

자기 인생의 주도권을 잃은 상태, 

정상적으로 기능하지만 사실 자기 자신은 삶에서 고립된 상태다. 


끓는 물에 개구리를 넣으면 바로 튀어나오지만, 물의 온도를 서서히 올리면 개구리가 냄비에서 서서히 죽는다는 이야기처럼, 기능성 바이너리 우울은 겉으로는 평온해 보여도, 내면적으로 서서히 죽어가는 상태다. 


삶의 충만함을 느낄 기회가 필요하다. 

살아 있음을, 자신을 움직이는 생명의 힘을 그 자체로 느끼는 경험. 

숲에서 비를 맞거나, 

격렬한 춤을 추거나, 

어떤 종류의 운동도 좋다. 

자신의 삶, 자기 몸에 오롯이 존재하는 경험이 필요하다. 


충만한 삶은 자기 몸의 감각, 감정, 욕구를 온전히 느낄 때 가능하다. 

이건 기능의 영역이 아니라, ‘얼마나 살아있는가’라는 질적인 경험이다. 

직접적인 삶의 경험이 부족할 때, 간접적인 자극으로 이를 매꾸려고 하게 된다. 

직접적인 삶의 경험은 통제되지 않는 날 것이다. 

정제되고, 문명화된 것이 아니라, 난잡하고, 아찔한 것. 

정신을 잃고, 통제력도 잃은 채로 완전히 압도되는경험. 

사회생활이나, 가능을 하는 데 필요한 뇌가 아니라, 느끼고, 즐기고, 본능과 직감을 따르는 뇌가 주도하는 상태다. 


중독은 이런 ‘직접적인 삶의 경험’에 대한 모방이다. 


사람들은 자신을 계속 기능하게 하는 통제력에서 해방되기를 갈구한다. 

타인을 깊이 느끼고, 다른 사람이 자신을 느끼기를 바란다. 자신이 좋아하는 부분이든, 부끄럽게 여기는 부분이든 스스로를 온전히 표현하고, 있는 그대로 보여지길 바란다. 또 자신의 생각이나, 기존 경험의 틀에서 벗어나는 경이로운 경험을 원한다. 


단순한 기능을 뛰어넘는 삶의 충만함을 느끼지 못할때, 기능성 바이너리 우울에 빠진다. 통제력을 잃고, 강렬함을 느끼고자 하는 욕구는 중독으로 표현된다. 타인을 느끼고, 다른 사람에게 느껴지고 싶은 기본적 욕구가 충족되지 않을 때, 드라마, 시리즈를 보면서 등장 인물들을 느끼고, 등장인물에 자신을 투영하게 된다. 


중독에서 벗어나는 길은 삶에 더 단단하게 뿌리내리는 것, 자신의 삶을 더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이다. 자신의 몸, 감정, 감각, 욕구, 현재 삶의 상황을 있는 그대로 오롯이 받아들이는 것이 중독에서 벗어나는 첫 단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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