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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준경 Sep 13. 2024

우리가 떠나온 그 나라의 이야기

그리고 나와 네 엄마가 석사를 졸업할 때쯤에 네가 동영상으로 알게 된 그 일이 일어나기 시작했단다. 우리 둘은 석사를 끝마치고 한국에 가서 같이 할 수 있는 일들을 이야기하면서 여름을 보내고 있었지. 처음 유튜브를 같이 작업하기 전에 네 엄마가 이야기한 것처럼 그 유튜브 채널을 통해서 단편 영화를 발표할 수 있도록 하자고 계획하며 작품의 컨셉을 같이 고민하고 있었지. 졸업식만 마치면 둘 다 한국으로 돌아갈 생각이었단다. 그러다가 뉴스 속보로 고국에서 일어난 일들을 듣고 깜짝 놀랐단다. 어떻게 우리나라에서 저런 일이 벌어지게 되었지. 그리고 우리는 돌아갈 곳을 잃어버리게 되었지.

한참 동안 그런 질문을 하며 살아야 했단다. 우리나라에서 어떻게 그런 일이 벌어지게 되었을까? 네가 보여준 동영상에 나열된 이유들로는 설명이 잘 되지 않는단다. 우리는 진실을 회피했었어. 냉정한 진실을 직면하고 그러면서도 서로가 따뜻하게 위로를 해주는 선택을 하지 않았어. 진실을 회피하고, 진실이 아닌 사실만으로 완성된 세계를 살기를 원했지. 그래서 누군가를 탓하기만 했었어. 그렇게 탓하기만 하면, 진실을 보지 않아도 되었으니까. 

우리는 그렇게 멍청한 사람들도 아니었고, 답답한 사람들도 아니었어. 다만 진실을 회피하면서 완성된 세계를 살고자 하는 욕망으로 가득 차 있었을 뿐이야. 진실을 인정하고 서로에게 그래도 괜찮다고 위로를 하는 것보단 누군가를 탓하는 게 훨씬 마음이 편했거든. 진실을 말하는 건 언제나 힘든 일이란다. 나도 위로를 전하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면서도 내 아버지에게 우리 집이 했던 닭갈비 가게는 대학가로 옮기지 않아서 망한 게 아니라고, 경쟁에서 도태된 거라고, 그래도 괜찮다고, 아버지 잘못이 아니라고, 말씀드리지는 못했어. 아버지는 통화할 때면 끝까지 자신의 가게가 망한 이유를 두고 삼촌들을 내심 원망하는 기색을 계속 내보이셨지.

내가 한국을 떠나왔을 때면 코로나가 끝난 후, 2022년에 시작되었던 보수 정권 시기가 아니었냐고? 또 AI챗봇에게 물어보았구나. 그런데, 애야. 그건 이 이야기를 하는 데 있어서 전혀 중요한 이야기가 아닌 것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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