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키를 기리며

by 김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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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아파트 단지에는 키키라는 얼룩무늬 고양이 한 마리가 살았다.


그 아이는 언제나 혼자 다니기를 좋아하고 조용히 지내기를 원하며 텅 빈 길거리를 배회하곤 했다.


내가 출근을 할 때나 퇴근을 할 때 혹은 집 밖을 나와 단지를 걸어 다닐 때 나는 그 아이와 자주 마주쳤다.


키키는 유독 나와 잘 통했다.


내가 말을 걸면 그 아이는 대답했고, 내가 간식을 주면 그 아이는 내게 고맙다며 소리를 내어 인사했다.


우리는 각자의 언어와 생김새, 주거지, 그리고 성격 등 모든 것이 같을 수 없고 완전히 다른 환경에서 살아가는 두 생명체들에 불과했지만, 나는 왜인지 모르게 그 아이의 눈에서 내 자신을 봤고 그 아이는 나의 눈에서 자기 자신을 본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날 역시도 나는 여느 때와 같이 아침을 보내고 집 밖을 나오는 길이었다.


매일 지나치던 뒷동의 아파트 단지를 걸어 내려갈 때쯤, 경비 아저씨께서 걸어가던 나를 불러 세우며 말씀하셨다.


"저... 어제 새벽에 고양이 한 마리가 저기 코너에서 차에 치여 죽었어요. 말씀은 드려야 할 것 같아서..."


나는 아저씨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부터 엄청난 속도로 요동치는 심장을 억제할 수가 없었다.


넋이 반쯤 나간 채로 나는 아저씨께 물었다.


"어떤... 고양이였는지 기억나세요, 아저씨? 그럼 그 아이는 지금 그대로 길거리에 있는 거예요...?"


아저씨는 정신없는 내 모습을 바라보며 걱정된 눈빛으로 내게 말씀하셨다.


"얼룩무늬 고양이였던 것 같은데... 아, 사체는 청소부 아저씨께서 아까 저기 뒷산에 묻어주시러 가시는 것 같더라고..."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나는 알겠다는 대답만 건넨 뒤, 황급히 몸을 돌려 아파트 단지를 빠져나왔다.


차마 그곳에 오래 서 있을 수 없었다.


그리고 나는 흔들리는 정신을 간신히 부여잡은 채 출근했다.


.


그렇게 하루가 다 지나고 늦은 저녁이 되어서야 나는 일을 마치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내가 걱정된 탓에 남자친구는 집 앞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를 보자, 나는 참아왔던 눈물이 와락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는 나를 말없이 안아주었다.


내가 따뜻한 그의 품에 서서히 녹아들수록, 나는 키키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지난밤, 홀로 외롭게 이 세상을 등졌을 그 아이의 모습을 말이다.


그리하여 그날 밤 나는 남자친구와 함께 뒷산을 올랐다.


그리고 나는 그 아이가 묻힌 작디작은 무덤 앞에 서서 눈을 감고 잠시 동안의 침묵을 지키며 마음속으로 짧은 편지를 써 내려갔다.


"네가 비춰줬던 그 미소가 내게 얼마나 큰 행복이었는지 이제는 그곳에서 알 수 있을까.

네가 건네줬던 그 사랑이 내게 얼마나 큰 감동이었는지 이제는 그곳에서 알 수 있을까.


내가 숨 쉬던 차가운 이 세상 속에서 너는 내게 한 줌의 불꽃처럼 뜨겁고 따스했던 기억이었음을.

내가 숨 쉬는 더러운 이 세상 속에서 너는 내게 한 끼의 식사처럼 생명을 불어넣는 존재이었음을.


너의 순간들을 함께 할 수 있었음에 감격을.

너의 마지막을 함께 할 수 있었음에 감사를.


부디, 그곳에서는 항상 따뜻하게 아프지 말고 지내렴.


나중에 우리 다시 만나면 그날 반갑게 인사하자, 키키야.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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