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와 함께 춤을

by 김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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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있잖아, 소박하지만 작은 꿈 하나가 생겼어."

그녀가 내게 말했다.


"꿈? 어떤 꿈?"

하고 내가 그녀에게 말했다.


우리는 데이트를 하며 그녀의 집 앞 카페 안에서 대화를 나누는 중이었다.


그녀는 평소 즐겨마시던 바닐라 라테를 시켰고, 나는 어김없이 뜨거운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있었다.


"너랑 한집에서 우리가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놓고 같이 춤을 추며 보내는 일상. 이게 내 꿈이야."

그녀는 내게 속삭이듯 말했다.


"엄청난 꿈인걸? 그리고 이 세상 그 어떤 꿈보다 가장 멋있다."

내가 말했다.


그러자 그녀는 피식 웃음을 지어 보이며 얼음잔에 담긴 바닐라 라테를 한 모금 들이켰다.


그녀가 커피를 들이키는 옆모습이 평소보다 더 아름답게 느껴졌다.


우리는 그렇게 잠시 침묵 속에서 서로를 바라보며 눈으로 대화를 이어나갔고 한동안의 정적은 서로의 거리를 더욱 밀접하게 끌어당겨주었다.


그리고 내가 이어진 침묵을 깨뜨리며 그녀에게 말했다.


"그 꿈 있잖아, 나도 방금 네 두 눈을 바라보면서 잠시 상상해 봤거든? 사실, 구체적인 집의 모양이나 구조, 가구, 분위기 같은 것들이 떠오르거나 하진 않았어. 단지 너와 함께 손을 맞잡고 춤을 추고 있는 장면 정도만 떠올랐거든. 그런데 말이야, 정말 행복하겠더라. 그곳이 어떤 곳이든 내가 너와 함께 할 수만 있는 곳이라면, 우리가 즐겨듣는 노래 한 곡을 틀어놓고 서로를 마주 보며 춤을 출 수 있는 곳이라면, 나는 그것 하나만으로도 벅차오르는 감정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아. 진심이야."


그녀의 동공이 미세하게 떨리는 것이 보였다.


"느껴져. 고마워."

하고 그녀는 떨리는 두 눈을 다잡으며 내게 말하는 듯 보였다.


나는 그녀의 떨리는 동공을 한동안 계속 바라보았다.


그러고 나서 내가 다시 물었다.


"그런데, 언제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거야? 물어봐도 돼?"


"매일. 같이 밥을 먹을 때, 같이 커피를 마실 때, 같이 길을 걸을 때, 같이 영화를 볼 때, 같이 전화를 할 때, 같이 음악을 들을 때를 포함해서 거의 모든 순간 그랬던 것 같아. 그런 감정을 느끼고 생각을 했을 때 특별한 순간들은 단 한 번도 없었어. 그냥 너와 둘이 일상을 즐기고 있던 그 순간순간들이 가져다주는 행복이 나는 너무 좋았어."


그녀는 덤덤히 나를 보고 말했다.


그 순간 나는 머리를 한 대 세게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왜냐하면 그제야 나는 그녀가 내게 말한 소박하지만 작은 꿈 하나의 의미를 아주 작게나마 깨닫고 만 것이다.


그녀의 꿈은 전혀 소박하고 작은 꿈이 아니었다.


그녀의 꿈은 가히 거대하면서도 위대한 꿈이었다.


그녀가 꾼 꿈의 크기는 자신의 인생을 내게 걸 만큼 확고하다는 나에 대한 엄청난 믿음과 확신의 크기였다.


그녀가 그 꿈속에서 꼭 맞잡은 나의 두 손은 죽음 앞에서도 의연히 나와 함께 손을 맞잡고 춤을 추리라는 강인한 의지의 세기였다.


그녀가 그 꿈 안에서 틀어놓은 노래 한 곡은 어떤 비바람과 폭풍이 몰려와도 흔들릴지언정 절대 꺾이지 않겠다는 우아한 선율의 멜로디였다.


그리고 우리가 그 꿈속에서 추었을 춤은 앞으로 우리에게 덮칠 세상의 파도에 몸부림쳐 맞서 싸우리라는 아름다운 한 쌍의 몸짓이었다.


나는 이 사실을 너무 뒤늦게 깨달았다는 사실에 그녀 앞에서 부끄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흔들렸던 그녀의 동공은 어느새 차분해진 상태였고, 되레 나의 두 동공이 격하게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그녀가 이상함을 눈치챘는지 내 손을 잡으며 말했다.


"갑자기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그때 나는 그녀로부터 손을 빼내어 그녀의 손을 다시금 감싸 쥐고 터져 나오려는 울음을 다그치며 그녀 앞에서 선포하듯 얘기했다.


"미안해, 이제야 깨달았어. 그 꿈, 내가 이뤄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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