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물어다 주는 파랑새

by 김진용


한파주의보가 내려졌던 지난주 화요일 나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 추위를 피하려 잠시 동네 서점을 들렸다.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면접을 보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평일 오후의 서점은 한적했고 몇몇의 직원들과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엄마들이 전부였다.


서점은 따뜻했다.


강한 겨울바람에 얼어있던 몸이 서서히 녹고 있음을 느꼈고 서점 내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던 은은한 재즈 피아노의 선율은 웅크리고 있던 내 몸을 서서히 펴주었다.


나는 잠시 서점을 둘러봤다.


정치, 경제, 문화, 종교, 만화, 에세이, 소설 등 각 분야별로 다양한 종류의 서적들이 진열되어 판매되고 있었다.


나는 눈에 띄는 책 몇 권을 펴보아 읽어보려 했지만 추위에 머리가 얼어버린 탓인지 집중을 할 수 없어 책을 덮었다.


그러고 나서 서점 내 마련된 빈 의자를 찾아가 앉았다.


노곤해진 온몸이 기댈 곳을 찾자 자연스레 힘이 풀리며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 깊은 낮잠에 빠져들었다.


.


그렇게 나는 그 자리에서 대략 한 시간 가량을 잠에 들어있었다.


어느새 서점 안은 아까 보였던 적은 수의 손님들도 모두 빠져나가고 더욱 조용해져 있었다.


곧이어 나는 정신을 차리고 집으로 돌아가려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내가 앉아있던 자리 바로 옆 의자 위에 작은 시집 한 편이 놓여있는 것을 발견했다.


내가 자고 있던 사이 옆자리에 머물다 떠난 누군가가 놓고 간 듯 보였다.


그냥 지나칠까도 생각했지만, 왜인지 모르게 나는 다시 자리에 앉아 그 시집을 건져올려 내 품 안으로 끌어들였다.


아무런 그림도 없이 새하얀 표지 위에 담백한 글씨 몇 자가 제목으로 적혀있는 시집이었다.


시집의 제목은 <행복을 물어다 주는 파랑새>였고, 아무래도 책 속에 적힌 수많은 시들 중 가장 대표작을 제목으로 걸어놓은 듯했다.


나는 아무 생각 없이 목차를 펴 자연스레 <행복을 물어다 주는 파랑새>가 있는 페이지를 찾았다.


작자 미상의 한 페이지 밖에 되지 않는 짧은 시 한 편이 적혀있었다.


나는 자세를 고쳐앉고 한 문장씩 천천히 시를 읽어 내려갔다.



<행복을 물어다 주는 파랑새>


행복을 물어다 주는 파랑새 한 마리를 아십니까.

당신은 행복을 물어다 주는 파랑새 한 마리를 아십니까.

눈에 띄지 않아도 푸른 물결처럼 날개를 펄럭이는 파랑새 한 마리를 아십니까.


매일 아침 파랑새 한 마리가 지저귀며 내게 묻습니다.

당신은 어디를 향해 그렇게 바삐 걸어가시느냐고.


매일 저녁 파랑새 한 마리가 웅크리며 내게 묻습니다.

당신은 무엇을 원해 그렇게 홀로 살아가시느냐고.


매일 새벽 파랑새 한 마리가 날아가며 내게 묻습니다.

당신은 누구를 위해 그렇게 깊이 헤엄치시느냐고.




그때, 휴대폰 진동이 울리며 아내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퇴근 후 돌아오는 길에 같이 장을 보고 들어가자는 간단한 연락이었다.


나는 알았다며 대답을 한 뒤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문득, 방금 전 읽었던 시 한 편을 떠올리며 휴대폰 화면 속 고스란히 담겨있는 단발머리의 그녀를 잠시 바라봤다.


파랑색 니트를 입고 맑고 커다란 두 눈과 부드럽지만 정갈한 단발머리를 한 그녀가 나를 향해 포근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나는 시집을 덮고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를 데리러 서점을 빠져나왔다.


한파주의보가 내려졌던 지난주 화요일,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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