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직 이즈 아워 라이프

by 김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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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와 나는 다르지만 같은 취향을 가졌다.


음악을 듣고, 음악을 찾고, 음악을 공유하는 것이다.


우리는 카페 구석자리에 앉아 대화를 하고 있었다.


"나는 베이스 음을 좋아하는 것 같아."

그녀가 내게 말했다.


"베이스, 좋지. 템포는?"

내가 그녀에게 물었다.


"음,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적당한 템포?"


"예를 들면 어떤 곡이 있을까?"


그녀는 나의 물음에 잠시 생각을 하는 듯 보였다.


그녀는 내 두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침묵을 유지하다 곧이어 입을 열었다.


"라운지 음악이라고 하면 알려나?"


"라운지 음악이면... 가사 없이 멜로디만 있는 그런 음악을 말하는 건가?"


"가사는 있는 곡도 있고, 없는 곡도 있어. 그런데 아마 딱 들으면 알 거야. 자, 이거 들어봐."

라고 말하며, 그녀는 내게 자신의 휴대폰에 이어폰을 꼽아 한 쪽을 내게 건넸다.


심장을 두드리는 듯한 묵직한 베이스 음들 사이로 시원하면서도 느긋한 색소폰 사운드가 이어폰 너머로 더해져 흘러나오고 있었다.


"좋다. 정말 딱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적당한 템포네."

내가 말했다.


그러자 그녀는 말없이 눈웃음을 지어 보이며 내게 조금 더 가까이 와 앉았다.


나는 그녀가 들려주는 곡을 들으면서 그녀에게 들려주고 싶은 다음 곡을 생각하다 문득 떠오른 생각을 그녀에게 전달했다.


"방금 막 떠오른 건데, 우리는 음악만으로도 밤새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아."


그러자 그녀는 기다렸다는 듯 미소를 띠고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내게 말했다.


"너도 느꼈구나, 나도 똑같이 느꼈는데. 나 사실 이렇게 누구랑 깊고 오래 음악에 대해서 대화를 나눠본 적은 처음이야."


"정말? 근데 사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그리고 어떻게 이렇게 대화가 안 끊길 수가 있지?"


나 역시도 그녀와 비슷하게 느끼고 있던 감정들에 대해 그녀에게 말했다.


"음악은 또 다른 언어라고 하던데, 그 말이 무슨 의미인지 이제 조금은 알 것 같아. 숀, 네 덕분에."


"나야말로 네 덕분이지, 비비. 새로운 장르도 알게 되고, 무엇보다 네가 들려준 음악들을 통해 너라는 사람을 조금은 더 알게 된 것 같아." 하며 내가 수줍게 그녀에게 말을 건넸다.


그러고 나서 우리는 한동안 어색한 침묵 속에서 귓속에 흐르는 음악을 배경으로 한 채 같은 자리에 앉아있었다.


어느덧 손님이 많이 빠져나간 카페의 내부는 한층 조용해지고 우리 둘과 몇몇 사람들만이 남아있었다.


그러다 듣고 있던 음악이 거의 끝나갈 때쯤 비비는 내게 다시 말했다.


"우리 이제 마지막 한 곡만 듣고 일어날까? 나 배고파."


"응, 좋아. 어떤 곡 들을까, 비비?"


"마이클 부블레의 Home! 어때, 숀?"

그녀는 고민 없이 내게 말했다.


"좋아, 그 곡 듣자. 잠시만, 내가 틀게."

하고 나는 휴대폰을 열어 그 곡을 찾았다.


그 사이 비비는 아주 조심스럽게 그리고 살며시 내 오른팔에 팔짱을 끼웠다.


나는 아무렇지 않은 척, 두근대는 심장을 부여잡고는 다음 곡을 재생하며 덤덤하게 그녀에게 말했다.


노래의 도입부 반주가 흘러나왔다.


"우리 나중에 혹여나 너와 내가 같은 공간에서 같은 시간을 보내며 같이 살게 된다면, 스피커는 좋은 걸로 사자. 어때, 비비?"


그녀는 내 어깨에 살포시 고개를 기대어 말없이 끄덕이고는 나의 물음에 대한 답을 하는 듯했다.


때마침 그때, 마이클 부블레의 목소리가 이어폰 너머로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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