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관하여

by 김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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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오후 6:20분.


나는 너의 퇴근시간을 10분 남기고 짐을 챙겨 카페를 나갈 준비를 했다.


곧 있으면 회사를 나와 매일 같은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고 올 너를 기다리기 위해서였다.


나는 펜과 노트를 덮어 가방에 넣고 사용한 자리를 깨끗이 정리한 뒤, 의자를 집어넣고 카페를 나왔다.


한층 더 쌀쌀해진 날씨가 나를 포함 퇴근길의 많은 사람들을 반기고 있었다.


횡단보도 앞은 여느 때와 같이 휴대폰을 보며 서있는 사람들로 붐볐다.


나는 그들 사이에 서서 이어폰을 꽂아 노래를 재생했다.


재즈풍의 멜로디와 한 여가수의 짙은 목소리가 내 두 귀를 가득 채웠다.


곧이어 빠르게 달리던 자동차들이 하나둘 서서히 속도를 낮췄고 횡단보도의 신호가 바뀌자 사람들은 각자의 속도로 횡단보도를 건너기 시작했다.


나 역시도 귓속으로 퍼지는 운율에 맞춰 발걸음을 앞으로 천천히 전진시켰다.


그러다 자연스레 버스를 기다리고 있을 너를 떠올렸다.


너의 옷차림과 너만의 실루엣.

너의 발걸음과 너만의 속도.

너의 웃는 얼굴과 너만의 미소.

너의 향수 냄새와 너만의 향기.


나는 혹여나 너의 손이 시리지는 않을까 생각했다.

나는 혹여나 너의 배가 고프지 않을까 신경이 쓰였다.

나는 혹여나 네가 사고를 당하지 않을까 걱정됐다.

나는 혹여나 네가 오늘 힘들지는 않았을까 애가 탔다.


이러한 생각들에 버무려져 한 걸음씩 앞으로 발을 내딛다 보니 나는 어느새 너의 집 앞 버스 정류장에 도착해 있었다.


3분.


네가 탄 버스가 이곳에 도착하기까지 남은 시간이었다.


나는 꽂고 있던 이어폰을 빼내어 울려 퍼지던 음악을 잠시 멈춰세웠다.


사람들의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도로 위 빠르게 지나가는 자동차 소리가 들렸다.


겨울바람이 불어와 앙상한 나무 가지들을 흔드는 소리가 들렸다.


"잠시 후, 1번 버스가 도착 예정입니다."


그때, 버스 전광판에서 안내음이 들렸다.


나는 덤덤히 오른쪽에 매고 있던 서류 가방을 왼쪽으로 고쳐 맸다.


곧이어 반대편 사거리의 끝에서 네가 탄 버스가 서서히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때마침 신호가 바뀌며 버스는 멈춰 섰고 직진을 기다리던 차량들이 서둘러 도로를 지나다녔다.


그러고 나서 직진 신호가 멈추며 횡단보도의 불이 켜졌다.


초록불을 기다리던 행인들이 하나둘씩 각자의 길을 향해 걸어갔다.


유턴을 해야 하는 차량들은 유턴을 하고 아파트 단지로 들어가려는 차량들은 행인들이 다 건너갈 때까지 멈추어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좌회전 신호가 켜지며 네가 탄 버스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는 다가오는 버스의 창문 틈 사이로 단숨에 너를 발견할 수 있었다.


파란색 니트와 청바지 그리고 단발머리.


수많은 사람들 틈 사이로 발견한 네 모습은 지극히 아름다웠다.


내 입가에는 미소가 번졌다.


정류장 앞에 네가 탄 버스가 도착해 멈췄고 너 역시도 나를 발견하고는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동시에 버스의 뒷문이 열렸고 천천히 내리는 너를 바라보며 나는 네게 말했다.


"고생했어, 힘들진 않았어?"


그러고는 너의 몸을 나의 오른손으로 감싸며 차도로부터 멀리 떨어뜨려 놓았다.


너는 살며시 내 품 안으로 스며들어오며 말했다.


"응, 괜찮았어요. 당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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