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오후 3시 03화

맛있어 보이지만 안 되는 거 알잖아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

by 오후세시


# 어떻게 그럴 수 있어?


남편과 나는 연애를 7년을 했고, 지금은 신혼부부 2년 차이다. 오랜 연애를 한 덕에 결혼 생활에서 느끼는 남편은 연애 당시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유독 거슬렸던 것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남편의 웃음이었다. 나는 잘 덜렁거리는 탓에 실수를 하는 편인데 그런 모습을 목격할 때마다 남편은 종종 웃곤 했다. "왜 웃어!"라고 멋쩍어 목소리를 높이면 "귀여워서"라고 대답하며 머리를 쓰다듬는 남편이 왠지 스윗하기 보다 얄미움에 가까웠다.


그런 날이 자주 있던 어느 주말 오후 남편이 좋아하는 빵 집에서 빵을 사 왔다. 좋아하던 딸기 크림 크로와상이 있는 걸 발견하고, 너무 신나 다이어트고 뭐고 잊어버린 나는 빵을 맞이하기 위해 손부터 씻었다. 돌아와 기다리던 빵을 한입 베어 먹는 순간, 또다시 남편의 웃음이 터졌다. 나는 또 얼굴을 찡그리며 물었다. "왜 웃어?" 그러자 남편은 "아니 귀엽잖아"라고 대답했다. 글로 적고 보니 남편이 너무 스윗하게 그려지는 듯하여 분하기도 하다. 하지만 단순히 미소가 아니라 코에서 발사된 웃음은 나를 마치 비웃는 것 같았고 순간적으로 화가 날 정도로 감정이 올라왔다. 이런 상황들은 종종 있었다. 하지만 내가 남편이 날 비웃거나 비꼰다고 느낀 부분들에 남편은 늘 자신의 진심은 그게 아니라고 말했다. 이쯤 돼서 나는 인정하고 말았다. 비웃는 모습이 내가 투사한 감정이란 것을. 다이어트를 열심히 하던 중 먹는 빵을 보며 내 속에 나는 '맛있어 보이지만 안 되는 거 알잖아'라고 이야기했다. 나도 안다. 이러면 안 되는 것을. 하지만 그 순간만큼은 안 되는 걸 잊어버리고 싶은데, 남편의 웃음이 꼭 그런 나를 비웃는 것 같이 느껴진 것이다.


내가 비웃는다고 느껴졌던 남편의 감정은 사실상 내 것이었다.







# 거울 반사


흔히 대학교 시절이나 심리학 서적에서 자아, 초자아, 원초아란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방어기제라는 말도 들어봤을지 모른다. 방어기제란 초자아와 원초아를 관리하고 조절하는 자아의 힘이 약해졌을 때 나오는 행동 및 사고로 볼 수 있다. 방어기제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투사'이다. 위에서 내가 느꼈던 남편의 감정은 곧 나의 것이었다. 다시 말하면 내가 내 감정을 거울로 반사하듯이 남편에게 투사한 것이다.


우리는 보여주고 싶지 않을 정도로 밑에 있는 감정일수록 투사를 쉽게 한다. 나는 다이어트 중이었고, 그중에 빵을 먹는 것은 별로 좋지 않다. 여기서 '별로 좋지 않다'라는 감정은 솔직한 감정이기보다 겉에 그럴싸한 포장지로 덮은 감정이다. 더 솔직하게 이야기해보자면, 나는 내가 한심하게 느껴졌다. 그런 한심한 감정이 내 것임에도, 나는 남편이 나를 그렇게 느낀 것처럼 거울 반사하듯이 투사한 것이다. 이렇게 투사함으로써 방어하는 이유는 내 불편한 감정을 잘 처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내가 스스로에게 한심하다 느낀 이 감정을 처리하려면, 괜찮다고 토닥일 줄도 알아야 한다. 하지만 나는 그러지 못했고, 남편의 감정이라면 비난하여 따지고 사과받기 쉽기 때문이다. 이 정도 적고 나니, 초등학교 시절 놀리던 친구에게 "거울~ 반사!"라고 외쳤던 꼬마와 마치 같은 수준이 된 것 같아 스스로가 유치하기 그지없다.








# 내가 느껴지는 네 감정은 알고 보니 내 감정


이 일이 있고 나서 동료 선생님과 투사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던 기억이 난다. 동료 선생님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상대방이 날 불편해한다고 느꼈던 감정을 다시 곱씹어보면 내가 그들이 불편했던 것이었다. 아마도 많은 관계에서 이러한 일을 일어날 것이다. 부모 자녀 관계에서는 더욱 흔할 것이다. 첫째로써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고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 부모는 자신의 첫째인 자녀에게 책임감을 물을지 모른다. 둘째 자녀의 실수보다 첫째 자녀의 실수에 감정이 파도처럼 올라올지 모른다. 책임지지 않으려는 모습에 어쩌면 생각보다 큰 화가 날지도 모르겠다.


이러한 투사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나는 인정이 필요했다. 남편이 날 비웃지 않는다는 것은 수년 동안 만나면서 알고 있다. 하지만 그 상황이 되면 나는 올라오는 감정을 처리하기 힘들어 남편에게 거울을 들이대고 있었다. 그래서 그렇게 거울을 들이대고 있는 나를 인정하기로 했다. 감정적인 순간, 객관적으로 나를 본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이가 반복된다면 어느 정도 준비는 할 수 있다. '또 이런 순간이 왔네'라는 알아차림은 순간 올라온 감정에게 도로 위 주황 불 역할쯤은 되었다. 감정이 추슬러지는 건 쉽지 않았지만, 끝내 '이 감정이 네 것이 아니고 내 것이구나' 인정하고 말았다. 인정을 하고 나니 그다음은 편했다. 내가 나에게 또 엄했구나. 너무 좌절을 주는구나. 알고 나면 조절하는 것은 내 몫이었다. 남편과 이 일을 겪고 나서, 나는 내가 미뤄놨던 숙제를 한 기분이 들었다. 아마 내 감정인지 몰랐다면, 미뤄진 묵은 감정이 관계를 더 힘들게 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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