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굴리듯이 11화

마지막 장

by 오후세시


어렸을 적부터 소설보다 수필을 좋아했고, 글을 쓰는 대부분이 에세이 형식이었지 이야기를 지어본 적도 없는 내가 동화라니 많이 낯서네요. 마지막 장에서는 동화를 쓰게 된 이유와 소감을 간략하게 정리를 해보겠습니다. 저는 먼저 상담사라는 직업 특성상 한 사람 내면의 심리에 대해 주구장창 이야기하는 시간이 많습니다. 제가 자주 하는 질문을 추려본다면 대략 이럴 것입니다.


"지금 어떤 감정을 느끼고 계시나요?"

"방금 ~라고 하셨는데,(혹은 제가 ~라고 했는데) 기분이나 생각이 어떠세요?"

"잠깐만요, 우리 지금 중요한 감정이 나왔는데 더 이야기해보고 싶어요"


누군가가 상담사가 상담에서 하는 역할은 엉망이 되어버린 옷장을 정리를 대신 해주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정리를 쉽고 편하게 할수 있도록 옆에서 도와주는 거라고 하더군요. 공감하는 바입니다. 저 또한 흔히 내담자분들에게 당신의 어둡고 낯선 세계에 제가 조명을 켜서 동행할거라고 이야기하지요.


그러다보니 저에게는 고질적인 습관이 하나 생겼는데 그것은 비유-은유입니다. 내담자에게는 복잡하고 미묘한 감정을 쉽게 드러내고 밝히는 것이 어려울 뿐더러, 그것을 정확하고 객관적으로 보는 것 또한 어렵습니다. 그렇기에 다른 비유를 들어 좀 더 안전하게 접근하고 살펴보도록 하는데, 핑계일수 있고 제가 그냥 비유를 좋아합니다. 편하고요. 그렇게 모아 모은 비유들이 기록해놓으면 아주 많겠다 싶어서 몇몇 적어둔 것을 각색하여 지금의 동화 줄거리가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소감을 밝히자면, 동화를 쓰면서 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이 무엇을 짜내어 유형물로 만드는 것만큼 어렵다고 느꼈습니다. 머릿 속 구상은 가득한데 허구의 주인공으로 설정하고 매끄럽게 풀어간다는 것이 보통 쉬운게 아니더군요. 그런 존경심으로 어떻게 소설과 동화를 쓰는 걸까, 관심이 많아진 것 또한 사실입니다. 그래서 길지 않은 소설을 또 써내려가 볼까 생각만 하고 있네요.


지루해보이지만 굴리듯이 의미를 빚어내며 살아내가는 사람들을 응원하고 그러지 못하는 이들에게 격려하는 동화가 되길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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