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7살 아들을 처음 영어 사교육 수업이 있었습니다.
그동안은 엄마와 영어 동화책을 보고 좋아하는 DVD로만 영어를 접하다가 처음으로 영어 전문 선생님과 함께 하게 되었답니다.
수업 마치고 부모 상담하는데 선생님께서
"아이 영어 이름을 왜 dandy로 지으셨어요?" 하고 물어보셨습니다.
아이 태명이 경상도 말로 "단디"였어요.
어렵게 온 아이란 뱃속에서 단디 커라. 단디 붙어있어라 라는 의미로 단디라고 불렀습니다. 그걸 영어로 쓰면 DANDY가 되니 그런 의미로 작년에 유치원에서 아이들 영어 이름을 지어오라고 해서 지어줬답니다.
아~하시더니 댄디는 이름으로 쓸 수 없는 말이라고 하시네요. 왜 그렇냐고 하는 형용사 뭐라 뭐라 하시던데 영알못인 제가 알기는 어려웠어요.
그래서 오늘 수업시간에는 한글 이름 그대로 써도 된다고 본인 이름 그냥 썼다고 하시고 오늘 수업 태도와 내용에 대해 상담하고 돌아왔답니다.
그리고 집에 와서 아이가 선생님과 함께 한 워크지를 보니 한글로 본인 이름을 또박또박 써놨네요.
아이에게 사정을 물어보니 본인은 영어 이름이 dandy인데 선생님이 안된다고 해서 그럼 한글 이름은 되냐고 하니 된다고 해서 그냥 김**으로 썼다고 합니다.
작년 한 해동안 유치원에서 dandy란 이름을 쓰면서 나름 애착이 생긴 듯했어요.
그래서 앞으로 영어 선생님과 수업할 때는 김**인 자기 이름을 쓰겠다고 하네요. 다른 친구는 영어 이름을 쓰지만 괜찮답니다. 자기는 김**도 맞으니깐요.
저희 아이는 다른 친구에 비해 생각하거나 말하는 게 조금 미숙하답니다. 조금 느린 아이지요.
그래서 항상 상처 받진 않을까 엄마로서 걱정이 많았어요.
그런데 오늘 워크지에 쓰인 아이 이름을 보니 그렇게 기특할 수가 없네요.
전 아이가 자존심을 세우기보단 자존감이 높고 자신감 있기를 바란답니다.
자존심은 자신을 남들이 판단할 때 낮춰지는 것이 싫은 마음이지만 자신감은 본인이 현실 상황과 비교하여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마음이고 자존감은 어떤 상황에서든 자신의 가치를 낮추지 않는 거라고 생각해요.
자신 있게 자기의 영어 이름을 말했는데 처음 본 영어 선생님이 그 이름은 쓸 수 없는 것이라 하면 어른인 저도 당황스럽기도 하고 창피하기도 했을 거 같아요.
그런데 당당하게 난 이 이름이 좋으니 선생님이 안 된다 하면 이 시간엔 한글 이름을 쓰겠다고 한 아들이 기특하네요.
다른 친구는 영어를 체계적으로 오래 한 친구라 본인의 부족한 점이 많이 부각되었을 텐데도 재밌었다고 또 간다고 해 주는 아들이 고마웠습니다.
오래전 육아서에서 자존심과 자존감, 자신감에 대한 글을 본 적이 있었습니다.
그냥 막연히 생각했던 것이 오늘 아이의 이름 석자 쓰인 워크지를 보니 확실히 알 것 같네요.
항상 마이웨이가 있어 남들과 어울리기 힘들 것이라 생각했던 아이인데 남에게 흔들리는 자신감이 아닌 스스로 생각하는 자존감이 높은 아이였던 거 같아 안심이 된 날이었답니다.
그동안 잘하는 친구들을 보면서도 굳이 하고자 하는 욕심을 안 내는 아들을 보며 그저 욕심이 없나 보다고 생각했었는데 오늘 보니 자존감이 높아 굳이 상대랑 비교하지 않았던 게 아니었나 싶네요.
오히려 자존심만 높아 아이를 다른 아이와 끊임없이 비교하던 엄마였나 싶어 스스로 반성하게 되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