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직장인이 일 년에 최대 쓸 수 있는 연차는 평균 21일이라고 한다. 나는 여름에 5일, 겨울에 5일을 쓸 수 있는데 앞뒤 주말까지 붙이면 최대 한 번에 9~10일을 쓸 수 있다. 한 번은 아이들 방학 때 써야 하니 해외를 갈 수 있는 기회는 일 년에 딱 한 번, 열흘뿐인 셈이다. 그래서 여행도 가성비를 따지며 신중하게 해야 한다.
많은 여행스팟 중에 아이들이 현지에서만 할 수 있는 체험을 일정 중 두 개 이상 채워 넣는다. 싱가포르에 아이들과 간다 하면 열에 아홉은 유니버셜을 가지만 우리는 다른 곳을 택했다. 유니버셜은 대부분 익스프레스 티켓까지 구매하는데 티켓과 익스프레스 티켓을 더하면 인당 한국돈 15만 원이라 셋이면 50만 원의 비용이 들고 둘째가 9살이라 다양한 놀이기구를 제대로 즐길 수 없기 때문에 과감히 패스했다.
대신 철창이나 울타리 없는 오픈형 구조라는 싱가포르 동물원도 궁금했고 어드벤처 코브 워터파크는 유수풀을 타며 해저터널에서 가오리와 거북이, 상어를 볼 수 있는 게 색달라서 이렇게 두 군데를 다녀왔다.
Singapore Zoo
아이들이 미취학일 때 에버랜드 연간 회원을 3년 연속으로 하면서 동물원을 매일 가다시피 했다. 동물과 거리가 멀고 유리 차단막 등으로 가려진 한국의 동물원에 비해싱가포르 동물원은 동물들이 사는 정글에 우리가 잠시 놀러 간 느낌이 들었다. 울타리의 경계가 낮으면서 동물과의 거리가 비교적 가깝고 방사된 동물들도 많아 길을 걸을 때도 주의하며 걸어야 한다
덕분에 눈앞에서 생생하게 박쥐들이 식사하는 모습, 치타가 배변을 하는 모습, 악어가 낮잠 자는 모습까지 리얼하게 볼 수 있었다. 손만 뻗으면 닿을 만한 거리에서 동물들을 보니 처음에는 무서웠다가 곧 적응이 되었다.
덥고 다소 습한 싱가포르 날씨에 야외에서 걷다 보면 금방 지치기 마련인데 열차가 시간마다 다녀서 다음코스까지 많이 걷지 않고 동물들을 볼 수 있어 참 좋았다. 3~4시간이면 싱가포르 동물원은 거의 다 둘러본다. 기린, 코뿔소 등에게 가까이서 먹이 주는 체험도 다양하지만 워낙 인기가 많아 일찍 마감되어 우리는 아쉽게도 먹이 주기 체험은 할 수 없었다.
한국에서 동물원을 자주 가다 보니 동물들의 자폐행동이라는 특정한 정형행동을 하는 동물들도 보게 되었다. 북극곰이 좁은 공간에서 앞뒤로 계속 걷거나 뱅글뱅글 도는 행동을 해서 아이들이 "너무 이상하다 곰이 아픈가 봐" 걱정을 했는데 그러다 얼마 후 우리 안에서 하늘로 갔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에 반해 싱가포르 동물들은 갇힌 느낌 없이 자유분방한 모습이 인상적이다.
특히 입이 좁고 길어서 철창사이로 입만 내밀고 있던 가비알 악어는 잘 보기 힘들어 다큐멘터리에서나 볼수있었는데 싱가포르 동물원에서 보니 반가웠다.
Adventure cove Waterpark
우리가 물놀이를 하러 온 건지 아쿠아리움을 수영하며 보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마치 동물들과 같이 놀고 있는 느낌이 드는 유일무이한 워터파크이다. 유수풀과 다이내믹한 슬라이드가 많은 어드벤처코브 워터파크는 수영을 하며 해양동물까지 볼 수 있어 일석이조다. 튜브를 타고 유수풀에서 동동 떠다니다 보면 모조 암석 터널이 나오는데 그곳을 지나면 물탱크에 가오리나 상어, 거북이들이 살고 있어 아이들은 그곳을 지날 때마다 환호성을 질렀다. 그것도 모자라 직접 물고기들이 살고 있는 곳에서 스노클링을 하며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는 체험도 있고 돌고래와 가까이서 교감할 수 있는 체험도 있다.
물 반 사람 반인 여름철 우리나라 워터파크를 경험하다 어드벤쳐 코브에 오니 전세낸것 같이 좋았다. 사람들이 대부분 유니버셜로 몰렸는지 상대적으로 관광객도 적어서 여유 있게 즐길 수 있었다. 싱가포르는 우기라도 스콜처럼 하루에 한두 번 비가 내리다 만다. 만약 여행 갔는데 일기예보에 비소식이 있는 날은 어드벤처 코브 워터파크를 와야한다. 비를 맞아도 해가 쨍쨍해도 유일하게 즐거운 곳이니까!
TIP_유니버셜과 어드벤처 코브는 싱가포르의 센토사 섬에 위치해 있는데 대부분 퇴장시간인 5시에 관광객들이 일제히 센토사 섬을 빠져나가려고 한 번에 열차에 몰린다. 그러면 센토사 섬 입구 열차 타는 곳에 긴 줄이 늘어서 첫 번째 열차에 탑승하지 못하면 기다려서 다음 열차에 탑승해야 하므로 4시 반쯤 미리 퇴장하거나 5시에 퇴장해서 유니버셜 입구의 식당가에서 저녁을 먹고 여유 있게 나오는 게 트래픽에 걸리지 않고 빨리 센토사를 빠져나오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