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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햄릿-윌리엄 셰익스피어

by 성새진


작년부터 아이코닉한 인물의 원작을 찾아가며 읽고 있다. <햄릿>은 셰익스피어 4대 비극이라 일컬어지는 작품 중 하나다.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그리스 로마 신화, 성경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의 서양문학 이해 기반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많은 메타포와 오마주의 대상일 뿐만 아니라 셰익스피어의 작품 속 인물은 앞서 언급했듯이 사회적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에 한 번쯤은 반드시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희곡에 익숙하지 않아서 읽기 어려울까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쉽고 재밌게 읽혔다.


<사느냐, 마느냐, 그것이 문제로구나>(p.98)라는 대사로 유명한 햄릿은 우유부단의 대명사로 꼽히지만 그는 단지 "생각하는" 사람이었을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은 누구나 생각한다. 그러나 모든 생각을 행동으로 옮길 수는 없다. 그게 가능하다한들 모두가 자신이 옳다고 생각한 행동을 실행에 옮긴다면 세상은 말 그대로 카오스가 될 것이다.


햄릿은 유령의 말을 듣고 자신의 숙부가 자신의 아버지를 독살하고 자신의 어머니를 취했다고 생각하게 된다. 꾸며낸 연극으로 햄릿의 그 믿음은 공고해지고 복수심도 타오르지만, 복수의 여부와 시기는 쉽게 정해지지 않는다. 폴로니우스를 죽이고 영국으로 보내지던 중 뜻밖의 상황을 겪고 다시 덴마크로 돌아오고 나서야 햄릿은 죽음에 대해 자못 초연해지며 레어티즈와의 대결에 나선다. 이 대결은 각본과 정해진 결말이 있다는 점에서 햄릿이 일전에 꾸몄던 연극과 비슷한 역할을 한다. 이 대결을 통해 왕(클로디우스), 왕비(거트루드), 햄릿, 레어티즈가 모두 죽게 된다.


햄릿은 계속해서 꼬리를 무는 질문을 내놓는 작품이다. 햄릿의 복수가 과연 정당했는가, 어찌 보면 결론적으로 권선징악을 표방했다고도 할 수 있겠지만은 그렇게 되면 가련한 오필리아는 단순한 피해자에 그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오필리아는 미침으로써 자신을 스스로 구원해 낸 해방자임에 틀림없기에 충돌이 생긴다. 그렇다고 햄릿이 복수하지 않는 것이 더 나았을 것인가? 선왕 햄릿의 억울한 죽음을 안 외아들 햄릿이 상황을 회피하고 분노하지 않는 것만큼 무능해 보이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이렇듯 햄릿의 어떠한 결정도 쉽게 옳고 그름을 따지기가 어려우므로 고뇌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독자와 관객은 햄릿의 고뇌를 함께 겪으며 자신만의 가치판단을 수없이 시험해 보게 된다. 그리고는 인간이 하는 어떤 선택과 결정에서 결코 주체가 될 수 없고 짜인 연극무대에 서는 하나의 꼭두각시일 수밖에 없구나라는 사실에 비극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햄릿은 그 고뇌에 늘 진지했고 결국 목적한 바를 이루었으며 <기회가 주어졌다면 그는 가장 훌륭한 왕이 되었을 인물이다.>(p.212)라며 자신이 선택한 후계에게 인정받는 명예가 생겼기에 그의 고뇌에 몰입하는 관객에게 작은 희망을 안겨준다. 햄릿이 마냥 어둡고 염세적인 비극은 아니라는 것에 공감한다.


어렸을 때부터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어왔던 셰익스피어의 작품... 왜 유명한 작품인지, 햄릿이란 인물이 왜 아이코닉해질 수밖에 없었는지 이해할 수 있었던 좋은 독서경험이었다.


올해도 거의 끝나간다. 내년에는 더 풍성하고 즐거운 독서 경험이 가득한 한 해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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