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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오! 시몬-율리아 코르비크

by 성새진


여태껏 살면서 '시몬 드 보부아르'라는 이름을 들어보지 못한 건 아니다. 나는 다양한 철학관(哲學觀) 중 실존주의에 가장 흥미를 느꼈기에 자연스럽게 장 폴 사르트르의 삶과 철학을 궁금해하며 보부아르의 이름을 스치듯 들은 게 다였다. 내가 파리에 처음 갔을 때 첫 목적지로 설정한 곳이 에펠탑이 아니라 사르트르가 묻혀 있다는 몽파르나스 묘지였는데, 그 곳에 보부아르도 함께 묻혀있는 것을 보고 놀랐던 기억이 있다. 그때까지도 나에게 보부아르에 대한 정보는 사르트르와 계약 결혼을 한... 어쩌면 조금 괴짜같은 페미니스트라는 것 뿐이었다.


이 책은 '사르트르와 계약 결혼을 한 괴짜같은 페미니스트'정도로 알려진 시몬 드 보부아르를 집요하게 뜯어 살핀다. 생애부터, 주변 사람, 그들과의 사랑, 저작활동, 투쟁의 역사까지. 이 책을 읽으면서 여성이란 굴레에 씌여 개인의 역사가 흐릿해진 사람들이 얼마나 셀 수 없이 많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 책 한 권으로 보부아르의 모든 생활과 삶을 알 순 없겠지만 적어도 사르트르의 여인, 문란한 여자, 페미니스트, 베스트셀러 작가 정도로밖에 인식되기엔 아까운 사람인 것은 확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부아르에게 사르트르가 어느정도 필수불가결한 인물인 것은 맞지만,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은 그 반대의 경우, 그러니까 사르트르에게도 보부아르가 필수불가결한 인물이라는 것을 놓치고 있었던 것 같다. 보부아르 역시 자신만의 방식으로 실존주의를 해석하고 발전시킨 철학자다. 그는 자신을 가둔 모든 억압에서 벗어나고자 누구보다도 어렵게 투쟁한 인물임에도 우리는 아직 그를 '사르트르의 여자'정도로 가두고 있지는 않은가? 우리는 지금부터라도 보부아르를 그 개인으로 봐야할 것이다. 그가 그토록 이야기했던 자아. 자유. '나' 그 자체로 인정해야 할 것이다.


우리에게는 자신의 본질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반성하고 싸워온 보부아르를 제대로 알아주어야 할 의무가 있다. 여성 해방과 진보에 있어 내가 주체가 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앞서 나갔던 인물이 흐릿해지지 않게 기억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다시금 되새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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