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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조너선 하이트-불안 세대

by 성새진


최근 호주와 미국 일부 주에서 미성년자의 소셜미디어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켜 큰 화제가 되고 있다. 또, 주요 소셜 미디어 플랫폼 중 하나인 인스타그램은 청소년이 계정을 생성할 경우 기본적으로 비공개 계정으로 생성된다고 한다. 전 세계적으로 그동안 미성년자가 소셜 미디어 플랫폼에서 단순한 계정 생성과 무한 스와이프로 쉽게 접했던 혐오표현과 선정적인 시청각물로 인해 쏟아지는 역기능에 놀라, 뒤늦게라도 이 과오를 시정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한마디로 이 책은 그러한 아동, 청소년의 소셜 미디어 사용 제한의 정당성을 긴히 설명하고 강력하게 주장하는 책이다. 저자는 소위 Z세대로 일컬어지는 1990년대 후반 출생자들이 현실세계에서는 과잉보호되고 가상세계에서는 과소보호되어 무분별한 소셜 미디어 사용과 노출로 불안, 우울을 겪는 세대로 성장했다고 주장한다. 이런 소셜 미디어로 인한 폐해는 특히 융화성을 중시하는 여학생들에게 더 크게 나타난다고 한다. 여학생들은 단순하게는 SNS 속의 완벽해 보이는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며 우울감에 빠지기도 하고, 나쁜 의도로 접근하는 사람들에게 쉽게 신체적, 정신적 유린을 당하기도 한다. 물론 남학생들도 과도한 비디오 게임이나 포르노 중독에 빠져 현실감각을 잃고 주체적인 성인으로 성장하지 못하게 되는 문제점이 있다.


이 모든 폐해는 가상 세계에 대한 분별력과 자제력이 부족할 수 밖이 없는 미성년자에게 소셜 미디어 플랫폼이 그 어떠한 제재는커녕, 더 많은 시간을 헛되이 허비하도록 유도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플랫폼 개발자들은 웹사이트나 앱을 개발할 때부터 미성년자들을 올바른 방향으로 성장시키는 것이 아닌 충성스러운 소비자로 길러내는 것을 의도된 목적으로 삼는다. 그렇기에 저자는 법적인 제재를 통해 소셜 미디어 광풍을 강제로라도 잠재우고, 아동과 청소년들이 현실 세계에서 올바른 가치관 및 관계망을 형성하는 법을 깨닫고 난 뒤 소셜 미디어 플랫폼을 이용하게 하자고 주장하는 것이다.


코로나19 유행이 한풀 꺾이고 난 뒤 코로나19로 인해 현실세계보다 가상세계에서의 소통이 더 자연스러워진 새로운 세대, 즉 Z세대와 알파세대의 등장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우려를 낳고 있다. 확실히 틱톡이나 인스타그램, 유튜브를 통해 숏폼과 챌린지가 유행한 후로 비단 미성년자들 뿐만 아니라 성인들까지도 더 자극적이고, 선정적이고, 혐오적이고, 과도한 소비심리를 자극하는 시청각물에 열광적인 반응을 보이는 추세다. 현실 세계에서는 직접적인 피해나 괴로움으로 직면해야만 하는 자극들이, 가상 세계에서는 남, 그러니까 유튜버나 틱톡커, 인플루언서, BJ 등의 대리자를 통해 재미로 소비될 수 있으니 이 얼마나 안전한 고통인가. 현실 세계에서 충분한 시간을 보내고 교육을 받은 성인들도 이 안전한 고통에 중독되는 마당에, 가상 세계가 더 편한 Z세대는 이 안전한 고통이 체화되다 못해 결국 고통의 생산자로 기능하게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가볍게는 혐오표현, 더 나아가서는 기절 챌린지와 같은 해롭기 그지없는 챌린지, 종국에는 자해와 자살에 이르기까지... 소셜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소비해 왔던 내용들을 직접 생산하게 됨으로써, 좋아요와 팔로워라는 수치로 계량화된 관심을 모으기 위해서라면 그 어떠한 행동도 마다하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그것이 그들의 삶의 방식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교사로 근무한 지 십 년이 다 되어간다. 솔직히 말해 '요즘 애들 문제다'라는 문장을 안 쓴 해를 손에 꼽는 듯 하지만, 최근 학생들의 행태는 말 그대로 심상치 않다는 의견들이 매우 지배적이다. 그러나 이 심상치 않은 기류는 어른들이 잘 모른다는 이유로, 비교와 혐오가 난무하는 가상 세계 속에 아이들을 무방비하게 노출시켜 불안 세대로 만든 것이 가장 큰 문제 아니었을까.


그러니 이제 더 이상 가정, 학교, 정부에서는 이들을 유별난 코로나 사피엔스로 치부하며 가만히 놔둬서는 안 될 것이다. 코로나 시기를 겪으며 가상 세계에서 대면과 접촉 없이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일시적 관계만을 형성해 왔던 우리 아이들을 현실 세계로 끄집어내야 할 때다. 아이들이 더 많은 신체적 접촉과 충돌을 일으킬 수 있는 놀이를 수행하게 해야 한다. 아이들은 AI가 아니다. 아이들이 있을 곳은 10인치도 되지 않는 휴대폰 액정 속이 아닌, 학교와 놀이터, 부모와 교사, 그리고 친구들의 온기 곁이어야 한다. 제발 우리 아이들이 더 많은 '체온'을 나누며 건강하고 성숙한 사회인으로 성장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리고 그 첫걸음이 소셜 미디어 플랫폼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법개정에서부터 시작될 수 있음을 나 역시 강력하게 피력하고 싶다.


아주 인상 깊게 읽은 2025년의 첫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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