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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레프 톨스토이

by 성새진



톨스토이 단편선은 학창 시절에 이미 접했었다. 어렸을 때엔 두꺼운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하기도 했고, 톨스토이라는 문학의 거장의 이름은 익히 들어본 적이 있으니 한번 읽어나 보자, 싶었던 것 같다. 그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읽게 된 톨스토이 단편선은 나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와 <바보 이반>, <사람에게는 얼마만큼의 땅이 필요한가> 등과 같은 대표작에서 무조건적인 선, 무조건적인 베풂, 과욕을 절제한 분수에 맞는 삶이라는 새로운 지평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이라는 극한의 경쟁사회를 살아가면서,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나가며, 모두가 노력만 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신화에 나까지 가담하기에는 내가 가진 성정이 예나 지금이나 썩 가당치 않았기에 톨스토이가 제시한 삶의 가치가 더 또렷하게 다가왔던 것 같다.


특히나 <사람에게는 얼마만큼의 땅이 필요한가>는 내 인생에서 가장 큰 가치관이라고 할 수 있는 '적정함'을 가지게 해 준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인간이라면 누구든 노력을 통해 원하는 만큼의 부와 원하는 만큼의 명예, 원하는 만큼의 권력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대신 그것들은 누구에게든 주어질 수 있는 거지만, 또 그만큼의 소모가 있어야만 가능한 것이다. 돈을 더 벌기 위해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시간이나 건강을 포기해야만 할 때도 있는 거고, 사랑을 위해 명예를 포기해야만 할 수도 있을 것이며, 명예를 위해 모순되게도 양심을 포기해야만 할 때도 있을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다 똑같다. 누구도 더 낫고 누구도 더 모자라지 않는다. 인간은 모두가 동일한 파이를 가지고서 어디를 더 큰 조각으로 나눌지를 고민하고, 결국 그 조각들이 모여 인생이 되는 것이다. 내 인생이라는 파이에서 하나의 조각을 너무 크게 만들지 않고, 내 파이를 더 크게 만들려고 남의 것을 뺏지 않고, 내 파이를 남보다 못하게 축소하지 않는 '적정함'. 이 작품을 읽으면서 그것에 대해 오래 생각했고, 적정함을 지키면서 살고자 노력해 왔다. 다행히 지금까지는 크게 벗어나지 않고 살아왔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이 나의 오만이 아니길 바랄 뿐이다.


새해를 시작할 때마다 스스로 한 해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의미로 책을 고르고, 읽는다. 이 책은 내가 2024년에 읽은 첫 책이었다. 그리고 한 해를 마무리하는 12월의 초입, 나는 나에게 주어졌던 올해의 첫 질문에 다시금 돌아왔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크고 작은 삶의 물결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또렷한 해답을 마음에 되새긴다.



내 것이 없어도 타인을 구할 수 있는 만큼의 사랑,
그것만으로도 생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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