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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시지프 신화-알베르 카뮈

by 성새진 Mar 12. 2025


        너무 좋아서 동네방네 소리라도 지르고 다니고 싶은 마음을 아는가...! 나는 알베르 카뮈의 『시지프 신화』를 읽으며 그런 느낌을 받았다. 이 책은 내가 살면서 읽은 책 중 가장 어려웠지만, 동시에 나를 가장 설레게 하는 책이기도 했다. 고작 200페이지 남짓한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필사하고 싶은 구절이 너무 많아 읽는 데 무려 2주가 걸렸다.      


        “정말로 진지한 철학적 문제는 오직 하나, 그것은 바로 자살이다. 인생이 굳이 살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것, 그것은 철학의 근본적 질문에 대답하는 것이다.”(p.15) 도입부에서 카뮈는 삶의 의미에 대한 문제를 가장 근본적인 철학적 질문으로 제기한다. 그리고 내가 이 책에서 가장 좋은 부분을 찾으라면 바로 이 강렬한 도입부일 것이다.     


        특히, “숱한 환상과 빛이 별안간 사라져 버린 세계 속에서 인간은 스스로를 이방인이라고 느낀다. 유배와도 같은 이런 상황에서는 구원의 여지가 없다.”(p.19)라는 구절에서는, 영화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가 떠올랐다. 퓨리오사가 ‘녹색의 땅’(부조리를 깨달음)을 찾아갔지만, 결국 황폐화된 현실(희망의 박탈)을 마주한 후 다시 시타델로 돌아오는 과정(구원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주체성을 가짐)이 나의 인생 영화와, 인생 책의 결이 같다는 생각에 왠지 모를 전율까지 느꼈다.      


        또한, “나에게 확실해 보이는 것은 나와 맞서는 것이라고 해도 지지해야 한다. 세계와 내 정신 사이의 이러한 균열과 충돌의 근원이 세계에 대한 내 의식이 아니라면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p.80)라는 문장은 내가 보고 듣고 경험하는 것이 ‘나’ 자신이 주체성의 근원이라는 나 자신의 신념과 태도를 더욱 확고하게 해 주었다.      


        카뮈는 “부조리는 인간의 가장 극한의 긴장이자, 혼자만의 노력으로 끊임없이 유지하는 긴장이다. 왜냐하면 그는 매일매일 이 같은 의식과 반항 속에서 도전이라는 자신의 유일한 진리를 증명하고 있음을 스스로 알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첫 번째 결론이다.”(p.85)라고 말한다. 인간은 부조리한 현실 속에서 매 순간 자신의 삶을 증명하며 살아간다. 이 구절을 읽으며 고민하는 인간의 삶은 언제나 고되고, 부조리에 맞서는 것은 괴로울지라도 내 삶을 살아가는 건 나 자신이라는 것에 집중하며 '지금'을 살아가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닫게 되었다. 투쟁하고 증명하면서 살아가는 세상 모든 인류가 기특한 마음까지 들었다.     


        이 외에도 필사한 구절이 많지만, 모든 내용을 기록할 수는 없기에 여기서 마무리해야 할 것 같다. 나의 철학적 배경이나 문학적 소양이 깊지 않아 읽는 동안 여러 번 포기하고 싶었지만, 카뮈의 강렬한 문장에 이끌려 끝까지 완독 할 수 있었다. 그의 사유는 어렵지만, 동시에 설득력 있고 논리적인 방식으로 정리되어 있어 오히려 쉽게 따라갈 수 있는 부분도 있었다.     


        이 책을 읽고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책 전체를 필사해 보고 싶을 정도로 깊은 감명을 받았다. 카뮈의 철학을 더욱 깊이 이해하고 싶어 졌고, 앞으로도 반복해서 읽고 싶은 알베르 카뮈의 『시지프 신화』! 정말 좋은 영감을 주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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