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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오카 여행 이렇게 까지 가봤니? - 2 (일본)

고양이들이 점령한 작은 어촌마을에서의 힐링

by 닐바나


아이노시마? 사랑의 섬?


후쿠오카의 시작을 해장 라멘으로 시작한 저희는 어디를 가는 게 좋을까 고민을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보통 일반의 후쿠오카 여행이라면 시내를 중심으로 먹고 마시는 것이 중심인데, 이번에는 조금 특이한 곳으로 여행해보려 합니다. 바로 그 섬은 아이노시마인데요. 처음 이 섬의 이름을 들었을 때는 ‘아이노? (愛の?) 사랑의?’ 이런 의미인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다른 한자인 서로 상(相) 자를 사용하고 있었는데요. 한자는 다르지만 이곳은 고양이들과 어민들이 살아가는 작은 마을로, 가히 사랑의 섬이라는 이름으로 부를 만했습니다.


아이노시마로 가는 방법


아이노시마로 가는 방법은 하카타역을 기준으로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하카타역에서 JR 가고시마 본선을 타고 ‘훗코다이마에역(福工大前駅)’까지 이동합니다. 소요 시간은 약 20분 정도이고, 요금은 280엔입니다. 역에서 내린 후에는 신구항(新宮港)으로 이동해야 하는데요, 도보로는 약 25분 정도 걸리며, 시간이나 체력을 아끼고 싶다면 버스를 타는 방법도 있습니다. 훗코다이마에역 근처에서 출발하는 ‘아이란도선’ 버스를 이용하면 약 10분 정도면 항구에 도착합니다.


신구항에 도착하면, 이제 아이노시마로 향하는 페리를 탑승하면 됩니다. 페리는 하루 5회 정도 운항하며, 편도 요금은 480엔입니다. 탑승 시간은 약 17분 정도로, 바닷바람을 맞으며 천천히 섬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참고로 왕복표는 따로 없기 때문에 돌아올 때 다시 표를 구매해야 한다는 점도 기억해 두시는 게 좋습니다.


배를 타고 후쿠오카를 왔지만 그래도 다시 바닷바람을 맞으며 섬으로 들어가는 길은 즐거웠다.

총 이동 시간은 대략 1시간 반 정도이며, 도시에서 조금 벗어나 여유로운 분위기를 느끼기에는 적당한 거리입니다. 이제 진짜 고양이의 섬, 아이노시마의 이야기를 시작해보려 합니다.


네코짱(고양이)들과의 첫 만남


아이노시마에서 배를 내리면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것은 자유롭게 살아가는 고양이들의 모습입니다. 여기저기 벌러덩 누워 있는 아이들, 햇빛을 즐기는 아이들, 그리고 나름의 방식으로 외부인들을 맞이하는 아이들까지. 이 섬에는 사람보다 고양이가 더 많다는 이야기가 있는데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예부터 이곳은 어촌 마을이었고, 어민들은 어망을 갉거나 생선을 노리는 쥐를 쫓기 위해 고양이를 키우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고양이들은 자연스레 섬의 생활에 녹아들었고, 시간이 흐르며 번식을 거듭해 개체 수가 늘어났죠. 반면 섬을 떠나는 사람들은 점점 많아졌고, 그렇게 고양이들은 어느새 이 작은 섬의 주인처럼 살아가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저희를 반갑게 맞이해 주는 고양이들과 가볍게 인사를 나눈 뒤, 섬을 한 바퀴 걸어보기로 했습니다.


아시노시마의 일상 풍경들
사원을 지키기도 하고 담벼락에 앉아 있기도 한 고양이들

섬을 걷다 보면, 이곳이 고양이들의 세상이라는 걸 새삼 실감하게 됩니다. 어느 골목을 지나도, 어느 벽돌 담장을 돌아도 고양이 한 마리쯤은 느긋하게 햇살을 즐기고 있습니다. 사람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오랜 시간 사람과 함께 살아온 듯 자연스럽게 우리 곁에 머뭅니다.


작은 사당 앞에는 회색 고양이 한 마리가 돌상 옆에 털을 말고 앉아 있었는데, 마치 이 섬을 지키는 수호령처럼 느껴졌습니다. 고양이 얼굴이 그려진 천과 함께 놓인 조화는 이곳만의 정취를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주었습니다. 길가에 앉은 고양이들은 지나가는 여행자들의 모델이 되어 줍니다. 카메라를 들이대도 요란한 반응 하나 없이, 그 자리를 묵묵히 지키며 포즈를 취하곤 하죠.

여행객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는 고양이들


혀를 살짝 내민 채 졸고 있는 고양이, 골목 어귀에서 통행료를 바라는 듯 길을 막고 앉아 있는 고양이, 햇살 한 줌을 베고 조용히 눈을 감고 있는 고양이까지. 그리고 참치캔 한 통, 츄르 몇 개에 어느새 사람 곁으로 다가와 먹이를 주는 이를 슈퍼스타로 만들어주는 고양이까지….


이 섬의 고양이들은 단순히 ‘귀엽다’는 감정을 넘어, 이곳의 풍경이자 일상이 되어 있었습니다. 고양이와 사람 사이의 경계는 흐릿했고, 서로의 존재를 조용히 인정하며 함께 살아가는 모습은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렇게 저희는 한 걸음, 한 걸음 천천히 아이노시마를 걸었습니다. 고양이들을 만난다는 것은, 곧 이 섬의 고요한 시간을 만나는 일이기도 했습니다.


혹시 너 죽은 거 아니지?
진짜 넌 죽은 건 줄 알았다…


길을 걷다 보니 도로 한가운데에 무언가가 길게 늘어져 있었습니다. 순간 ‘설마…’ 하는 마음에 천천히 다가가 봅니다. 가까이 가보니, 노란 고양이 한 마리가 햇살 가득한 보도 위에 그대로 몸을 늘어뜨리고 있었습니다. 숨을 쉬고는 있나, 하고 걱정이 될 즈음, 고양이는 “뭔 일 있슈?” 하고 묻는 듯한 졸린 눈으로 저희를 쳐다봅니다. 그 무심하면서도 한가로운 눈빛에 괜히 웃음이 났습니다.


어촌의 고양이들

그런데 이 고양이만 그런 게 아니었습니다. 방파제 근처에서 어민의 그늘 옆에 자리를 잡은 고양이, 부두 한가운데에서 당당하게 앉아 있는 고양이, 길가의 자투리 햇살을 온몸으로 누리는 고양이까지—이 섬의 고양이들은 그야말로 자기 자리를 아는 존재들이었습니다. 길은 고양이의 낮잠을 위한 공간이고, 벤치는 고양이의 휴식처이며, 어촌의 일상은 고양이와 함께 흐르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이 아름다운 조화를 기억하고자 연신 셔터를 눌렀습니다. 고양이의 털에 스며든 햇살, 배경이 되어준 어촌의 풍경, 그리고 그곳에서 아무렇지 않게 어울려 살아가는 생명들. 사진은 그 순간을 기록하지만, 그 감정까지 담아낼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우리는 계속 셔터를 누릅니다. 이 따뜻하고 조용한 시간 속에서 고양이들과 나눈 무언의 교감을 잊지 않기 위해서.


물고기 주기 체험


한켠에서는 낚시를 즐기는 후쿠오카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 섬에 고양이를 보러 오는 분들도 있지만, 도심을 벗어나 여유롭게 낚시를 즐기려는 분들도 많습니다. 혹시 낚시를 좋아하신다면, 아이노시마에 오시게 될 또 다른 이유가 될지도 모릅니다.

잘생긴 청년들에게 물고기 한마리를 받아 네코짱에게로

저희는 한참을 낚시를 즐기는 젊은 청년들을 구경했습니다. 제법 오늘은 어획량이 좋은 날인지, 끊임없이 물고기들이 잡혀 올라왔습니다. 막 낚아 올린 생선을 통에 담고, 다시 미끼를 던지고, 그렇게 여유롭고 분주한 시간이 흐르던 중, 한 청년이 저희 쪽으로 다가와 말을 걸었습니다.


“猫に魚、あげてみます?”

(고양이한테 물고기 한 마리 줘보실래요?)


잠시 망설였지만, 이런 기회를 그냥 넘길 수는 없었습니다. 청년이 건네준 물고기를 조심스레 받아 듭니다. 손 안에서 파닥이는 생선의 감촉이 썩 유쾌하지는 않았지만, 마음속은 묘하게 설렜습니다. 어느 고양이에게 줄까 두리번거리던 끝에, 유독 눈빛이 초롱초롱하고 적극적으로 다가오는 고양이 한 마리를 발견했습니다.


고양이 앞에 살짝 손을 내밀자, 머뭇거릴 틈도 없이 그대로 물고기를 물어버립니다. 처음엔 먹는 법을 모르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이곳의 고양이들은 도시의 고양이들과는 다릅니다. 야생의 본능을 잃지 않은 채, 생선을 움켜쥐고는 아가미 뒤 숨통을 정확히 물어 끊습니다. 그리고는 익숙한 듯 가장 조용하고 편한 장소로 물고기를 물고 가 식사를 시작합니다.


어느새 바닥엔 생선의 잔해만이 남고, 고양이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털을 정리하기 시작합니다. 그 모든 과정은 단 1~2분 남짓. 짧고도 인상적인 장면이었습니다.


섬을 떠나면서
항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풍경들


배 시간이 다가오고, 저희는 다시 항구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돌아가는 길은 이상하리만치 더 천천히 걷게 되더군요. 골목마다 누워 있는 고양이들, 물가에서 그루밍을 하던 아이들, 낚시하는 사람들 곁을 맴돌던 익숙한 얼굴들 하나하나가 이제는 떠나기 아쉬운 풍경으로 남았습니다.


늘 번잡한 도심에서 시간에 쫓기며 살아가던 우리에게, 이 작은 어촌 마을과 고양이들의 삶은 잠시나마 마음의 숨을 돌릴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누군가는 이곳을 그저 고양이 섬이라고 부를지 모르지만, 저희에게는 사람과 고양이, 그리고 바다가 함께 살아가는 고요한 세계처럼 느껴졌습니다.


혹시 요즘 마음에 여유가 없으신가요? 바쁜 일상 속 잠깐의 숨 고르기가 필요하시다면, 후쿠오카의 이 작은 섬, 아이노시마에 한 번 들러보는 건 어떨까요?

이 섬은 조용히, 하지만 분명히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다음 편에서는 후쿠오카에서 들를 수 있는 이색 여행지들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다음 편도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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