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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오카 여행 이렇게까지 가봤니? - 4 (일본)

일 년에 단 두 번만 볼 수 있는 빛의 길, 미야지다케 신사

by 닐바나


드디어 후쿠오카 여행기도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고 있네요.

이번 여행에서 마지막으로 소개해드릴 장소는 “빛의 길”이라는 이름으로 유명한 미야지다케 신사입니다.


사실 이곳은 평소에는 비교적 조용하고 평범한 신사지만, 일 년에 단 두 번, 해가 지는 방향이 신사 앞 참배로 와 바다를 정확히 일직선으로 잇는 특별한 순간이 찾아오면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집니다. 마치 신을 위한 길처럼 황금빛으로 물드는 그 장면은 ‘빛의 길(光の道)’이라 불리며, 자연이 만들어낸 기적 같은 장관으로 많은 이들의 발걸음을 이끌죠.


미야지다케 신사와 빛의 길이 열리는 시기


이 빛의 길이 전국적으로 유명해지게 된 데에는 일본의 국민 아이돌 그룹 ”아라시“의 영향이 컸습니다. 2016년, 일본항공(JAL)의 광고 촬영지로 이 신사가 등장하면서, 아라시 멤버들이 황혼의 참배로 위에 서 있는 장면이 전파를 타며 큰 화제를 모았고, 이후로는 팬들과 관광객들 사이에서 ‘성지’처럼 여겨지기도 했습니다.


미야지다케 신사는 후쿠오카현 후쿠쓰시에 위치해 있으며, 사업 번창과 운수 대통을 기원하는 신사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일본 최대 규모의 짚으로 만든 시메나와(しめ縄)가 인상적이죠. 계단 위에서 내려다보이는 참배로 너머로 바다가 펼쳐지는 풍경은, 그 자체로도 충분히 감동적입니다.


참고로 이 ‘빛의 길’ 현상은 매년 2월 하순과 10월 하순, 약 일주일 정도의 기간 동안만 관찰할 수 있습니다.

이 시기에는 ‘빛의 길 축제(光の道 夕陽のまつり)’도 함께 열리며, 좌석 예약을 통한 특별 관람이나, 이른 시간부터 줄을 서는 풍경이 펼쳐지기도 하죠.


저는 아쉽게도 그 시기보다 조금 일찍 방문했기에 완벽한 ‘빛의 길’을 마주하진 못했지만, 남겨온 사진들 속 풍경은 여전히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언젠가 그 황금빛 직선이 하늘과 바다, 그리고 신사의 길을 하나로 이어주는 순간을 직접 다시 마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빛의 길 둘러보기


참고로 미야지다케 신사는 후쿠오카 시내에서 비교적 가깝게 다녀올 수 있는 위치에 있습니다. 하카타역에서 JR 가고시마 본선 열차를 타고 약 30분 정도 이동하면 ‘후쿠마역(福間駅)’에 도착하게 되는데요, 역 앞에서 버스를 타고 약 5분 정도만 더 가면 ‘미야지다케 신사 앞’ 정류장에 도착합니다. 버스에서 내리면 신사 입구는 바로 눈앞이에요.


토리이들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계단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아직은 중천에 해가 떠있을 때의 빛의 길


신사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일본 신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토리이들이 방문객을 맞이합니다. 그 아래 계단을 따라 천천히 올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눈앞에 펼쳐지는 ‘빛의 길’ 풍경이 시야에 들어옵니다. 계단은 생각보다 길지 않고 완만한 편이라, 천천히 한 칸씩 오르다 보면 어느새 왜 이곳이 ‘빛의 길’이라 불리는지 자연스럽게 알게 됩니다. 신사 입구부터 민가들을 지나 멀리 바다까지, 참배로 가 일직선으로 이어져 있는 모습은 정말 인상적입니다.

3톤 정도의 무게를 지닌 시메나와, 신성한 공간임을 표시하는 상징물이다.

제가 도착했을 때는 해가 지기 전 이른 시간이었기에 아직 태양은 하늘에 머물고 있었지만, 그 덕분에 잠시 여유를 갖고 신사 내부를 둘러볼 수 있었습니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앞서 소개해 드렸던 일본 최대 규모의 시메나와(しめ縄)였습니다. 시메나와가 걸린 이 공간은 신성함과 정결함을 상징하며, 악령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는 역할도 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고즈넉한 분위기 속에서 신사의 구석구석을 천천히 돌아보는 시간은 마치 마음을 정화시키는 의식처럼 느껴졌습니다.


제가 이곳을 찾았던 날짜는 10월 4일, 그러니까 본격적인 ‘빛의 길’ 현상이 펼쳐지기 약 열흘 전쯤이었습니다. 보통은 10월 14일 전후 1~2일 정도, 해와 참배로가 정확히 일직선이 되어 장관을 이룬다고 합니다. 그 시기에 맞춰 방문하신다면 더 극적인 풍경을 볼 수 있겠지만, 동시에 사람도 굉장히 많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오후 5시 ~ 5시 30분경의 해의 움직임, 아쉽지만 시기가 맞지 않아 약간 오른쪽으로 기울어져 해가 지고 있다.
촬영하는 분을 우연히 찍은 사진

제가 갔던 날에도 이미 많은 사람들이 사진 촬영을 위해 좋은 자리를 잡고 있었어요. 대략 오후 5시경, 해는 아직 높이 떠 있었고 길과 해의 위치는 완벽한 일직선은 아니었지만, 그 순간조차도 어딘가 신비롭고 아름다운 느낌이 들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해는 점점 오른쪽으로 기울기 시작했고, 6시쯤 되자 멀리 있는 건물 너머로 서서히 사라졌습니다. 완벽한 ‘빛의 길’은 아니었지만, 그 변화의 순간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가슴 한편이 차오르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스마트폰 카메라로 담아낸 사진이었지만, 그 풍경의 아름다움은 사진 너머로도 충분히 전해지는 듯했어요.

토리이 사이로 넘어가는 해, 결국 먼 곳의 건물 뒤로 숨어버렸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순간을 담은 마음의 여운은 꽤 길게 남아 있었습니다.


후쿠오카 여행기를 마무리하며


배를 타고 후쿠오카에 도착해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썼던 여행기도 이제 마무리를 하게 되었네요. 처음엔 단순한 여행기로 시작했지만, 글을 쓰다 보니 어느새 사람들이 잘 찾지 않는 후쿠오카의 숨은 여행지들을 소개로 마무리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후쿠오카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부담 없이 떠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해외 여행지’ 중 하나죠. 그래서일까요, 너무 익숙하고 식상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도시이지만, 천천히 구석구석을 살펴보면 생각보다 흥미로운 이야기와 장소들이 정말 많은 곳이라는 걸 알게 됩니다.


이번 글에서는 일부러 너무 유명한 나카스나 먹거리 골목 같은 곳은 다루지 않았습니다. 그 대신 여행객의 발길이 적은 곳들 위주로 소개해 보았는데요, 그런 이야기들이 오히려 더 오래 기억에 남는 것 같습니다. 이후에는 시간이 날 때마다 후쿠오카의 음식과 문화, 로컬 이야기를 조금 더 깊이 있게 전하는 매거진에서 소개해 보려고 합니다.


여러분은 후쿠오카에서 어떤 여행을 하셨나요?

혹시 기억에 남는 장소나 추천하고 싶은 여행지가 있다면 댓글로 나눠주세요.

여러분의 후쿠오카 이야기도 무척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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