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쟤랑 나랑 누가 더 좋아?

사라져 가는 로봇 놀이의 기쁨을 되찾자

by 러닝뽀유
파트 1. 듣고 싶은 말을 들려줄게.

동생이 태어난 후에도 첫째가 느끼는 삶이 변함없도록 노력했다. 하지만 가장 기본적인 것에서부터 변화는 이미 찾아와 버렸다. 아기를 낳고 몸조리하는 동안 친정 근처의 기관으로 옮기면서 친구가 바뀌었다. 또 내가 산후조리원으로 가있는 동안 주양육자가 엄마가 아닌 외할머니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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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가 집으로 오던 날 동생을 보고 첫째는 신기함과 친절함 그 사이에 있었다. 육아 방법을 알려주면서 동생을 돌보는 기쁨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도 가졌다. 기저귀가 젖었을 때 그리고 배가 고플 때는 생후 20일 남짓된 아기가 우는 주된 2가지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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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는 기저귀가 젖으면 기저귀를 가져다주기도 하고 입술에 손을 대어 배가 고파하면 엄마를 불러주기도 했다. 자신에게 찾아온 변화가 당황스러울 텐데도 동생에게 해주고 싶어 하는 모습이 대견해 보였다.


하지만 이따금씩 물었다.


엄마, 쟤랑 나랑 누가 더 좋아?

그리고 이런 말도 꽤 자주 했다.


엄마, 놀아줘


그러면서 뭔가 허전해 보이는 표정을 짓기도 한다.


나의 주관이 들어간 생각일지도 모르나 첫째는 분명 변화를 느끼고 있다. 그리고 나름의 방식으로 받아들이려고 고군분투하고 있다.


엄마로서 내가 해줄 일은 그저 응원해주고 더 많이 사랑한다고 표현해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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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엄마 누가 더 좋아?라는 질문을 하면

당연히 네가 더 좋지 라는 대답을 해주는 것이다.

남편도 무의식적으로 나와 같은 대답을 하는 걸 보면 아마 본능일지도 모른다.


육아서에서는 교과서 같은 말이 적혀있다. 다음처럼 말을 해야 한다고.

동생이 태어난다고 해서 사랑이 주는 것은 아니야. 사랑이 반으로 주는 것이 아니라 2배로 더 커진거야.

하지만 아이가 원하는 답은 그게 아니다. 그저 내가 변함없이 사랑을 넘치게 받고 있다는 믿음이다. 때로는 원하는 말을 들려주는 게 더 큰 힘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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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표정의 첫째에게 나는 앞으로도 이렇게 말해줄 것이다.

엄마 마음속에 언제나 너는 단 하나뿐인 '너'야.
한순간도 엄마의 마음을 의심하거나 걱정하지 않아도 돼. 엄마는 언제나 너를 향해 있단다.
사랑한다. 사랑하고 또 사랑한다.

그리고 꼭 안아줄 것이다.


파트 2. 실제는 왜 항상 이론을 이탈하는가?


아이와 함께 그림놀이를 했다. 같이 색칠도 해주고 정답게 이야기도 나누고 머리도 쓰다듬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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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육아라는 게 사람 마음을 하루에도 열두 번 뒤집지 않는가? 또 인간으로서의 내가 얼마나 미성숙한 존재인지 매 순간 깨닫게 하지 않는가?


마음은 놀아주고 싶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을 때

'엄마 놀아줘'하고 로봇을 있는 대로 다 가져오는 첫째가 있다. 최선을 다해 놀아줘야 하는 것을 알면서도,

'엄마 지금 좀 바쁜데 혼자 놀면 안 될까?' 아니면 '책 읽어줄까?'


라고 내가 하고 싶은 제안을 하기도 한다.


오늘은 급기야 '솔직히 엄마는 여자라서 인형 놀이는 어떻게 하는지 알겠는데 로봇 놀이는 어떻게 해줘야 하는지 모르겠어'라는 폭탄발언을 했다. 이 말을 들은 첫째는 세상 서운해하면서 더 큰 소리로 놀아달라고 외쳤다. 그럴 때마다 정신이 혼미해지기에 나는 '네가 너무 로봇 놀이를 하고 싶어해서 엄마가 로봇으로 변했어. 나 로봇이야'라는 말을 했다.


갑자기 아이는 울음을 터뜨렸다. 로봇이 엄마를 잡아먹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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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엄마가 오면 진짜 잘할 거라는 다짐까지 했다. 그 모습이 어찌나 안쓰럽고 미안해지던지 나는 로봇 놀이를 진짜 재밌게 해줘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런데 첫째가 로봇 놀이를 하지 않겠단다. 무섭다며 테이블 밑으로 들어가기도 한다.




영화 토이스토리에는 주인공에게 버려진 옛날 장난감들의 슬픔이 묘사된다. 누구나에게 어릴 적 좋아했지만 더 이상 찾지 않는 장난감들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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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토록 사랑했던 장난감에게 정 떼게 만든다는 것은 그 장난감에게도 아이에게도 동심을 빼앗는 일일지 모른다.


3세 때는 포클레인이

4세 때는 자동차가

5세 때는 기차가

6살 때는 팽이가

그리고 7살 때는 로봇이 우리 아이와 함께 했다


아들에게서 참 소중한 로봇을 지켜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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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가장 사랑하는 놀잇감으로 원하는 놀이를 원 없이 해주는 방법을 익혀야겠다. 7세의 따뜻한 기억이 로봇 속에서 살아 숨 쉴 수 있도록 말이다.


마음속에 사랑을 품고 산다. 하지만 서로 그 사실을 깨달았을 때 "그땐 왜 몰랐을까?", "지금 그때로 돌아간다면 잘해줄 텐데" 무한 반복하면 어느덧 끝나는 것이 육아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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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이 싫어졌다고 하면서 아이는 이런 말을 했다.


엄마 우리 옛날에 오름 갔던 거 기억나.
우리 옛날에 같이 기차도 탔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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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첫째는 오롯이 엄마 아빠와 행복했던 그날의 기억이 참 따뜻하게 남아있나 보다.


나중에 이런 말이 나오도록 오늘을 보내야겠다.


엄마 우리 로봇 놀이 참 재밌게 했잖아.


수유를 하느라 잠자리에 들지 못한 나에게 문득 잠에서 깬 첫째가 말했다.


엄마, 왜 내 옆에 안와?


나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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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랑 같이 자고 싶었구나.

나도 너랑 같이 자고 싶어서 아까부터 계속 기다리고 있었어.

기다려줘서 정말 고마워.

이제 드디어 엄마가 네 옆에 왔어. 우리 꼭 안고 같이 꿈나라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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