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하나는 꼭 있어야 한다는 분들께

by 러닝뽀유

아들 하나를 두니 사람들이 이런 말을 한다.

"딸은 하나 있어야 되는데"


아들 둘을 두니 사람들이 이런 말을 한다.

"엄마에게 딸은 진짜 하나 있어야 되는데"


궁금했다.

딸의 세계는 어떠한지

딸은 정말 엄마의 친구인지


망설였다.

딸의 세계를 경험해보려다

아들 셋의 놀라운 GATE를 경험하게될까봐.


아들 하나일 적,

이런 우스갯소리가 있었다.

딸 둘은 '금메달'

아들 둘은 '목메달'


아들에겐 유난히 박한 세상이다

당근마켓에서 물건을 팔아보면 직감하는 팩트이다.

아들이 쓰던 물건의

헐값에 내놓아야 바로 팔린다.

‘딸이 써서 새것처럼 깨끗해요’

이런 글들이 많아서

아들이 설령 미사용했다하더라도

아들의 물건이었다는 말은 불편한 TMI인 세상이다.


그럼에도 다들 딸은 필수라고 하니,

딸 하나는 꼭 있었으면 했다.


둘째를 임신했을 때부터

언제부터 성별을 알 수 있나요?

매주 묻는 나에게

의사선생님은 결과가 나왔을 때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초음파 사진에 커다랗게 동그라미해놓고

이렇게 적어주셨다.

'고추'


나는 눈물 한방울 흠칫 흘렸다.

친정엄마가 이런 말을 해주신다.

"괜찮다"

"딸은 자식들 다 데리고 오고 끝까지 책임져야 되는데,

요즘 세상에는 아들이 오히려 효자다."


측은지심을 가지신 분들을

유독 많이 만나는 장소는 엘리베이터이다.

아들 둘 데리고타니 사람들이 이런 말을 해주신다.

“딸 하나는 꼭 있어야 되는데 쩜쩜쩜,,,

하긴 아들 둘이 있으면 그 중 하나는 딸이 되더라.

근데 엄마 힘들겠다“하고 덧붙이신다

나는 “감사합니다" 하고 빙긋 웃었다.


그리고 이런 말을 늘 해드리고 싶었다.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실은 아주 행복해요.

해보니까 그리 '목메달'은 아니더라구요"


둘째는 어느덧 만2살이 다 되어간다.

쿵쾅쿵쾅 뛰어다니고,

축축한 겨드랑이를 팔랑이며 온 집을 휘젓고 다닌다.

'아빠'해달라 하면 씨익 웃으면서

‘엄마 엄마 엄마' 외친다.

동네 멍멍이도 엄마, 길 가던 고양이도 엄마

엄마가 잠시라도 안보이면 무한반복 '엄마'를 외치며

엄마를 발견할 때까지 사정없이 뛰어다닌다.


8살 형아도 마찬가지다.

지하철에서 자리라도 한자리 날라치면

“엄마 여기 앉아” 하고 내 손을 잡아끌고

잠자기 전엔 책 한 권만 읽어달라며

촉촉한 눈시울로 윙크한다.

다 자란 줄 알았는데도

아직 엄마 없이는 무섭다며 방에 불도 못끈단다.


학교 선생님과 상담하는데,

선생님이 뭔가 특별한걸 발견했단다.

종이에 '가장 소중한 보물은?'이라는 질문이 있었는데

'내동생'이라고 적었다고 하신다.

보통 보물에 동생이 등장하는 경우는 상당히 드물다고


미국에서 보채는 아들 둘을 데리고

엘리베이터 앞에 섰다.


엘리베이터는 역시 측은지심의 만국공통인지,

지긋이 웃으면서 우리를 바라보는

할머니들이 많으시다.


아들 둘이잖아요, 하고 먼저 운을 떼니

하시는 말씀

아니 아들 세명이잖아 하면서

우리집 큰 아들, 남편을 쳐다본다.


그리고 이런 말도 하신다.

내가 그 마음 잘 알지.

우리집에도 아들 셋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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