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앙의 시작
1995년 6월 29일
삼봉백화점 옥상
거대한 에어컨 냉각탑 40 여기가 건물 오른쪽에 정렬해 있고 이를 한기씩 다이샤(台車)를 이용해 이동 중인 인부들의 모습
무척이나 분주히 이리저리 움직이지만 우왕좌왕하며 정돈된 모습은 아니다.
건물관리 책임자 옥상에 나타나자 인부들 중에서 작업 지시를 하던 작업 반장이 현장 보고를 위해 다가간다.
건물관리 책임자 한 손에 Anycall플립형 휴대전화를 들고 통화를 하며, 작업반장에게 저리 떨어지라는 손짓을 하자, 작업반장 알아들었다는 듯 꾸뻑 인사를 하며 다가서는 것을 멈춰 떨어져 서서 건물관리 책임자의 동태만 살핀다.
건물관리 책임자 (어색한 서울말을 쓰는 부산말투로) 아 글쎄 알았다니까요,
그리 한다고요.
건물관리 책임자, 휴대전화를 입에서 멀리 떨어뜨리며 작업 반장에게 소리를 안내며 입모양으로만 “빨리 해~~”라고 지시한다.
건물관리 책임자 크레인으로 잘하고 있다고요, 걱정 말라니깐요… 아 알았다고요
(짜증 섞인 표정으로) 아따 오긴 뭘 또 옵니까…
(놀라며) 뭐요? 올라오고 있다고요?
여보세요? 여보세요?
(통화 끊긴 듯 휴대전화 쳐다보더니, 신경질 적으로 닫으며)
아.. 이 또라이...
건물관리 책임자 주위 사람들에게 따라오라는 손짓을 하며 옥상 입구 쪽 철문으로 향한다
주위 사람들 몇몇이 건물관리 책임자를 따라 입구 쪽으로 쫓아간다
철문을 열고 나오려는 유영한과 이를 저지하려는 백화점 관계자들이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건물관리 책임자 이들 사이를 비집고 유영한의 앞에 맞서 나선다
유영한 (건물관리 책임자를 발견하곤) 크레인이 어디 있죠?
건물관리 책임자 (능글맞게) 뭘 또 더운데 이 꼭대기까지 오시고 합니까…
유영한 (다이샤로 옮겨지고 있는 에어컨 냉각탑을 바라보며) 뭐 하는 짓입니까?
저렇게 옮기면 옥상 작살 난다니까요!
당장 그만두세요!
건물관리 책임자 아 글쎄… 동네 아파트 주민들이 하도 민원을 넣어 가가…
그분들이 또 어마무시 대단한 분들 아입니까
유영한 당장 구청으로 돌아가서 영업정지 행정처분 내릴 겁니다
건물관리 책임자 아 왜 이러십니까 정말로…
내일부터 우리 셰일(세일 발음이 안됨) 들어갑니다 셰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