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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교육, 인생교육] 진상 부모, 진짜 부모

말 한마디로 천냥 육아 너머 가치생 살기

by 소소한 호호 Apr 01. 2025

“나는 진짜 엄마인데, 왜 진상 엄마가 되어갈까?”


 옛날 임금님에게 진귀한 물건을 바쳤다. 임금님에 대한 존경심을 담아 내가 기르고 만든 음식과 물건들을 올렸을 것이다. 하지만 임금님에게 바치는 진상은 그 의미가 변하기 시작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진귀한 물건을 바치면 서다. 진귀한 물건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백성들의 삶은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진귀한 물건을 위해 백성들은 몸과 마음을 쥐어짜 내야 했다. 귀한 마음은 다 같은 하나인데 물건에 따라 등급이 지어지기 시작했다. 진상은 그렇게 변해갔다.


  지금은 ‘진상’이라는 단어를 부모 앞에 붙인다. 진상 부모는 자녀들을 위하는 행위가 사회적으로 용인되지 못하고 손가락질을 받는다. 어떤 상황에서 사람들은 그 부모가 진상인지 아닌지를 두고 언쟁한다. 부모는 평가의 대상과 논쟁의 주제가 된다. 부모가 자식을 위하는 마음은 당연하다. 부모는 자식들을 모두 위하고, 또 위해야만 한다. 그러한 마음은 진짜인데 왜 부모는 진상이 되어갈까?


  어느 해 첫아들 재재의 생일은 월요일이었다. 월요일, 하원을 하고 나서 보통의 하루를 보낼 재재를 위해 주말에 특별한 추억을 선물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재재가 그동안 보고 싶어 하던 공연을 예약해서 보러 갔다. 공연을 보며 즐거워하는 재재를 보니 부모인 나의 마음도 행복했다. 부모가 되니 나의 생일만큼 아이들의 생일을 축하하는 일이 두근댄다. 아이들의 생일은 곧 나의 출산의 날이기 때문에 나에게도 큰 의미가 있다. 

  어린이 공연인 만큼 아이들의 참여 기회가 주어졌다. 무대에 올라가서 공연에 참여한 아이들은 작은 선물을 받았다. 참여하고 싶은 어린이를 묻는 질문에 재재는 연신 손을 번쩍 들었다가 내리기를 반복했다. 재재에게 조그맣게 소곤댔다. “재재야, 오늘 앞에 공연에 나가서 다른 친구들처럼 선물을 받지 못해도 괜찮아. 왜냐하면 내일 재재는 생일이기 때문에 엄마 아빠에게 큰 생일선물을 받을 거니까!” 나의 말이 위로가 되었을지는 모르겠다. 괜찮다고 하면서도 사실 한편으로는 재재가 원하는 대로 무대에 오르길 바라는 마음이 나에게도 동시에 있었으니까. 그런데 그때마다 아이들의 관람석에서 아이의 손을 잡고 번쩍 함께 손을 드는 엄마가 있었다. “가장 나이가 많은 어린이?”에도 손을 들었고, “가장 나이가 어린 어린이?”에서도 손을 번쩍 들었다. 아이들의 짧은 팔들 속에서 엄마의 길쭉한 팔이 유독 눈에 띄었다. 뒷자리에서 보는 나도 속으로 ‘저 아이 꼭 한번 불러주지...’라고 생각할 정도로 엄마는 아이에게 기회를 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 것 같았다.


  어린이들이 마지막으로 무대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아이들은 이번에는 어떤 질문이 나올까 하고 숨을 죽이고 있었고, 그 엄마는 옆에 앉은 아이의 팔을 꼭 쥐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공연을 하는 선생님은 무대에서 질문을 던졌다. “혹시 생일인 사람 있나요?” 하고 물었다. 재재는 손을 번쩍 들었다. 그 손은 참여하고 싶은 마음과 더불어 질문하고 싶은 마음이 담겨있었다. 손을 든 재재는 자기가 낼 수 있는 큰 목소리로 무대를 향해 외쳤기 때문이다. “선생님! 혹시 내일 생일도 돼요? 저 내일 생일인데!” 하고 말을 하는 아이의 모습을 보고 재재 주변에 앉아있던 친구들과 부모들이 재재에게 미소를 보냈다. 생일을 축하하는 마음과 동시에 내일이 생일인데 이번에 과연 손을 들어도 되는지 물어보는 아이의 모습이 인상 깊었으리라. 그런데 재재의 목소리는 앞에 앉았던 그 엄마에 의해 무대까지는 닿지 못했다. “얘요!!! 얘!!! 이번엔 꼭 얘요!” 하고 팔을 번쩍 들은 엄마에게 기회가 갔다. “이번에 안 불러주면 안 될 것 같네요.”하고 말씀하시는 공연 선생님의 말씀에 재재는 슬쩍 팔을 내렸다. 그렇게 공연이 끝났다.

  공연이 끝나고 함께 기념 촬영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다. 재재와 찬이의 순서가 되자 둘은 무대에 올라가 선생님 앞에 서서 사진을 찍었다. 재재와 찬이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무릎을 꿇어 키를 맞춰 사진을 찍어주신 선생님의 귀에다 대고 재재가 말을 했다. 

  “선생님, 저 내일 진짜 생일이에요!” 하고 말하는 재재를 선생님은 꼭 안아주셨다 “생일 정말 축하해!”하고 말씀해 주시며 어깨를 토닥여주셨다. 무대를 내려오는 재재의 웃음에는 행복이 가득했다. 나의 물음에 재재의 대답이 무엇일지 너무나도 알 것 같았지만 재재에게 물어보았다. “재재야, 오늘 공연 어땠어?” 재재의 대답은 역시나 “최고였어!”였다. 아이의 대답에 엄마의 마음도 최고가 되었다.


  집에 와서 아이들을 재운 후 재재에게 입 맞추며 “생일 축하해!”하고 말을 했다. 내일 생일인 것을 누구보다 축하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아마도 오늘 공연에서 내가 느낀 헛헛한 마음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남편에게 나의 마음 한편을 솔직하게 말했다. “여보, 내가 만약에 재재 팔을 잡고 높이 올려줬다면, 내가 만약에 재재 대신 큰 목소리로 소리쳤다면 재재에게도 기회가 한번 갔을 수 있었을까? 그래도 내일 생일이었는데 내가 그랬으면 무대에 올라가서 선물도 받고 더 좋지 않았을까?”하고 물었다.

  “에이. 여보는 나한테 매일 아이들을 지원하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라고 하잖아. 오늘 재미있는 공연을 데리고 가고 재재가 스스로 공연에 빠져서 참여할 수 있도록 했잖아. 얼마나 좋은 엄마야.” 맞다. 유아교육 전문가로서 스스로 손을 들고, 많은 사람들 속에서 내일이 자신의 생일인 것을 전할 수 있고, 사진을 찍은 후에 자기 생일을 알리고 축하를 받은 오늘 재재의 모습은 나무랄 때가 없이 건강하고 바람직한 모습이었다.


  부모는 모두 아이들을 위한다. 그 마음은 부모가 되어보니 내가 알 수 있다. 모든 부모의 마음은 진짜라는 것. 그리고 그 엄마의 마음과 내 마음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부모의 마음은 모두 같다. 그런데 이 진짜의 마음이 진상으로 변하는 것은 힘들게 쥐어짜면서부터 시작되는 것일 수도 있다. 마치 임금님의 진상처럼 말이다. 모든 마음에 가치가 가득한데 이를 스스로 등급 매기면서 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 ‘등급이라고 생각하는 것’ 때문에 어쩌면 나의 행위가 진상이 되어가는 것일 수도 있다. 사회 속에 살아가는 내 아이와 부모의 행복은 결국 사회가 품을 때 오래도록 유지된다. 그다음 날부터 나와 내 아이, 그리고 타인이 행복하게 우리를 바라볼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위해 이 말을 되네인다. “아이는 충분히 행복하다. 그리고 나는 충분히 아이를 위하고 있다.”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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