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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교육, 인생교육] 관계는 나X너

말 한마디로 천냥 육아 너머 가치생 살기

by 소소한 호호 Mar 19. 2025

  나의 아이가 왜 이럴까? 궁금하다면 먼저 나를 봐야 한다. 아이와 부모도 모두 관계 속에 있다. 모든 관계는 나와 너의 말, 표정, 말, 행동의 상호작용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와 너의 관계를 살펴보기 위해서는 상대방과 나를 봐야 한다. 사실 상대방을 보는 것은 아주 쉽다. 나의 눈이 향하는 방향에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다음 나를 보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그래서 나의 관계는 상대방에게 달려있을 때가 많다. 가끔은 원래 그런 사람이야 하고 넘어가기도 하고, 또 하루는 그 사람의 마음이 변했다며 서운해한다. 그러다가 내가 이제야 그 사람의 진짜 모습을 알게 되었구나 하고 관계를 포기하기도 한다.


  내가 그랬다. 친구, 연인, 가족과의 관계에서 그들의 모습을 먼저 보았다. 그 사람과의 관계를 지키는 방법은 내가 참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참는 것은 관계에 있어서 늘 오래가지 못했다. 관계보다 더 중요한 것은 결국 나의 마음이 다치지 않는 것이었다. 그래서 끝에 가서는 내 마음이 너무 다치지 않도록 관계를 멈추었다. 상대방은 아마 나를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왜 저렇게 떠나지? 하고 당황했을 것이다. 그렇게 나는 나의 관계들을 지키지 못했다. 


  TV 속에 나오는 연예인이 자신의 아름다운 부부생활을 이야기하는 것을 보면 내가 어릴 적 읽었던 신화 같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의 세상에서 모두가 저렇게 신처럼 산다면 갈등도 없고, 문제도 생기지 않을 것만 같다. 어릴 적 드라마를 볼 때면 마지막 회에 두 주인공이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며 결혼식을 올리는 모습이 얼마나 감동적인지 모른다. 결혼식으로 마무리되어야 그 둘의 사랑이 드디어 완성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지금은 마지막 회에 올리는 결혼식을 보며 “이제 관계의 시작이구나! 이제 부부가 되고 애도 낳고 살아봐야지.”하는 생각이 든다. 그들의 결혼과 출산의 이야기가 드라마의 시작이며 곧 시즌2가 아닐까 생각이 든다. 그렇게 나의 관계는 결혼과 출산을 하면서 바뀌었다. 내가 끊을 수 없는 관계들이 맺어진 것이다. 보지 않는다고 해서, 말하지 않는다고 해서, 만나지 않는다고 해서 해결될 수 없는 관계들을 맺은 것이다. 누군가의 아내와 엄마가 되면서 나 자신에게 물어보았다. 혹시 나는 관계에 있어서 나의 모습을 그동안 살펴보았을까?


  나도 남편을 통해 관계를 배워갔다. 대부분의 순간이 아름답고 만족스러운 결혼생활이지만, 모든 순간이 그렇지는 않다. 남편에게 이해되지 않는 부분도 있었고, 남편의 한마디에 속상할 때도 있었다. 매번 웃으며 나의 기분을 풀어주던 사람이 어떤 날은 끝까지 마음을 풀지 않을 때도 있고, 농담을 건네주지 않을 때도 있었다. 처음에는 내가 사람을 잘못 본 걸까? 하기도 하고 이 사람이 변했을까? 싶기도 했다. 남이었다면, 예전의 나였다면, 점차 말을 건네지도 않고, 시간을 따로 보내고, 얼굴을 마주치는 것을 피하다가 고민 끝에 관계를 끊어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쉽게 끊어낼 관계가 아니지 않은가? 그러다 보니 나 자신을 보기 시작했다. 나라는 사람은 어떤가? 내가 이 관계에서 미치는 영향은 어떤가? 생각해 보니 나는 내 자존심을 지키는 것이 참 강한 사람이다. 상처를 쉽게 잘 받아서 나를 보호하기 위해 더 그렇다. 관계에 있어서 나는 기다리는 것에 익숙했다. 상대방이 나의 마음을 먼저 알아주고 다독여주기를 원하면서도 나 스스로 괜찮은 척했다. 그러니 그가 나에게 다가오기 위해서는 내가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해야 했다. 또 내가 먼저 다가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었다. 그렇게 나를 보니 관계가 보였다. 


  육아도 그렇다. 아이와 나의 관계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그러므로 아이의 변화를 발견했을 때는 나를 살펴보아야 한다. 나를 살펴보는 것은 두 단계로 나뉜다. 첫 번째는 관계에서 떨어뜨려 나의 모습을 살펴보아야 한다. 그리고 두 번째로는 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나의 모습을 살펴봐야 한다. 

  대부분의 부모는 아이를 잘 본다. 우리 아이의 기질은 어떤지 잘 파악하기도 하고, 아이가 무엇에 취약한지, 어떤 것을 잘하는지 살뜰하게 챙겨 본다. 아이들의 표현은 솔직하다. 그들의 표정에는 마음이 드러나고 그들의 행동에서는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어쩌면 부모는 아이에게 모든 시선을 돌려 온몸과 온마음으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을지도 모른다. 아이에게 이해하지 못할 큰 변화가 나타나거나 문제가 생기면 아이를 하나하나 뜯어 살펴보기 바쁘다. 그러고 나서는 바로 두 번째 단계로 넘어간다. 내가 이 관계에서, 육아에서 뭘 못해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한다. 내가 해주어야 할 것들을 찾기 바쁘다.


 “선생님, 제가 뭘 놓치고 있는 걸까요? 제가 요즘 뭘 못해주고 있는 것 같아요.”

 아이의 변화에 꼭 나의 영향이 있는 것만 같다. 맞다. 관계에서 부모가 미치는 영향은 굉장히 중요하다. 그러나 그 이전에 나를 먼저 살펴보아야 한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 먼저 살피는 일은 그다음을 위해 선행되어야 한다.

  아이가 편식을 심하게 한다면 나는 어떤지를 봐야 한다. 요리활동, 촉감활동을 제공하고 편식에 대한 그림책을 아무리 찾아보고 읽어주어도 도움이 되지 않을 때가 있다. 부모인 나의 식습관을 먼저 살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의 식습관을 통해 육아에서 인정과 허용의 범위가 늘어날 수 있다. 오히려 그 반대인 경우도 있다. “제 편식 습관이 불편할 때도 있어요. 사회생활에서 꼭 좋아하는 음식만 나오지는 않으니까요.” 그렇다면 내가 그런 상황에서 어떤 마음과 행동으로 대처하는지 살펴본다. 나의 모습에도 수정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아이와의 관계 속에서 부모도 함께 노력해 볼 일이다. 아이의 정서 문제도 마찬가지이다. 아이의 정서에 좋다는 스킨십과 칭찬을 아무리 많이 해주었는데 우리 아이에게서 정서에 관한 문제가 보인다면, 부모인 나의 정서를 살펴보아야 한다. 내가 기쁨, 즐거움, 슬픔, 무기력함, 화남 등 어떤 정서에 취약한지, 그런 정서를 표현하고 조절하는 방법은 무엇인지 나를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가끔 아이에게 정서와 관련된 그림책을 읽어주다가 나도 모르게 내가 더 배우고 힐링되는 느낌을 받은 적이 있을 것이다. 관계는 너와 내가 함께 하는 것이기 때문에 관계에 미치는 영향은 서로가 함께 서로를 알고 변화할 때 커질 수밖에 없다. 아이에게 무엇을 가득 제공하는 것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아닐 때가 많다. 오히려 간단하게도 나를 바꾸면 아이가 변화한다.

  그래서 나는 아이의 정서와 관련한 부모교육에서는 부모의 정서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으며, 아이의 놀이와 관련된 부모교육에서는 부모의 여가시간을 함께 되돌아본다. 결국 내가 원하는 육아의 목표는 아이의 행복이다. 따라서 아이의 행복을 위해서 나의 행복을 챙기는 것은 ‘엄마답지 않은 것’, ‘이기적인 것’이 아니다. 행복한 관계에 있어서 꼭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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