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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교육, 인생교육] 좋은 것 중에 선택해야 한다

말 한마디로 천냥 육아 너머 가치생 살기

by 소소한 호호 Mar 11. 2025

 “이 구멍에 빠진 강아지를 구하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유치원에서 만5세 담임을 맡았을 때였다. 아이들과 함께 읽을 동화책 하나를 준비했다. 강아지가 땅 속 커다란 구멍에 빠지고 말았다. 그리고 곧바로 책을 덮었다. 아직 뒷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지만 아이들과 함께 창의적인 이야기를 나누고자 했다. 아이들에게 각각 구멍에 빠진 강아지 그림이 그려져 있는 도화지를 건넸다. 그리고 이 강아지를 어떻게 구할 수 있을지 함께 생각하고 그림으로 표현하는 시간을 가졌다.


  유아교육에서는 ‘창의적’, 그리고 ‘비판적’ 사고를 강조한다. 교사는 창의적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활동을 계획하며 유아가 비판적 사고를 할 수 있도록 발문 한다. 유아교육은 결국 아이들의 확산적인 사고와 문제해결력을 기르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하얀 도화지에 그림을 그려보라고 했을 때, 아이들은 막힘없이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날개가 달린 헬리콥터, 비행기, 새도 나온다. 도구를 그리는 아이들도 있다. 사다리, 긴 줄, 트램펄린을 그리는 아이도 있었다. 구멍에서 빠져나오기 위해서 커다랗고 긴 공간을 뛰어넘을 수 있는 특징을 가장 먼저 생각해 낸 것이다.


  창의적 사고와 비판적 사고, 이는 꼭 교사의 도움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활동을 하다 보면 옆에 앉은 또래가 충분히 유능한 교사가 된다. 그림을 보며 기가 막힌 발문을 한다.

 “그런데 새가 강아지를 어떻게 태우고 날아? 새에 강아지가 타면 새가 너무 아프지 않을까?”

 “내가 트램펄린을 진짜 타봤는데 그거 뛸 수는 있지만 저만큼 점프를 하진 못하는데?”

 교사가 해야 하는 발문에 교재가 있다면, 그중 하나는 반드시 아이들일 것이다. 벗은 친구이자 스승이라는 옛말이 떠오른다. 나는 곧장 또래의 질문을 받은 아이의 표정을 살핀다. 질문을 받은 아이들의 반응은 크게 두 가지이다. “아니야! 아니거든!”하고 그림을 밀고 완성하는 아이와 “흠...” 하며 고민을 하는 아이.

 그렇게 그림을 그려가다 보면 도화지는 제법 가득 차기 시작한다. 위에는 새가 긴 줄을 물고 있고, 아래는 트램펄린이 있으며 구멍의 벽면에는 사다리가 기대어 있고 바닥에는 안전 매트리스가 깔려있다. 얼마나 많은 고민을 하며 문제를 해결했을까? 빈틈없는 도화지만큼 그들의 생각 주머니가 부지런하게 작동하였음을 느낄 수 있다.


  그런 아이들의 모습이 참 사랑스럽다. 동화 속에 한 장면일 뿐인데 그 강아지를 구하고자 하는 마음은 진심이다. 선생님과 친구들의 비판적인 질문을 수용하고 나의 생각을 보완하려 한다. 그래야 내가 저 강아지를 안전하게 구출할 수 있을 테니까. 그리고 동시에 아이들은 참 냉철한 해결사다. “그런데 또 이런 문제가 생길 수도 있잖아?” 끝없는 질문에 가끔은 “흠... 아니에요 이게 좋아요! 나 그냥 이렇게 할래요! 이 정도면 충분히 튼튼해서 괜찮아요!”하고 활동을 마무리한다. 그렇게 아이들은 활동 시간이 끝나면 모두가 도화지를 제출한다. 친구의 질문과 선생님의 질문에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을 텐데 결국 생각의 꼬리는 오늘도 정리되었다.


 비판이라는 것은 수용하면서도 한편으로 다르게 생각해 보는 힘이고, 창의라는 것은 새로운 것을 정해진 시간 내에 유창하고 독특하게 만들어내는 힘이다. 비판적 사고, 창의적 사고, 그 어떤 좋은 사고이든 결국 내가 선택하는 것이다.

  어른들은 가끔 아이들보다 선택을 하지 못할 때가 있다. 조금 더 비판적으로 사고하고 마지막까지 좋은 생각을 해보려고 한다. 더 많은 조언을 얻으려 하고 가능한 모든 정보를 얻기 바쁘다. 그러다 가장 중요한 선택의 순간을 놓치기 일쑤다. 그리고 자꾸만 후회로 남는다. 아무리 좋은 사고도 결국 선택을 위한 길이다. 잘한 선택과 아쉬운 선택을 비교하면 다음의 문제에 반영할 수 있다. 잘한 선택과 아쉬운 선택은 있어도 맞는 선택과 틀린 선택은 있기 어렵다. 당연한 일이다. 그 누구의 생각이 과연 100점일 수 있을까? 세상을 살아가며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만점이 과연 있을 수 있을까?


 “아니에요, 그냥 이렇게 할래요!” 할 만큼 다하고 내뱉은 아이들의 한마디를 나는 오늘도 기억한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라 하던가. 그렇다면 딴지만 걸다가 내리지 못하고, 태클만 받다가 내리기 겁나는 두려움의 연속이 되지는 않기를. 나의 도화지도 결국 많은 생각 끝에 제출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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