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선수들을 인터뷰했지만 그중에서도 또렷하게 기억에 남는 인터뷰들이 있다. ‘첫’ 인터뷰 거나 ‘마지막’ 인터뷰일 경우다. 오랜 무명 시절을 겪고 데뷔 후 몇 년이나 지나 처음 카메라 앞에 서보는 경우도 있고, 처음 나온 경기에서 수훈 선수로 선정되는 경우도 가끔 있다. MVP 인터뷰가 별 거냐 싶지만 그 선수들에게는 평생 남는 추억이라 다른 인터뷰보다 더 신경이 쓰인다. 실제로 선수들이 초심을 잃고 싶지 않을 때, 그 시절이 그리울 때 자신들이 활약했던 경기와 본인의 인터뷰를 가끔 본다고 했다.
지금은 스타플레이어가 된 한 선수의 ‘첫 홈런’ 인터뷰가 떠오른다. 홈런을 많이 치는 선수가 아니었고 경기를 많이 뛴 선수가 아니었기 때문에 이 선수가 인터뷰를 하게 될지 몰랐다. 그런데 이 날 이 선수가 대활약을 하게 되고 커리어 ‘첫 홈런’을 기록하게 된다. 특히나 나와 동갑인 선수였기 때문에 친구의 마음으로 더 잘해주고 싶었다. 인터뷰를 하고 있는데 단장님이 직접 카메라 앵글 안으로 들어오셔서 홈런 공을 전달해주는 사건도 있었다. 아마 그 시절 단장의 인터뷰 출연은 처음이지 않았을까 싶다. 이 외에도 부모님께 감사인사를 전하며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던 선수, 본인에게도 이런 인터뷰 시간이 올 지 몰랐다며 감개무량하던 선수, 신인임에도 당당하게 자신의 목표를 말하던 선수, 아직까지도 눈에 선하다. 그때 내가 경험이 풍부한 아나운서였으면 좋았으련만, 나도 헤매던 신입 시절이라 더 많은 이야기들을 꺼내 주지 못한 게 속상하다. 지금이면 더 잘할 수 있는데.. 아무튼 내가 나의 첫 인터뷰를 잊지 못하는 만큼 이들도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겠지?
그런데 그것보다 더 뭉클했던 것은 ‘마지막’이다. 은퇴식의 인터뷰는 그 선수의 삶을 되돌아보게 한다. 그러다 보면 내 시간도 그만큼 흘렀음을 깨닫게 되는데 참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만 간다. 은퇴식을 티비로 보기만 했지 중계를 하는 건 처음이라 긴장한 채로 야구장에 가게 됐는데 은퇴식 날은 공기마저 달랐다. 무언가 슬프고 무거운 공기들이 떠다니는 느낌. 해가 쨍쨍하고 화창한 날씨여도 그 햇빛마저 슬프고 아련하게 느껴진다. 울컥울컥 하지만 눈물을 삼키며 질문을 이어가며 겨우 인터뷰를 마치고는
“그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 하니
-“시원섭섭하네요.”하고 웃으며 대답한다.
그때는 마지막인지 몰랐겠지만 마지막이었던 인터뷰. 한 선수의 커리어 마지막 인터뷰를 하고 몇 년이 흘러 방송에서 만나게 되었다.
“위원님, 그때 마지막 인터뷰 제가 했던 거 기억나세요?”
-“기억나지. 마지막이었는데.. 마지막일 줄 알았으면 더 길게 할걸 그랬어.”
하긴 누가 마지막을 예상이나 하겠어. 이 글을 쓰다 보니 마지막과 끝을 너무 서운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들도 선수로서의 커리어는 끝났어도 코치로, 해설위원으로 다른 옷을 입고 다시 야구장으로 출근한다. 우리도 돌고 돌아 다시 어디에선가 만나고 또다시 시작되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