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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상은 Jul 16. 2020

자리가 사람을 만들지만, 그 자리는 또 사람이 만든다.

야, 너도 할 수 있어!

 야구장에 출근을 하면 방송 전까지 경기장에 내려가서 선수, 코치, 감독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신입 때는 그저 귀동냥이 전부였기에 해설위원들을 이리저리 따라다니며 그 자리를 같이하곤 했다. 그 시절 최고의 코치로 인정받던 한 코치님이 어떤 선수를 바라보며 말하셨다. 


귀동냥하러 다니던 시절


  “저 선수가 처음 입단했을 때, 내가 다리가 너무 아팠는데 쉴 수가 없었어. 왠지 저 아이에게 내 자리를 빼앗길 것 같았거든. 그런 직감이 들었어. 지금은 제자니까 잘하면 뿌듯하지만 그때는 정말 나도 긴장했다니까?”


  “근데 그 시절 코치님은 정말 대체 불가 선수셨잖아요? 그런데도 그런 걱정이 드셨어요?”

 그리고 하신 말씀이 가슴을 울렸다. 


  “자리가 사람을 만드는 거야. 나도 계속 경기에 나가니까 잘했던 거고, 저 선수도 주전으로 뛰게 되면 분명 나보다 앞서갈 걸 알았던 거지. 아직 꽃 피우지 못한 선수들도 한 시즌 내내 맡기면, 장담컨대 100이면 100 다 엄청 잘하게 될 거야.”


  대학 시절, 나는 그 무엇보다 야구에 빠져있었다. 야구와 관련된 프로그램, 책, 중계방송은 물론 그냥 야구로 점철되어 있었다. 지금은 아주 유명한 선수인데, 몇 년 전만 해도 그 선수는 절망에 빠져있었다. 계속 노력한다고 갑자기 콜업(1군에 올라오는 것)이 되는 것도 아니고 다들 넌 안 된다고, 잘 될 수가 없다고 절레절레했었단다. 친구들은 이미 스타가 되어있었고 다들 1군에서 매일 뛰는 선수들이었기 때문에 2군에서 낮 생활을 하던 자신은 그들과 어울릴 수 없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날, 정말 뜻하지도 않게 1군 무대에 오르게 된다. 그것도 자신의 최고의 경기를 펼친다. 그리고 그 후 이 선수는 쭉 1군에 머물고 심지어 팀에서 뿐만 아니라 국가에서 내로라하는 선수가 된다. 


  사실 나는 야구선수는 하늘에서 내려준 재능으로 하는 줄 알았다. 노력보다 천부적인 능력이 중요한 거라고 다들 말했다. 야구뿐만 아니라 모든 일이 다 그런 것 같았다. 하지만 노력으로 능력을 극복하는 여럿을 내 눈으로 분명히 봤다. 한 명도 아니고 무수히 많은 선수들을 봤다. 자리가 사람을 만드는 거라지만, 그 자리는 노력하는 사람이 만들기도 한다. 어떤 일을 시작조차 하기 버거울 때, 이 일화를 떠올리며 용기를 낸다. 다 하는데 나도 할 수 있지 않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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