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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상은 Aug 19. 2020

나보다 더 간절한 사람

가장 잘하고 싶은 건 본인이다

 우리는 스포츠 경기를 보면서 흔히 이렇게 반응한다.

 “왜 저걸 못 쳐?”, “왜 저걸 놓쳐?”, “왜 그렇게밖에 못해?”

 스포츠 팬이라면 저 중에 하나는 꼭 말해봤을 것이다. 팬심으로 너무 이기고 싶은 마음에 그러는 것일 텐데.. 사실 나도 저렇게 반응해봤다. 그러다가 야구 선수들과 많은 얘기를 나누고 인터뷰를 하면서 그들을 이해하게 되었다.


 매우 중요한 경기였다. 순위 싸움의 기로에 놓인 두 팀이 운명적으로 만나게 되었다. 리포팅을 많이 가던 팀이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는데, 그중 한 선수가 어제 경기의 댓글을 봤나 보다.


 “댓글에 ‘쟤는 이기기 싫은가 보다. 어떻게 저렇게 쳐?’라는 게 있더라. 누가 이기기 싫겠어. 누가 그렇게 치고 싶었겠어. 제일 잘하고 싶은 건 나인데....”


 순간 뜨끔했다. 나도 어제 그 경기를 보면서 아쉽다는 생각을 했으니 말이다. 우리는 그저 팬심으로 ‘응원하는 팀이 이겼으면 좋겠다.’, ‘이겨서 기분이 좋다.’, ‘져서 속상하다.’ 이런 감정들일 텐데 선수들은 본인의 커리어가 달려있고 연봉을 좌지우지하는 아주 중요한 순간이니까 당연히 선수들이 더 잘하고 싶은 거 아닌가?


 얼마 전, 이모와 사촌동생의 가벼운 언쟁이 있었다. 주로 취업에 관한 일들이었는데 이모는 왜 제대로 준비를 하지 않느냐는 불만이었고, 사촌동생은 알아서 하고 있는데 왜 보채냐는 입장이었다.


 순간 이 이야기가 떠오르며 “이모, 제일 잘하고 싶은 건 얘(사촌동생)야. 간절히 바라는 건 우리보다 얘일 거야.”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사촌동생이 감동의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누군가가 답답하다고 느껴질 때 마음을 다잡아보자. 더 간절한 건 이 사람이지 내가 아니다! 그들이 잘할 수 있게끔 만드는 건 비난이 아니라 응원이다. 따뜻한 독려의 한마디가 누군가를 날아오르게 만든다.

나는 타인에게 별생각 없이 건넨 말이 내가 그들에게 남긴 유언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같은 말이라도 조금 따듯하고 예쁘게 하려 노력하는 편이다. 말은 사람의 입에서 태어났다가 사람의 귀에서 죽는다. 하지만 어떤 말들은 죽지 않고 사람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살아남는다.

박준 -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당신은 별처럼 빛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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