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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로다움 Oct 21. 2023

도서관 이용 수업을 아시나요?

수업 시간 내내 방황하는 아이


  사서교사로 근무하면서 가장 신경 썼던 일은 최대한 많은 학생들이 도서관에 방문하도록 만드는 것이었다. 코로나로 인해 조심스러웠던 시기가 길어져 도서관 이용법 마저 모르는 학생들이 많아 거리 두기가 완화된 뒤 매달 도서관 행사를 기획해 학급별로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유명 TV프로그램에서 하는 자기 백 이벤트를 이전 해에 이어 진행하고 도서 대출만 해도 선물을 주는 등 학생들이 좋아할 만한 행사를 연달아했더니 점차 도서관 고정 이용자가 늘어났다.


그 무렵부터 담임 선생님들에게 도서관 이용 수업 신청이 들어왔다. 독서를 중시하는 몇몇 선생님께서 학생들이 책을 너무 읽지 않는다면서 주 1회 또는 월 1~2회 주기적으로 도서관 이용 수업을 진행했다.


도서관으로 찾아온 학생들에게 간략하게 도서관 주의사항을 알려준 뒤 학년에 맞게 읽으면 좋을 도서 위치를 알려준다. 그러면 학생들은 읽고 싶은 도서를 골라 각자의 자리에서 읽고 독후감을 작성한다. 이때 나의 추가적인 업무는 어떤 책을 읽으면 좋을지 몰라 고민하는 학생에게 다가가 도서를 추천해 주는 것이다.


  학생에게 읽었던 책 중에 재미있게 봤던 책이 무엇인지 물어보고 유사한 책을 골라주었다. 만약 학생이 거절 시 인기 많은 시리즈의 책을 권하기도 한다. 그러면 대부분 끄덕이며 책을 들고 자리로 돌아간다. 하지만 꼭 반에 한두 명의 학생은 어떤 책을 추천해도 다 거절하고 30분 가까이 책장 주변만 돌다가 수업 시간을 다 보낸다. 

도서관 수업 - 동시 편

이런 모습은 1학년부터 6학년까지 동일했다. 고학년의 경우 부담스러워할까 봐 읽기 쉬운 책이 있는 서가를 알려주기만 한다. 그렇지만 20분 넘도록 도서관 서가 전체를 돌면서도 책을 고르지 못해 결국 담임선생님께 한 소리 듣고는 어쩔 수 없이 그림책에서 한 권 골라 자리에 앉는다.


저학년의 경우도 유사하다. 1~2학년 아이들에게는 적극적으로 책을 추천해 주는데 40분 내내 방황하는 학생은 학급별로 꼭 있었다. 안타까웠다. 같은 수업 시간임에도 어떤 학생들은 익숙하게 자신의 기호에 맞는 책을 골라 집중하여 읽지만 그렇지 못한 일부 학생은 그 시간을 허송세월 보내는 것이다.


최근 들어 더 중요해진 '문해력'으로 인해 점차 독서와 연관된 수업이 많아질 것이다. 독서에 관심이 많은 교사일수록 도서관 이용 횟수가 많아진다. 만약 내 아이가 도서관 방문 경험이 없거나 또는 직접 책을 골라 읽어본 경험이 적다면 아이는 학교에 가서 도서관 이용 수업 또는 자율 독서 시간 때마다 시간을 흘려보낼 수밖에 없다.


수업을 직접 하고 또 이용 수업을 관찰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이런 학생을 볼 때마다 마음이 쓰였다. 하지만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은 좋은 책을 권하는 것 까지다. 억지로 책을 쥐어줄 수는 없다. 만약 학생 모두가 도서관 이용 경험이 많다면 도서관 이용 수업이나 자율 독서 시간이 가장 즐거운 수업시간이 되지 않을까? 만약 내 아이가 아직 미취학 또는 초등 저학년이라면 지금이라도 함께 도서관을 방문하자. 책을 꼭 읽지 않더라도 책을 읽는 공간에 익숙해지도록 만들자. 환경에 익숙해지면 자연스럽게 책을 고르는 자녀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전 10화 도서관은 즐기러 가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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