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로다움 Oct 19. 2023

도서관은 즐기러 가는 곳이다.

책육아의 방앗간 같은 곳

  거실 책장뿐 아니라 아이가 자는 안방, 거실 복도, 아이 놀이방까지 집 안 곳곳에 책을 놓았다. 그래도 사고 싶고 읽어주고 싶은 책은 늘 산더미였다. 아이는 같은 책을 읽고 또 읽었지만 어미의 욕심이 어디 그런가? 


게다가 당시에는 그림책 수업까지 하고 있었으니 우리 아이에게 소개해주고 싶은 책이 넘쳐났다. (책육아 하다가 큰 아이 6세부터 책 수업을 시작했다.)


운이 좋게 이사 간 동네에 새로운 도서관이 생겼다. 1층은 어린이 도서관으로 크고 예쁘게 꾸며 아이들이 책을 편하게 읽고 빌릴 수 있었다. 이 전에 살던 곳은 도서관 가려면 버스로 최소 20분 이상 가야 했기에 평일에 방문하는 것이 어려웠는데 단지 옆에 바로 생겼으니 얼마나 행복하던지!


  큰 아이는 아기띠 시절부터 거의 매주 서점이나 도서관을 다녔기에 익숙한데 둘째는 도서관과 친하지 않았다. 큰 아이에 비해 책을 덜 좋아하기도 했고 둘째 임신 후부터 체력이 급감하여 도서관 방문 횟수가 현저히 줄었기 때문이다.


도서관을 가도 더 있고 싶어 하는 큰 아이와 당장 집으로 돌아가자는 둘째 사이에서 정신이 쏙 빠지는 날들이 이어지자 방법이 필요했다. 책육아를 하는 데 있어 도서관은 반드시 정복해야 하는 곳이었다. 매일매일 새로운 책이 쏟아져 나오는데 그 책을 다 구매할 수는 없지 않을까?


도서관은 책 육아의 성지


1. 도서관은 언제나 좋은 책들이 한가득 비치되어 있다.


  도서관은 지역마다 차이가 있지만 무료로 최소 책 5권에서 최대 20권까지 빌려 볼 수 있다. 가족 명의로 카드를 만드니 우리 집의 경우 신랑과 내 카드로 최대 40권까지 책을 대출할 수 있다. 

출판사 별로 분야 별로 책이 구비되어 있어 아이들이 다양한 책에 노출될 수 있어 좋다.

(초등학생의 경우 핸드폰이 있으면 인증을 통해 대출카드를 만들 수 있다.) 


2. 무료 강의에 참여할 수 있다.


  최근 도서관은 단순히 책을 읽고 빌리는 공간을 넘어서 지역 문화 복합 공간으로 변신 중이다. 어린이날, 크리스마스 때는 작은 공연이나 전시회를 열고 좋은 강의를 기획하여 무료로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다. 아이들을 위한 독서 수업, 영어 그림책, 글쓰기 등 다양한 강좌가 준비되어 있다.(물론 어른을 위한 강좌도 있다.)


3. 가정 경제에 도움이 된다.


  단순히 도서 구입비를 절약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주말 또는 평일 오후 아이가 좋아하는 간식을 챙겨 도서관으로 향한다. 책을 고르고 읽어주는 과정을 두세 번 반복하면 아이가 슬슬 지루해할 때 간식을 꺼내 휴게실이나 도서관 밖 공원, 놀이터로 향한다. 놀이 겸 배를 채우는 시간으로 30분은 순삭이다. 다시 도서관으로 돌아가 집에 빌려 갈 책을 고르면 반나절이 지난다. 키즈 카페나 쇼핑몰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훨씬 유익하지만 지출은 적어 지갑을 지켜준다. 단, 아이들이 도서관을 좋아해야 가능한 일이다.



점심시간이면 학교 도서관을 가는 둘째

그렇다면 아이들이 도서관과 친해지기 위해서는 부모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1. 도서관은 즐기는 공간으로 알려주기


  요즘 도서관에 가보면 어린이 자료실에서 책을 보는 사람이 많다. 몇 년 전에 비해 아이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는 엄마, 아빠의 모습이 눈에 띄게 늘었다. 책을 읽어주는 목소리, 아직 말을 잘 듣지 않는 아이의 칭얼거림, 책이 웃겨서 어쩔 줄 모르는 아이의 소리 등 어른 자료실에 비해 어린이 자료실은 조금은 소란스럽다. 그러다 보니 아이를 조용히 하라고 채근하는 어른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공공장소에서 주의해야 한다. 다만 도서관에서는 그 기준이 조금은 유연했으면 한다. 뛰거나 소리를 질러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우리 모두 상식적으로 아이가 책 읽는 공간이면 이해 가능한 선) 아이가 자유롭게 책을 즐길 수 있도록 하면 된다. 가끔 아이가 조금이라도 말하면 "쉿"하며 주의를 주시는 분이 계시는데 그럴 필요가 없다. 


책을 보는 공간에서 어른에게 반복적으로 잔소리를 듣는다면 도서관에 흥미를 느꼈던 아이마저도 도서관이 싫어질 것이다. 도서관에 있는 동안 아이는 마음이 편안해야 한다. 반드시!


2. 당근을 준비하자. 아이를 꼬실만한 것으로


  도서관에 갈 때 챙길 것이 많다. 코로나 전까지 아이들이 좋아하는 간식과 둘째가 징징댈 때마다 꺼내줄 연습장과 색연필을 준비했다. 둘째는 책 보다 그림 그리기에 흥미를 느끼는 아이라 책 보다가 마음에 드는 캐릭터를 발견하면 따라 그리는 시간이 길었다. 혼자 글을 읽기 시작하면서부터 학습만화책에 푹 빠져서 도서관에 가면 책만 열심히 읽는다.


아이가 좀 더 어릴 때 도서관을 좀 지루해하면 자판기에서 초코음료를 사주었다. 당시 자판기는 아이들에게 매우 신기한 기계여서 보기만 하면 사달라고 졸랐는데 박물관이나 도서관 갈 때는 자판기에서 원하는 음료수나 과자를 사주었다. 


3. 도서관에서 꼭 책 읽지 않아도 된다.


  몇 년 전 영재발굴단에서 도서관에서 배드민턴을 치다가 오는 아빠의 모습이 방영되었는데 그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다. 책을 읽는 공간인데 라면만 먹거나 운동만 하고 온다니! 근데 내가 그 아들이면 좋아하는 라면 먹고 운동하던 '도서관'이 참 좋은 곳으로 기억될 것 같아 우리 아이들에게도 적용해 보았다. 아이가 책을 읽고 싶어 하지 않으면 바로 짐을 싸서 옆에 있는 공원이나 놀이터로 향했다. 아이가 원하는 만큼 놀다가 목마르다고 하면 자판기로 살살 꼬셔서 다시 도서관으로 돌아가 책을 대출해 집으로 돌아갔다.


 종종 동네 엄마들에게 도서관 다닌다고 하면 '대단하다.'라는 말을 듣는다. 하지만 도서관은 어려운 곳이 아니다. 누구나 쉽게 갈 수 있는 곳이고 이용하는 공간이다. 부모가 도서관과 친하지 않다는 이유로 아이가 도서관에 적응할 기회를 얻지 못하면 너무 안타까운 일이다. 도서관은 지나가다가 쉽게 들려 여기저기 둘러보는 참새 방앗간처럼 이용하자.



다음 이야기는 초등학교 입학 전 도서관과 친해져야 하는 이유에 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이전 09화 엄마가 책을 안 사주세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