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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로다움 Dec 18. 2022

엄마가 책을 안 사주세요

"저희 아이는 책을 싫어해요." 엄마와 아이의 책에 대한 동상이몽




  학교 도서관은 '도서관 봉사회'어머님들이 주기적으로 오셔서 도서 정리 및 청소를 도와주신다. 대부분 자녀의 독서 습관에 관심이 많으신 분들이 지원해주시며 특히 저학년 자녀를 둔 어머님들의 참여도가 높다.

(정말 감사했어요. 바쁘신대도 봉사에 참여해주셔서!)

봉사 후 아이들이 읽을만한 책을 빌려가시기 위해 종종 어떤 책을 고르면 좋은지 물어보시면서 아이 독서 습관과 관련한 고민을 털어놓으신다.


"아이가 책을 좋아하지 않아요."

"큰 아이는 책을 좋아하는데 둘째는 영 관심이 없어요."

"애가 만화책만 봐요."

"아이가 집에서 책을 읽지 않아요."


고민의 결은 비슷하다. 

아이가 책을 좋아하지 않고 읽으라고 하면 스마트폰만 잡고 있다는 것.

(고학년의 경우 사회, 과학 과목으로 힘들어하는데 특히 역사는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지만 어머님들의 걱정이 무색하게 아이들의 불만은 부모님이 책을 사주시지 않는다는 것이다.


  도서관에는 단골이라 불리는 학생들이 있다. 등교 후, 점심시간뿐 아니라 매시간마다 도서관으로 와서 출석 도장을 찍는 학생들은 늘 재밌는 책을 골라달라고 한다. 추천해 준 책이 재밌으면 그 책은 친구들에게 입소문이 퍼져 대출하기 어려운 인기 도서가 되기도 한다. 

매일같이 도서관에 출근도장 찍는 2학년 친구


"선생님 이 책 갖고 싶어요."

"그 책 이미 읽었잖아."

"그래도 또 읽고 싶어요."

"대출 중이라 기다려야 해."

"당장 읽고 싶은데. 갖고 싶어요."

"소장하고 싶으면 부모님께 말씀드려봐."

"안돼요. 엄마는 책 안 사줘요."


매일 점심시간마다 오는 또 다른 친구는 갖고 싶은 책이 있지만 엄마가 사주시지 않는다고 한다. 그림체가 이상하다고 사주시지 않는다고 한다.


"선생님 책 좀 사주세요."

"학교 도서는 선생님 마음대로 구매할 수가 없어."

"그러면 선생님 돈으로 좀 사줘요."

"부모님께 사달라고 하면 어떨까?"

"엄마는 안된대요. 집에 있는 책 다 읽어야 사준 대요."


양쪽 입장의 푸념을 듣다 보면 학부모님과 자녀의 책에 대한 동상이몽을 알 수 있다. 아이들이 책과 멀어지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분명한 건 부모님의 영향력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아이들 입장에서는 어렸을 때부터 집에 꽂혀있는 전집이 재미있을 리 없다. 물론 부모님은 큰돈을 들여 구매한 책들의 본전이 아까워서라도 다 읽히고 싶으시겠지만 집에 있는 책들은 아이들의 취향은 전혀 반영되지 않는 것들이다. 옷은 취향대로, 집에 입을 옷이 한가득 이어도 새로운 옷을 사는 것처럼 책도 가끔은 과소비를 해주시면 집에서 책 읽는 아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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