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로다움 Sep 02. 2024

잘 좀 가르쳐 줘

공부는 잘하고 싶지만 학원은 가기 싫은 아이

2학기가 시작되었다. 여름방학 때 정말 열심히 논 아이들은 다시 일상으로 복귀했다. 학교도 가기 싫은데 공부까지 해야 한다니 아이들은 매일 할 일을 미룬다. 그러다 지난주 목요일 둘째가 말했다.


"엄마. 나 곱셈 공부가 필요할 것 같아."

"어?"

"지금 학교에서 배우는 부분이 이해가 잘 안돼."



탁구 수업을 가는 차 안에서 아이가 고백하듯이 말을 전해왔다.


"반에서 꼴찌 다음인 거 같아. 다행히 내 뒤에 더 모르는 애가 있어."


세상에...... 꼴찌 다음이라니 그게 무슨 말인가!!!


다행히 아이와 이야기를 좀 더 깊이 나눠보니 본인만의 생각이었다. 구구단을 다 외우지 못한 친구 한 명을 제외하고는 다 이해하는 것 같다고.

(나중에 아이에게서 들은 말이 1명 빼고 다 모르는 것 같다고 했다. 이걸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두 자릿수 곱하기 두 자릿수' 단원부터 이해가 안 된다니...... 아이에게 조심스럽게 말했다.


"학원 갈래?"

"......"


아이는 답이 없다. 큰 아이는 학원이라면 결사반대하고 둘째는 친구랑 함께 다니는 것은 좋지만 매일 가는 것은 부담스러워 싫다고 거부했다. 나 역시 억지로 학원에 가는 것보다 집에서 매일 조금씩 문제집을 풀거나 책을 원하는 만큼 읽는 것이 초등 교육에 더 필요하다는 주의라 그동안은 크게 반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큰 아이가 예비중학생이 되니 조바심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스스로 마음을 다독인다. 

'길게 보자. 당장은 불안하지만 아이를 믿고 기다려보자.' 이런 말로 나를 다독인다.

다행히 아이들은 학교 수업을 잘 따라가고 큰 아이는 영어를 제외하고는 또래보다 잘하는 편이다. 



"그러면 언니처럼 5학년 2학기때 학원 가고 그전까지는 엄마랑 같이 할까? 우리가 방학 때 공부를 안 했으니 다른 친구들에 비해 모르는 게 당연해.

친구들은 매일 1시간씩 학원 가서 수학 문제를 풀지만 너는 하루에 10~20분 문제 푼 게 전부이니 당연히 어렵게 느껴질 거야. 3학년 2학기부터 수학이 어려워지거든."


나의 이야기를 듣던 아이가 말했다.


"엄마. 학생들 가르쳤잖아. 잘 좀 가르쳐 봐."


어머나. 애 좀 봐라?

나는 하자고 했는데 네가 거절하고 하기 싫다고 해놓고서는 이렇게 내 핑계를 댄다고?


학교 도서관에서 근무하기 전 2년 동안 초등학교에서 기초학력반을 맡아 아이들을 가르쳤다. 그때 수학 문제집을 들여다보던 엄마의 모습을 기억하는 아이는 바로 나를 타박한다.


다음 날부터 바로 수학 공부 시간을 늘렸다. 아이가 먼저 공부의 필요성을 인정했던 거라 전과 다르게 잘 따라오겠거니 했지만 역시나 아이는 어려워했다. 우리나라 수학은 왜 이렇게 어렵냐면서 입은 댓 발 나와서는 문제를 푸는 내내 끙끙거렸다. 


초등학교 3학년에게 공부의 필요성을 설명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공부의 당위성에 대해 설득하는 것은 더더욱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설득하고 공부 습관을 길들여야 한다. 쉽지 않은 일이다. 방법이 어렵다기보다는 아이의 난리 부르스를 부모가 참아줘야 하는 것이 최대의 난관이다.


꼭 저녁 먹고 공부하기 시작하는 아이들


세상에 공짜는 없다. 가정에서 아이의 공부습관을 잡는 일은 학원비를 아끼고 아이들과의 마찰을 최소화하여 가정의 평화는 지킬 수 있지만 대신 부모의 정신력이 너덜 해질 수 있다. 도르마무가 포기할 때까지 "거래를 하러 왔다."라고 외치는 닥터스트레인지처럼 "할 수 있어."와 "괜찮아." 등의 말을 화내지 않고 반복하다 보면 결국에는 아이가 자기의 일일 학습량을 채우는 날이 온다.

(도르마무 : 마블 코믹스에 등장하는 우주적 존재로 영화 '닥터스트레인지'에서 "도르마무, 거래를 하러 왔다"라고 외치는 주인공의 대사가 유명했음)


그나저나 둘째는 언제 그런 날이 오려나. 큰 아이보다 시간이 더 많이 걸리는 듯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