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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윤대디 May 24. 2022

공유, 내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은?

말할 때 필요한 에너지

 사람을 만나서 이야기를 할 때 어떤 이야기를 하시나요? 특히 가까운 사람들과 이야기를 할 때요. 저는 처음에는 간단한 아이스브레이킹으로 근황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으로 시작하는 것 같은데요. 라디오스타 같은 예능 시작할 때도 자주 근황으로 시작하죠. 최근에 개봉하게 되는 영화, 드라마 혹은 신곡 등의 홍보로 시작을 하는 것처럼 말이죠.

 저는 쉽게 제 이야기, 제 주변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제 이야기를 하는 걸 좋아한다고 할까요? 내 이야기를 가까운 사람들과 공유하다 보면 마음을 열고 한 발자국 더 가까워지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사회에 나와 사람들을 만나 저의 사적인 이야기를 쉽게 드러내다 보면 그게 발목을 잡을 때도 있고 혹은 저 자신을 우습게 보는 사람들도 더러 생기는 지라 공적으로 만난 사람에게 사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을 자연스레 자제하게 되었습니다. 




하 지만 이번엔 주변 사람들에게 제 이야기를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제 주변 가까운 사람에게는 모두, 제 이야기를 해야 했습니다. 38 살이라는 제게 암이라는 병이 생겼고, 치료가 되는데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요.

 팩트는 "문제는 발생했고, 치료할 방법은 있다"였습니다. 하지만 깊게 들어가면 "가장 효과적인 건 절제술이지만 혈관을 찌르고 있기에 절제술은 불가능, 진행할 경우 대부분 결과가 안 좋음. 종양 주변 혈관 발달이 약해 색전술 효과가 미미할 것으로 예상, 양성자라는 비교적 새로운 치료술이 유일한 치료로 보임."  이렇게 다소 긴 설명이 필요했고 그때 당시 나는 "방법이 없다. 양성자 치료를 한번 시도해보자"라고 받아 드렸던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에 몇 없는 기기로 치료하는 방법 이외엔 없는 상황이었으니까요. 지금 생각해보면 나의 경우 양성자치료라는 치료가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니 진행하자는 내용이었는데 저는, 그때의, 저에게는 조금은 안 좋게 들렸던 모양입니다.


 다른 사람보다 부모님에게 먼저 말씀드려야 하는데 얼굴 보러 가서 말씀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머리가 먹먹하더라고요. 일단 집에 돌아와서 마음을 진정시키고 현실을 받아들이기도 힘든 상황이었지만 단순화하기로 했습니다. "문제는 발생했고, 치료할 방법은 있고, 나는 치료가 되어 완치될 거다." 팩트를 전달하자.라는 마음을 먹었지만 그렇게 쉽게 행동이 되지 않았습니다. 아무래도 안 좋은 병이고 안 좋은 상황이었기에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미션 같았습니다.

 세상 어려울 때  부모님 다음으로 생각나는 건 바로 누나입니다. 저보다 3살 많은 누나는 집안에 문제가 생겼을 때면 언제든지 손을 뻗게 되는 게 누나인데요. 이번에도 누나에게 먼저 말했습니다. 누나가 정리를 해 줬습니다. 가지 마라, 감정 소모만 될 뿐이다. 내가 전달할 테니, 기다려라. 그렇게, 부모님에게 직접 전달하지 못했습니다. 다시 돌아가도 직접 전달을 하지는 못할 것 같네요.




  그리고 빠르게 움직여야 했습니다. 우리나라엔 병원은 많으니, 다른 시선을 가진 교수님이, 다른 획기적인 방안을 가진 병원이 또 있을 수 있으니까요. 다음날 예약된 곳에 병원 검사 결과를 바리바리 싸들고 가야 했습니다. 그전에 해야 할 일이 하나 더 있었습니다. 바로 회사에 보고, 공유를 해야 했습니다. 회사에 한 파트의 장으로 있었고 여러 프로젝트에 문어발식으로 업무가 엮여 있었기에 주변에 상황을 정확히 인지 시켜 주는 게 좋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출근을 하고, 자리를 정리하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이 출근을 하고 인사를 하고 하는 와중에 자리 정리를 마쳤습니다. 그리고 팀장님과 윗분들에 인사를 드리고 우선 장기간 연차를 사용할 예정이었습니다. 다행 아닌 다행인 건, 1월 초라 대부분의 업무를 작년에 정리하고 새로운 그림을 그리는 시기라 는 것..?일까요. 어느 회사든 한 사람 빠진다고 크게 영향을 받진 않을 테니까요. 일에 빠져 일할 땐 내가 없으면 안 될 것 같은데 말이죠. 

 아무튼, 이제 같이 일하는 동료들에게 이야기하고 병원으로 가야 했습니다. 같이 일하는 직원 중에 직접적으로 일 하는 몇몇과 회의실에 가서 이야기하였습니다. 천천히 되도록 감정적이지 않으려 노력했습니다. 한마디 한마디 할 때마다 에너지가 너무나 많이 쓰였습니다. 등줄기에 땀이 흐르고 목은 말라가고 화장실이 가고 싶었지만 제 이야기를 전달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한마디를 덪 붙였습니다. 더 이상 이곳에 업무를 하러 돌아올 확률은 0%에 가까울 것으로 보인다고....

 그리고 친하게 지내던 다른 동료, 선배 후배들을 보지 못했습니다. 그들을 보며 이야기를 할 에너지가 더 이상 없을 것 같았기에 병원을 가야 하기에 시간이 없다는 기회 아닌 기회로 다른 사람들과의 대면을 피했습니다. 지금 누군가를 또 만나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면 걸을 힘조차 없을 것 같아 피하고 바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쏟아지는 전화를 단 하나도 받지 못했습니다.




 친한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할 때, 업무적으로 얽힌 상황에서, 우리는 카멜레온처럼 상황에 따라 다른 애티튜드로 사람을 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때 적절한 에너지를 적재적소에 사용해야 효과적인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내 이야기를 할 때, 나의 힘든 점을 이야기할 때 애티튜드? 에너지 분배? 저는 아직도 효과적인 방법을 찾지 못했습니다. 아직도 말하지 않고 있습니다. 한 가지는 확인했습니다. 절실히 원하는 이야기를 전달할 때, 진실을 담아 말할 때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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