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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윤대디 Jul 29. 2022

마법같이 다가온 하루

지금 내 옆에 있는 소중한 이를 만난 그날

그녀를 처음 만난 건 일요일 아침 버스, 캐나다 빅토리아에 도착한 두 번째 일요일 아침이었어요.


 우리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탄 그녀는 검정 원피스를 이쁘게 입은 채 올라탔는데 한눈에 들어왔다. 일본인? 한국인? 선글라스를 낀 그녀의 국적을 짐작하던 와중에 목적지가 와서 먼저 내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마음속으로 "다음에 만나면 말이라도 걸어봐야지" 하고 다짐을 하였지요.


하우스메이트였던 같이 가던 형과도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다음에 만나면 꼭 다시 만나면 말 걸어 봐야겠다고 말이죠. 그렇게 불순한(?) 생각을 하고 도착한 성당에서 제일 앞에 앉아있는 검정 원피스를 입은 그녀를 발견하였어요!  이건 운명인가? 옆에 있던 형의 옆구리를 찔러가며 저기에 그녀가 있노라고 이것은 운명이라며 다가가서 말을 걸었습니다. 버스에서 봤노라고 어찌 된 거냐며 성당에 올 건데 왜 거기서 내렸는지 물어보았지요. 우리 집과 가까운 곳에서 홈스테이 하던 그녀는 시내에서 다른 분들의 차를 얻어 타고 도착한 것이었습니다. 버스를 두 번 갈아타서 오지 않고 편히 온 거지요.




그렇게 첫 만남 이후 월, 화, 수 매일 만났습니다. 이야기도 잘 통했고 말 한마디 한마디 행동하나 하나가 너무나도 제 마음을 설레게 한 것 같아요. 그렇게 첫눈에 반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수요일에는 제 셰어하우스에 초대해서 한국음식을 해 주었어요. 물론 음식 솜씨가 좋지는 않았지만 공통된 이야기를 할 수 있었고 느낌이 너무 좋았어요. 다가오는 일요일이 내 생일이니, 생일에 고백을 해야 하겠다는 생각을 했지요. 만난 지 일주일 만에 고백할 계획을 짜면서도 너무 이른 고백을 하는 게 아닌가 고민을 해 가면서 저녁식사 후 집까지 데려다주었습니다.


 그녀의 집은 우리 집에서 걸어갈 수 있었고 천천히 어두운 빅토리아 시골길을 걸으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녀의 집에 다가갈수록 어느새 저는 떨리는 손으로 그녀의 손을 잡았고 두근대는 마음으로 고백을 했습니다.


“나.. 나랑 만날래?”


일요일에 생일 저녁에 실은 생일이었다며 좋은 레스토랑에서 멋지게 고백해야 하겠다는 계획을 머릿속에 가졌었는데.. 갑자기 수요일 밤 , 만난 지 3일 만에 고백을 해버렸습니다. 이렇게 아무런 무드 없이, 계획도 없이, 멋도 없이....

(망… 망했나..)


Yes 도 No 도 없이 그녀는 애매모호? 하게 들어갔고 저는 집에 들어와 땅을 치며 후회했습니다. 내가 뭐에 홀린 건가! 왜 그랬을까… 후회를 하며 잠에 들었습니다. 
그다음 날! 그녀는 예상치 못하게도 Yes 했고 그렇게 이쁘게 만나기 시작했습니다. 훗날 들어보니 그날 엄청나게 떨리는 제 손이 너무 귀여워 보였고 그 마음이 전달되었었다고 합니다. 


 그렇게 마법 같은 가을을 머나먼 타지에서 마지 했었고 그렇게 만난 그녀와 약 4년간의 열애와 9년간의 결혼생활을 진행 중이랍니다. 그때 나에게 마법같이 다가왔던 가을이 많이 생각나는 오늘이네요. 그날이 있었기에 오늘의 행복한 하루하루가 있는 것 같습니다.


 여러분에게도 마법 같은 하루가 오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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