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투윤대디 Aug 09. 2022

그녀에게 스며들던 날들

고백을 하기 전 그녀와의 만남, 추억속의 이틀


일요일에 처음 만난 그녀와 나눈 이야기에서 그녀는 오전 학원 이후 주로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낸다는 것을 알아냈었습니다. 앉아서 숙제를 하기도 하지만 다양한 친구들과 이야기를 한다더군요. 바로 다음날인 월요일, 학원이 끝난 뒤 도서관으로 발걸음을 재촉했습니다. 그리고 우연히 만난 것처럼 자연스럽게 다가가기 위해서 두리번두리번하며 그녀의 위치를 찾아보았습니다.


 빅토리아의 도서관은 마치 대학 도서관의 축소판이었는데, DVD도 빌릴 수 있고 책도 많고 공간도 꾀나 컸습니다. (내 기억 속에 외곡이 있을지도?) 암튼 덕분에 처음 가본 도서관을 둘러보다가 어디서 본듯한 가방을 보고 "이곳이 구나" 하고 주변에 자리를 잡고 주변을 어슬렁어슬렁 다녔답니다. 어디 있나~ 찾으러 갔는데 뭔가 분위기가 이상함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녀는 잠시 자리를 비웠을 때 지갑을 소매치기당했고 당황한 상태였어요. 이 여자.. 돌봐줘야겠다 싶었답니다. 같이 나가 버스 정액권을 사주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잃어버린 지갑에는 버스 정액권을 비롯해 홈스테이 키 두 가지가 중요했고 현금은 많이 없었기에 큰 피해는 아니었다고 했습니다. 열쇠는 내일 복사를 해야 했고 매우 자연스레 같이 가주겠다 하며 다음 만남을 잡았답니다.

 

 저는 이번 달에 이곳 빅토리아에 새로 왔고 그녀는 몇 달 전에 왔기에 내일은 겸사겸사 시내 소개를 해달라고 요청을 했지요. 집이 가깝다 보니 같은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게 되었고 버스에서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지금도 차에서 운전을 하면서 많은 이야기를 하는데 그때부터 그런 시간을 보내서 그런지 마주 보며 이야기할 때 보다 같은 곳을 바라볼 때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습관이 생긴 것 같습니다.




 밴쿠버섬의 프랜차이즈 시리우스 커피, 팀호튼 같이 광역화한 커피 브랜드는 아니지만 빅토리아에는 꾀나 많이 있었던 커피숍이었습니다. 다양한 메뉴와 코지 한 인테리어..(인데도 있고 그냥 프랜차이즈 같은 매장도 있었고)가 마음에 들었답니다. 빅토리아 시내의 예이츠 스트리트에 있었던 그 커피숍은 그녀의 학원과 가까이 있었기에 자주 들린 곳인데 소매치기당한 뒷날에, 시내를 소개받기로 한날에도 그곳에서 기다렸어요. 조금 일찍 끝난 나는 먼저 도착해서 따뜻한 햇살이 비추는 소파에 앉아 두근두근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답니다.


 지금은 아메리카노만 마시지만 그때는 스트로베리 스무디를 사랑했었고 특히 그곳에는 생과일을 얼음이랑 한 번에 윙~ 갈아주는 스무디가 맛있었기에 스트로베리 스무디를 마시며 기다렸습니다. 그렇게 학원이 끝난 그녀와 시내를 돌아다니며 더욱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그녀와 자주 만남을 가졌던 시리우스 커피와 스트로베리 스무디는 우리에게 많은 추억과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주었는데 시리우스 커피는 자주 갔던 데이트 장소였기에 다시 찾아가고 싶어서 구글 스트리트뷰로 열심히 찾았던 장소 중에 하나이지만 지금은 다른 커피숍으로 바뀐 것으로 보여 아쉬워하고 있습니다. 스트로베리 스무디는.. 그때는 몰랐는데 훗날 그녀에게 그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남자가 관심 있는 여자를 커피숍에서 기다린다면 에스프레소는 오바라도 아메리카노는 마시고 있어야 했어야 하는 거 아니냐며.. 어린아이처럼 "딸기 스무디를 쭐쭐 빨며 기다리고 있었다고” 여러 번 반복되는 레퍼토리랍니다.ㅎㅎ "아니 25이면 어린 거고 그 집은 스무디가 맛있었다고! "라고 매번 반박하곤 한답니다.



이전 06화 마법같이 다가온 하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