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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윤대디 Oct 11. 2022

책임감이라는 단어의 무거움

소년이 청년으로 그리고 어른으로 가는 길

최근에 친구가 결혼을 했습니다. 저보다 약 10년은 늦게 결혼을 했는데 집에 일찍 일찍 들어가려는 마음이 없는 것  같아서 의아하게 생각하였습니다. 오해할까 봐 말씀드리자면, 일끝 나면 바로바로 집으로 가지만 개인적인 약속이나 다른 일이 있을 때, 취소하거나 일정을 낮으로 조정할 수 있는 일에 굳이 조정을 하려 하지 않고 편하게 일을 보고 집에 들어가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이 모습이 10여 년 전 저의 모습과는 다르게 보였습니다. 저는 있는 약속 없는 약속 모두 잡지 않거나 미루고 꼭 필요한 업무로 인한 야근이 아니면 될 수 있으면 야근도 하지 않고 집으로 향했습니다. 십여 년이란 시간이 지난 만큼, 그 시간만큼 나이가 들었으니, 그럴 수 있겠다 라는 생각을 하다가 그것뿐만은 아니라는 것을 문득 깨닫게 되었습니다. 




 저는 지난 글에 적었듯 캐나다에서 와이프를 만났습니다. 첫사랑으로 만나 캐나다에서 불같이 사랑을 하고 한국으로 거의 동시에 한국으로 들어왔지만 인천과 대구라는 거리가 우릴 기다리고 있었고 거리가 무색하게도 우리는 잘 지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현 와이프 구 여자 친구 님이 졸업을 하고 취직을 서울로 하면서 좋기도 하면서도 부담이 되기도 했습니다. 지방보다는 서울이 일자리가 많고 그곳에 취준생으로 힘들게 있느니 올라와서 빨리 취업을 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내가 없었어도 서울로 왔을까?라는 의문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습니다. 그것과 관계없이 제가 취업한 순간부터 결혼하자고 프러포즈인지 조르기인지를 하던 와중이라 더욱 빠르게 결혼을 진행시키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결혼을 하고 서울로 신혼집을 마련했는데 당연하게도 와이프는 친구도, 동료도 가까이 있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집에서 나만 바라보고 기다리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 시작했고 내가 늦으면 늦게까지 밥을 먹지 않고 기다리다 같이 밥을 먹고, 내가 회식이나 야근이 있는 날이면 라면 같은 것으로 저녁을 대충 때우기도 하는 와이프의 모습을 보면서 "아! 내가 빨리 들어가서 와이프와 시간을 더 많이 보내야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친구가 가까이 있지만, 와이프는 두세 시간을 가야 친구들을 만날 수 있으니 나도 친구들을 가끔 보면 되는 거 아니겠는가. 그렇게 우리 둘 사이가 좋아지면서 한편으로는 내가 책임져야 하는 가족이라고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얼마 가지 않아 임신을 하면서 더욱 확고해졌습니다. 와이프는 임신 초기 입덧이 심한 편이라 잘 먹지도 못했는데 내가 캐어를 해줘야 한다고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고생을 하고 있는 원인이 나라는 사람 때문이라고 도 생각이 들었으니까요. 처가가 두세 시간을 가야 있는 곳에 있다는 것도 쉽사리 오시기가 여의치 않았기에 내가 책임지고 돌봐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때부터였을까요? 어떻게 보면 당연하지만 와이프와 아이들을 내가 책임져야 하는 가족의 일원이라고 생각을 하면서 내가 그들을 이끌어야 한다고 생각이 강해졌습니다.


 그들이 올바르게 될 수 있게 조언하고 문제가 생기면 같이 있어주고 해결해 주기 위해 노력하는 등의 일에 약간은 강박인 것처럼 민감하게 받아들이곤 했습니다. 한 번은 임신한 와이프와 함께한 모임자리에서 치킨집 종업원들과 시시비비가 붙었는데 친구들과 내가 여러 번 설명했음에도 다른 분이 뒤에서 와서 우리 와이프에게 왜 그러느냐 따지는 것을 보고 나는 난생처음 가게라는 곳에서 소리를 질렀습니다. 뭐 하는 거냐고 몇 번을 말해야 하냐고. 그들의 답답한 행동보다는 뒤에 있는 임신한 와이프에게 따져 물었다는 것에 화가 난 것 같습니다. 그날 이후로 가끔 이성의 끈이 끊어진 것처럼 가끔 예민하게 구는 내 모습을 보며 나 스스로 이상하다고 생각할 때가 있습니다.


 그렇게 나는 이 가족을 책임져야 하고 이끌어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하다 보니 약한 모습을 보일 수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부모님에게 보이자니 걱정만 끼쳐 드리는 것 같고 성격 탓 인지 술을 마시며 주변에 푸는 건 잘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힘이 들 때면 차에 가서 풀 때가 종종 있었지요. 미친 듯이 달리는 게 아니라 조용한 지하 주차장 차 안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갖다 보면 화나거나 힘든 감정이 조금씩 안정적으로 되기도 하였습니다. 그래서 아직도 차 안이 제일 편할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많이 달라진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많은 부분을 와이프에게 의지하며 같이 해쳐 나아가고 있지요. 아직 모든 것을 내려놓은 것 같지는 않지만 그 전보다는 많은 부분에 있어서 와이프에 때로는 의지하고 때로는 상의하며 많은 부분을 처리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변화한 데는 나한테 큰일이 생겼을 때 사람은 변하게 된다.라는 규칙 덕분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무튼 변화된 삶을 살면서 이전보다는 한결 가벼운 마음을 가지며 살고 있습니다. 가끔은 내가 필요 없어 진건 아닐까 하는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 때도 있지만 그게 아니라는 걸 알고 있습니다. 와이프와 대화하고 서로 기대면서 함께 노를 젓고 있으니까.


여러분도 인생의 노를 함께 저으세요, 혼자 모든 걸 짊어 지려하지 말고 함께하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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