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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지 Mar 24. 2022

그러면 너희가 잘될 것이다.

2022. 3. 24 매일묵상

"내가 너희에게 명령하는 길만 온전히 걸어라. 그러면 너희가 잘될 것이다." (예레 7,23)


성경을 읽다보면, 밑줄을 쫘-악 긋고 싶은 구절을 만나게 됩니다. 

뭐든 이루어질 것 같은, 내 소원이 무엇이든 다 들어주실 것 같은 그런 마법같은 문장들 말입니다. 

그럴땐, 성경이 하느님 말씀이 아니라 지니의 요술램프처럼 느껴지기도 하지요..

오늘 독서의 말씀도 그런 말씀들 중의 하나입니다. 


'너희가 잘될 것이다.'


참 든든하지요. 내가 잘될 거라는 말은 밑도 끝도 없이 좋아요. 들어도 들어도 질리지 않음은 물론이구요. 그런데 성경 말씀을 한 구절 딱 떼어 읽지 않고 앞 뒤 맥락에 따라 읽다보면, 그 말들 앞에는

참으로 어려운 하느님의 조건들이 따라붙는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오늘 말씀도 마찬가지에요. '그러면 너희가 잘될 것이다.'라는 축복의 말씀 앞에는

'내가 너희에게 명령하는 길을 온전히 걸으면.'이라는 단서가 붙습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명령하신 길은 어떤 길일까 생각해보았습니다. 그것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것처럼, 도둑질을 하지 말고, 간음하지 말며, 주일을 거룩하게 지내는 그런 굵직굵직한 명령들뿐이 아님은 오래 생각하지 않아도 알 수 있지요. 그런 당연한 도덕율을 잘 지키고 산다고 우리의 앞길이 꽃길이 된다면 굳이 우리에겐 하느님이 필요하지 않을 것입니다.



하느님 말씀을 따르려 했을 뿐인데..


저는 오늘 엄마와 산책을 했어요. 누구에게나 그렇겠지만 엄마는 저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제가 세상에서 가장 의지하는 한 사람이에요. 그 엄마가 얼마전 코로나에 걸린 이후로는 말도 안되게 기력이 떨어지셨습니다. 마음이 아프지만 뭘 어떻게 해드릴 수가 없다는 게 더 안타까운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아주 잠깐이라도 엄마와 매일 전화하고 엄마의 이야기를 들어드리고 맞장구 쳐드리고 엄마와 함께 산책을 합니다. 너무 당연한 일 아니냐고요? 그러게요.. 이 당연한 일을 저는 늘 미루고 살았네요...ㅠㅠ


엄마에겐 제가 정말 유일무이한 존재입니다. 언니가 외국에서 사는 바람에 둘째인 저는 본의 아니게 외동딸처럼 살고 있거든요.. 젊을 때는 가까이 사는 엄마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했었습니다.. 홀로 육아와 가사를 도맡아야했던 저로서는 엄마의 도움에 전적으로 의지할 수밖에 없었거든요.


그런데 아이들이 크고 친정엄마의 잔잔한 도움이 필요없어지자, 저만 바라보는 엄마가 귀찮게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늘 내 안부를 먼저 물어주고, 내가 필요하다 하기 전에 내가 필요한 것을 먼저 알아채는, 나만 바라보는 엄마가 부담스럽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ㅠㅠㅠㅠㅠ)


늘 두 아이와 제 일때문에 바쁜 저는 잠시 시간이 나면 친구들도 만나고 싶고, 아이 친구 엄마들도 만나 수다도 떨고 싶었어요. 말 그대로 엄마가 아닌 다른 사람을 만나는 재미에 빠져 있었지요. 그런데 작년 성경통독을 하면서부터 조금씩 마음을 바꾸어가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하고 싶은 것만 하는 사람이 되지 말자.. 내가 할 수 있는 선행과 희생을 쌓아나가보자.. 그런 생각들..


그 후로, 시간이 나면 엄마와 놀기 시작했어요. 엄마와 마트에 가고, 엄마와 산책을 가고, 엄마와 예쁜 까페에 가서 커피를 마셨습니다. 처음부터 그 일들이 모두 좋았던 것은 아니었어요. 죄스럽지만 이것이 처음에는 하느님께 드리는 저의 선행이었습니다.


그런데 엄마가 아프시고, 격리중이라 얼굴도 못보게 되자 덜컥 마음이 내려앉았습니다. 엄마의 시간... 남아 있는 엄마의 시간은 그 누구도 알 수 없으니까요... 여러 기저질환을 가진 엄마와의 하루하루가 그저 너무나 소중한 날들이라는 것을 이제야 깨닫게 된 것이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그렇게 저에게 좋은 것을 또 하나 주셨습니다. 어떤 마음으로 시작했든 저는 하느님의 말씀 덕분에 엄마와의 애틋한 시간들을 쌓아갈 수 있었고, 앞으로도 더 기쁘게 그 시간들을 살아갈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모든 의심을 접어두고, 무조건 하느님의 말씀을 살려고 노력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요...

그것이 무엇이든, 제가 생각하지도 못했던 많은 것들을 제 품에 담아주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내일은 엄마와 백화점에 가기로 했습니다. 제가 신고 있는 운동화를 보시더니 너무 편해보인다 하시네요.

그냥 보통의 저렴한 런닝화였는데, 그런 신발은 대체 어디서 사느냐고 물으셨습니다. 저에게는 너무나 쉬운 일이 엄마에게는 점점 어려운 일이 되어가는 것 같았어요...ㅜㅜ.

내일은 엄마에게 편하고 예쁜 운동화를 사드릴 겁니다. 생각만 해도 좋네요..


제게 이런 벅찬 시간들을 허락해주신 하느님께 감사하며...

오늘도 좋은 밤 되셔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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