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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지 Mar 26. 2022

내 것이 다 네 것이다.

2022. 3. 26. 매일묵상


"얘야, 너는 늘 나와 함께 있고 내 것이 다 네 것이다." (루카 15,31)


오늘 복음 말씀에서 나오는 큰 아들과 작은 아들에 관한 비유 말씀은 유명한 이야기이지요. 그런데 이 말씀은 제 마음이 어떤 상태에 있느냐에 따라 매번 다르게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주로 저는 큰 아들의 억울함(?)에 잘 이입이 되었던 것 같아요. '아버지 옆에서 성실하게 일하는 건 난데 왜 진탕 놀고 온 동생을 저렇게 반겨주는 거야! 대체 왜? 억울해!!' 라는,,, 아주 저차원적인 복음 해석을 주로 했었지요.


그런데 오늘은 이 말씀이 조금 다르게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그런 생각도 들었어요. 특별히 사순시기에 이 말씀을 주시는 이유가 무엇일까.. 어쩌면 아마도 너무나 쉽게 우리가 큰 아들처럼 생각하려는 유혹을 받기 때문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내가 받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고, 여러모로 나보다 부족한 누군가가 나보다 더 나은 것을 누리면 '이건 아닌데!' 라고 생각하는 마음이요.


작년에 성경통독을 하면서 깨달았던 가장 큰 한가지를 꼽으라면, 하느님의 선택과 방식, 그리고 하느님의 판단 앞에서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겸손하게 순응하는 것 뿐이라는 사실이거든요.. 그 간단한 진리를 두고, 하느님의 뜻을 제 방식으로 판단하려는 유혹을 경계하라고, 특별히 사순에 이 말씀을 해 주시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저희 집에서도 가끔 이런 일들이 일어납니다. 이제 막 사춘기에 접어든 둘째가 저에게 가끔 그런 말을 해요.


"엄마, 왜 언니 편만 들어?! 나도 사춘기인데!! 언니 사춘기때는 나보고 다 참으라며~ 그럼 언니가 나 사춘기 때 다 참아줄꺼라고! 그런데 내가 사춘기가 되니까 또 언니 고등학생이라고 또 나보고 참으래~ 왜 나는 맨날 참기만 해야 돼~"


저는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웃음이 나오기도 하다가, 아이를 안고 토닥거립니다.


"너는 엄마랑 하루종일 같이 있고, 엄마랑 같이 잠도 자고, 엄마랑 이야기도 많이 하고, 엄마가 언니보다 더 많이 안아주잖아~. 그런데 언니는 밤에 아주 잠깐 보니까 그 정도는 니가 이해해야지~"


라고 말해주지요. 썩 이해가 가는 표정은 아니지만 대충 그렇게 상황은 정리가 됩니다.. 둘째도 아마 억울하기는 하겠지만 이해해 줄거라 믿습니다.. ^^


하느님과 저와의 관계도 그런 것이 아닐까요...? 저는 예전에는 드라마틱한 작은 아들의 삶이 좋았는데요.. 요즘은 평생 큰 아들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냥 하느님 말씀을 잘 따르고, 하느님의 뜻을 제 마음대로 판단하지 않고, 그냥 조금 억울해도 크게 엇나가지 않고 하느님 옆에서 잔잔하게 붙어 있고 싶은... 그런 마음이랄까요..


하느님 옆에서 하느님 말씀을 따르며 산다는 것이, 많은 유혹도 넘어야 하고, 때로는 하기 싫은 일도 해야 하는 일이겠지만,,, 그렇게 살다가 나중에 하느님께 그런 말을 들을 수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얘야, 너는 늘 나와 함께 있어 주었구나..."


그런 삶을 꿈꾸며,,, 저는 오늘도 사춘기의 두 딸들과 열심히 씨름하렵니다..^^

좋은 주말 되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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