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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이첼쌤 Apr 03. 2024

ADHD팔이는 아닙니다만

나도 이런 글만 쓰는 내가 지겹다고

짧지 않은 브런치 활동 기간동안 몇 번의 악플을 경험했다. 그간 발행한 백개가 훨씬 넘는 글 중에서 서너개의 글에 악플이 달렸다. 그 중 어떤 댓글은 합리적이고 나름 타당한 이유를 든 반박이어서 무안함과 민망함을 느끼기도 했다. 그 글은 지금 생각해보면 조금 편협하기도 했고, 지극히 나만의 시각에서 쓰여져 있어서 어떤 사람들이 보기에는 자기 자식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엄마로 비춰진듯했다. 


그 때는 솔직한 내 마음을 있는 그대로 쓴건데 왜 이렇게 안 좋은 반응이 생기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러면서 배웠다. 너무 솔직한 내 속마음을 있는 그대로 다 드러내는것도 위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어떤 이에게는 그런 속마음이 불편할 수 있다는 것을. 덕분에 글에는 약간의 정제와 나를 덜 드러내는 기술도 필요하다는 걸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브런치 돈 된다더니 똥글이 난무하네"라는 댓글까지 경험해봤지만 큰 상처가 되지는 않았다.

내 글이 똥글이라서 죄송합니다, 똥글을 읽는 당신은 뭔데? 등 뭔가 그 댓글에 나도 똑같이 응수하고 싶었지만 독자가 똥글이라고 느꼈다면, 적극적으로 그 생각을 표현하기 위해 브런치에 로그인해서 댓글까지 다는 정성을 보였다면, 내가 뭐라고 맞서도 별 의미가 없을 거라는 결론을 내렸다.



몇 개의 부정적인 댓글 중 내 뇌리에 강하게 남아있는 몇 개의 악플 중에 단연코 1위는 바로 이거다.


"ADHD팔이 하고 있네."



내 글 소재의 지분 중 80퍼센트 이상은 아이의 아픔에 대한 것이다. 지금 내 인생에서 총력을 쏟고 있는 가장 큰 대상도 아이다. 그게 내 한계다. 그 한계로 인해 나는 자꾸만 아이에 대한 글을 쓴다. 애 때문에 속상했던 일, 당황했던 일, 부끄러웠던 일, 고민되는 일, 우울했던 일 등 뭐 썩 긍정적인 내용은 없고 죄다 음울하고 부정적인 내용 위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육아가 늘 행복과 희망으로 가득찬 즐거운 일은 아니기에 이런 소소한 에피소드와 찌질한 감정들에 공감을 느끼는 독자도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참 부지런히도 썼다. 가끔은 걱정되기도 했다. 이러다 애 신상이 털리는건 아닌지, 너무 자세히 묘사되어서 누가 나랑 내 아이를 글을 통해 알아보기라도 하면 어쩌지 하는 걱정도 자주 들었다. 그만큼 일상에서 겪었던 일들을 여과없이 토해낼 때가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DHD팔이"라는 말에 대해서 나는 강력하게 반박하고 싶다. 결코 아이의 아픔을 가지고 그걸 이용해서 무언가를 팔고 이득을 얻기 위해서 글을 쓴게 아니라고.


물론 브런치에 글을 쓰는 모든 작가님들과 마찬가지로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그리고 충분한 실력과 내공이 쌓인다면 책을 출간하고픈 어렴풋한 꿈도 있지만 아직 부족하기에 한참 멀었다는걸 안다.


최근에는 작가응원하기 기능이 생겨서 직접적으로 일정한 금액을 후원해주는 형식이 가능해졌지만 그 당시에는 그런 기능도 없었다. 나는 브런치 내에서도 유명한 위치도 아니기에 그런 후원을 받아보는 것도 어렵다. 

고로, 내가 아이에 대한 글을 씀으로 인해서 어떤 금전적 이득을 취한것도 아닌데 adhd팔이를 하고 있다고 하니 너무 억울했다.


너무나 억울해서 어디가서 읍소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이런 이야기를 받아줄데는 더더욱 없었다. 내가 브런치에 글을 쓴다는 사실은 나밖에 모른다. 가족도, 친구도 아무도 모른다. 익명성을 보장받을 수 있어야 진정으로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아서 앞으로도 혼자만의 세계를 구축하고 싶다. 지인이나 가족 중 누구라도 알게되면 내 깊은 내면과 바닥이 드러나는 것 같아서, 무서워서 글을 다 내려버릴지도 모른다.


그나마 위로가 되는 사실은 브런치에는 인스타그램처럼 늘 아름다운 인생들만 가득하지 않다는 것이다. 나보다 훨씬 힘들어보이는 사람도 많고, 더 큰 삶의 고난과 역경을 겪어내고 있는 작가님들도 많이 보인다. 그래서 위로가 되었고, 덕분에 나의 불행(?)도 용기내서 써내려갈 수 있었다.


아이에 대한 글을 그간 백개 이상 써왔지만, 죄다 불안감과 걱정으로 가득차 있다. 그리고 중요한건 각각의 소재는 조금씩 달라도 결국 아이의 고유한 발달장애 증상으로 인해 겪을 수밖에 없는 상황들이라서 결국에는 다 엇비슷하다.


새로움이 없다. 나라는 사람이 매일 새로워질 수 없기에 항상 새로운 글을 쓸 수는 없지만 내가 쓰는 아이에 대한 글이 나 스스로에게도 조금 지겨워졌다. 조금씩 늘어나는 구독자수를 보면 흐뭇함도 느끼지만 동시에 부담감도 생긴다. 나조차도 내 글이 지겨운데 독자님들 또한 비슷한 생각을 하지 않을까. 또 비슷한 그 이야기네, 또 발달문제 타령이네, 또 사회성 부족 이야기네 하면서 지긋지긋하다 하지는 않을까 노파심이 올라온다. 


이제는 평범하기 그지 없는 내 일상에서 조금 더 새롭고 신선한 소재를 발굴해서 쓰고 싶다. 그런데 아무리 골몰히 새로운 쓸거리를 생각해보아도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 지금 내 삶의 가장 큰 화두는 아픈 자식이라서, 그것으로부터 벗어나기가 참 어렵다는 사실만 깨달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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