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북서향 집 생활이 약 1년을 맞이했다.
생활은 다소 불편했지만, 작업하기에는 괜찮았다.
추운 겨울도, 더웠던 여름도 잘 적응하며 살았다.
최근의 가을은 너무나도 짧아 제대로 기록을 남길 순 없었다.
이불 밖을 나왔을 때 차가운 기운이 느껴지거나 뜨끈한 국물이 생각나면 그때부터 가을 시작이다. 그리고 북서향 집에 들어오는 햇빛이 약해져 어두워지면 ‘아. 이제 겨울이구나’ 하며 겨울맞이 준비를 한다.
이곳에서, 북서향 집에서 에세이, 웹소설, 일러스트 작업을 했다.
그리고 계속 진행 중이다.
몸의 피로가 쌓여 꾸벅꾸벅 졸다가도 차가운 기운에 다시 머리를 식히며 작업을 계속했다.
온종일 집에서 작업하느라 계절의 변화도, 시간의 변화도 제대로 느끼지 못하며 살았던 것 같다. 특히 북서향 집은 햇빛이 들어오지 않아 아침부터 캄캄했는데 전등 빛에 익숙해져 있다 보면 어느 순간 밤이 되고, 계절이 변화했다.
한동안 놀러 다니지 못했다는 아쉬움도 있지만,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이기도 하니, 잠시 아쉬움을 접어두자.
다시 북서향 집에서의 계절 이야기를 하자면,
가장 견디기 어려웠던 계절은 여름과 겨울이었다.
글을 마무리 지으며, 내가 살면서 겪은 북서향 집의 계절별 특징을 이야기해보기로 한다.
참고로 밑의 특징들은 전문적이라기보단 개인적인 생각과 경험이 들어있는 글이다.
북서향 집 사계절의 공통적인 특징은
온도 변화가 적다.
햇빛이 들어오지 않는다.
빨래가 빨리 마르지 않지만, 바람이 불면 괜찮다.
[봄]
가장 살기 좋았던 계절 1위. 하지만 짧았다.
가장 온도가 적당하다. 습도도, 바람도.
빛이 잘 들어온다.
[여름]
북서향 집에서는 최악의 계절.
덥다. 정말 덥다. 바람이 불지 않아 정말 덥다. 찜질방이 된다.
햇빛이 들지 않기 때문에 습도가 금방 올라간다.
여름은 다른 계절보다 습도 관리를 안 하면 곰팡이가 생기기 쉽다.
[가을]
가장 살기 좋았던 계절 2위. 하지만 짧았다.
계절 변화를 크게 느낄 수 없는 계절이었다.
어느 순간 바람이 싸늘해졌는데, 벌써 겨울 준비를 하고 있다.
힘들었던 여름이 지나갔다는 걸 느끼게 해 준다.
[겨울]
살기 좋았던 계절 3위.
습도가 크게 떨어진다. 그래서 더 춥게 느껴진다.
웃풍이 불게 되면 집안 온도가 서늘하게 내려간다.
목욕하고 나왔을 때 서늘해서 기분 좋다. 꼭 노천탕 느낌이 난다.
누군가에게는 장점이, 누군가에게는 단점이 될 수도 있는 특징이다.
누구에게나 드림하우스는 있다.
하지만 완벽한 드림하우스에 살기는 현실상 어렵다.
그래서 나는 좋은 기회가 올 때까지 적응을 선택했다.
몽글몽글한 추억이 아니더라도 나만의 이야기가 쌓인다.
힘들었던 일, 좋았던 일, 슬펐던 일을 북서향 집에서 쌓아나가고 있다.
이 공간에서 겪었던 힘들었던 이야기도,
언젠가 가볍게 풀 수 있을 만큼 성장했으면 좋겠다.
완벽하지 못해도 적응하다 보면
어느 순간 애증이 담긴 이 공간에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 글을 쓰는 나는 지금도 북서향 집에 살고 있고, 이곳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
앞으로 어떤 집에 살게 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새로운 곳에 갈 계획이 생겼을 때,
북서향 집에 살게 되는 날이 다시 온다면 그때도 지금처럼 적응하면서 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