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을 작업공간으로 만들었어요
내가 어릴 적 살았던 집은 남향이었다.
그중 내 방과 부모님 서재는 북향이었다.
그렇게 북향 방과 인연을 맺게 되었다.
어린 시절 동생과 방을 나눌 때, 나는 북향 방을 골랐다.
내가 고른 방은 벽장과 베란다가 있는 구조였는데, 나는 작지만 아늑한 다락방 같은 방이 좋아 북 향방으로 정했다.
햇빛을 잘 못 쬐는 체질이었기 때문에 방에 햇빛이 안 들어오는 건 오히려 나에게 좋았다. 고층 아파트에, 어두운 듯하면서도 창문이 꽤 컸기 때문에 반사 빛은 잘 들어오는 편이었다.
“춥다….”
다만 좀 견디기 힘들었던 게 있다면 추위였다. 햇빛이 들어오지 않는 내 방은 겨울이 될 때마다 추운 냉방이 되곤 하였다.
호흡기가 약한 나는 겨울과 환절기 때마다 기침을 자주 달고 살았다. 북향이 원인인지, 아니면 다른 원인이 있는지는 모른다. 다만, 다른 방향에 비해 북향에 살았을 때 기침하는 횟수가 더 높아 그렇게 추측할 뿐이다.
웃풍이 불어 춥다 보니 가끔 잠을 설칠 때가 있었다.
내 침대 머리맡은 북쪽을 향해 있었는데, ‘북쪽에 머리를 대고 자면 안 된다.’라는 말이 추위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겨울이 되면 침대 헤드가 있었지만 두꺼운 쿠션을 머리맡에 대고 자야 했다. 다른 방과의 온도 차가 크게 나는 편이었고 추위를 많이 타는 나는 초가을부터 거의 초봄까지 난방하지 않으면 방에서 생활하기 어려워했다.
베란다가 없었다면 머리가 너무 차가워 잠을 더욱 많이 설쳤을지도 모른다.
나는 이 방에 초등학생 때부터 대학생 초반까지 살았다. 추억은 있지만 떠올려보자면 햇살 가득 몽글몽글한 추억은 아니었다.
미술을 시작한 고등학생 때, 창고처럼 쓰던 베란다의 짐들을 정리하고 테이블을 두어 작은 작업공간을 만들었다. 창고 같았던 내 방이 정리되자 기분이 좋아졌다. 나만의 작업공간에서 입시 그림이 아닌 혼자만의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
북향 방은 햇빛은 들지 않아 미술도구들을 두기 좋았고, 웃풍이지만 바람이 들어와 냄새나는 미술작업을 해도 금방 냄새가 달아났다. 그래서 좀 더 편안한 마음으로 작업을 할 수 있었다. 추울 때마다 옷을 두껍게 입고 담요를 덮고 그렇게 작업을 했다.
햇빛이 일정한 공간이었기 때문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창작활동을 하기도 했다. 해지는 것도 잘 모르고, 어느 순간 창문 밖으로 어둠이 내리 앉으면 “앗.”하며 서둘러 작업을 정리했다.
아늑한 아지트 같았던 내 북향 방의 베란다에서 현재까지도 영향을 주는 작업 모티브들이 많이 탄생하였다. 베란다가 차가웠기 때문에 머리가 서늘해서일까. 북향 방에서는 집중이 잘 되었다.
솔직하게 생각하자면, 전체적인 집 구조가 남향이었기 때문에 일상생활에는 문제없었다고 생각한다. 가끔은 햇볕 쬐러 남향 창가에 앉아있곤 했으니 햇빛이 아주 부족한 환경은 아니었다.
지금도 나는 북향 창가에 앉아 작품 구상을 할 때가 많다.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을 만큼 머리가 과열될 때면,
북향의 서늘한 찬 기운을 받으며 머리를 식히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