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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영아 Aug 28. 2021

#13 바람이 불지 않아요

여름의 북서향 집은 찜통이 된다.


여름의 북서향 집은 찜통이 된다.

가끔 시원한 바람이 들어오는 남향과는 다르게 북서쪽으로는 바람이 들어오지 않는다.


바람이 머물지 않기 때문에 창문을 열어놓으면 공기가 멈춘 듯한 느낌이 든다.

바람 한 점 없다. 단 한 점도….


“덥다…. 더워….”


부산은 여름에도 제법 시원한 곳이다. 그런데 이 북서향 집에서의 여름은 숨이 막힐 만큼 더울 때가 많았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에도.


“분명 겨울에는 습도가 높지 않았는데!”

겨울에는 10~30의 습도를 유지하던 습도계가 여름에는 70~80을 가리키고 있다. 비가 오나? 해서 창밖을 보니 비도 오지 않는다. 쨍쨍하다.

뭔가 이상하다. 이 습도 뭔가 이상하다.



위이잉-.

컴퓨터와 모니터, 그리고 주변기기의 열기로 집안이 더워진다. 온도계를 보니 집안이 벌써 30도다. 

그래. 30도는 견딜만하지. 

30도는 뭐….

라는 착각은 금물이다. 습도가 함께하니 더 덥게 느껴진다. 찜질방이다.


헥헥 거리며 참다가 에어컨을 틀기로 했다. 에어컨 바람이 데워진 집안을 식혀준다. 감기에 걸리면 안 되니까 가장 더운 시간대만 잠깐 틀고 버텨본다. 건강상 에어컨 바람을 많이 쐴 수 없어 버티고 또 버텨보지만, 습도만큼은 어떻게 할 수 없다. 결국, 에어컨을 약하게라도 틀게 된다.


에어컨을 틀기 싫어 창문에 서 보지만, 역시 바람 한 점 들어오지 않는다.


“오늘도 바람 없는 날이구나!”


집안에서 작업하기에 잘 몰랐던 날씨. 장 보러 갈 일이 생겨 외출을 준비했다. 대충 창밖의 사람들의 모습만 바라보며 날씨를 상상하고 시원하게 옷을 입고 밖으로 나갔다.


“어? 뭐야? 바람 불잖아….”


밖에 나가보니 남향은 바람이 슝슝 불고 있다. 자연의 이치라는 걸 알면서도 괜히 배신감이 든다. 이렇게 슝슝 부는 바람이 왜 우리 집에만 안 들어온 거니.


그나마 다행인 점은 햇빛이 들어오지 않기 때문에 집안 온도는 아무리 높아도 30도를 넘어가지 않는다. 한여름엔 35도까지 치솟았던 남향집과는 다른 느낌이다. 문제가 있다면 바람이 불지 않고 햇빛이 없어서인지 습도가 높다는 것.


더위를 피할 순 없다. 시원한 보리차를 마시며 이 더위를 견뎌본다.


“내일은 시원할까?”


바람 한 점 들어오지 않는 여름을 슬슬 보내고 가을을 맞이하는

북서향 집에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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