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다섯 번째 조각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부모님이 지어주신 이름을 가지고 살아왔어요. 바꾸고 싶단 생각은 수십 번, 실행에 옮기지 못했던 세월은 수어년이 되었네요. 어쩌다 마음먹게 된 개명은 고민해 온 시간이 우스울 만큼 빠르게 진행됐어요. 작명소에서 이름을 받아 오고 온라인으로 뚝딱뚝딱, 오롯이 혼자만의 힘으로 개명을 신청했어요. 그리고 약 두 달의 시간에 걸쳐 새로운 이름을 허가받았어요. 바로 오늘이요.
평생 그 이름으로 살 것만 같던 제 인생이 조금 바뀐 기분이 드는 거 있죠. 뭔가 새로 태어난 기분이랄까요? 이번 생은 좀 더 잘 살고 싶은 욕심이 좀 나네요.
저는 사주 보는 것을 굉장히 좋아하는데요. 이름을 바꾸게 된 계기도 사주를 봐주셨던 한 스님 때문이었어요. 어딜 가나 이름이 좋지 않다는 얘기는 들었으나, 이름 하나 바꾼다고 해서 사주가 바뀌는 것은 아니기에 한 귀로 흘려듣곤 했어요. 그런데 간혹 이름의 운에 따라 사주가 더 좋은 방향으로 바뀌는 경우도 있다고 하시니, 제 귀가 또 팔랑거린 거죠. 이 놈의 팔랑귀가 늘 문제인가 봅니다. 결론적으로는 개명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스님과 작명소에 부은 돈만 50만 원이 넘기에 지금도 그 생각만 하면 피눈물이 흘러요.
바뀐 이름은 많이 불리면 불릴수록 좋다고 해요. 처음엔 개명을 하면 조용히 살아야지 하고 꽁꽁 숨기려고 했는데요. 어리석은 생각이었어요. 저는 관심받길 좋아하는 사람이거든요. 애초애 불가능한 생각이었던 거죠. 더 많이 다양하게 활동하고 제 이름이 불렸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그 운을 따라 제 사주도 더 좋은 쪽으로 흘러가길 바라요. 너무 터무니없는 일에 맹신하는 것 같아 보이지만, 그렇게 마음먹으면 또 가능해질 때가 오더라고요. 작은 믿음이 큰 변화를 만드는 것처럼요.
그래도.. 50만 원 넘게 쓴 건 아직도 속상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