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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진 Nov 07. 2024

권태기

열네 번째 조각

유토피아: 노웨어, 나우 히어


요즘 글쓰기에 권태기가 온 것 같아요. 브런치 작가가 된 지 얼마나 됐다고, 제대로 글 써보겠다고 마음먹은 지 얼마나 됐다고 왜 벌써 나태해진 건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사실, 자신이 조금 없어요. 다른 작가님들의 글을 읽으면 술술 내려가는 글들이 너무 맛있거든요. 그런 글을 쓰고 싶었는데, 잘 안 돼요. 지금도 마냥 어린애처럼 하소연만 하고 있고요.


요즘 블로그도 하고, 작사도 하고, 공모전에 보낼 글도 부지런히 쓰고 있어요. 그런데 매일 쓰기로 약속한 브런치는 어플을 켜고 주변을 살펴봐도 적을 게 하나도 없는 거예요. 부담감이 있나 봐요. 이 정도 쓰고 있으면 완벽하진 않더라도 엉망으로 쓰면 안 되겠다는 작은 부담감이요.


여기는 다 글쟁이들 밖에 없고, 그 사이에 아주 작은 제가 있는 기분이 들어요. 자꾸 위를 올려다보게 돼요. 그럼 한 없이 더 작은 저를 마주해요. 아무도 저에게 뭐라고 하는 사람은 없지만, 저는 계속 제 자신을 채찍질해요. 더 성장하라고, 더 나아지라고 속으로 고함을 지르죠.


그저 부러움만 남고, 비교대상만 찾고 있는 저를 발견해요. 뭐든 마음먹기에 달렸고, 전 그 마음에 굉장히 잘 흔들리는 사람이에요. 잘한다 하면 더 잘하고 싶고, 못 하겠다 싶으면 계속 놓아버리는 어린애 같은 마인드를 갖고 있어요. 그래서 제 하루의 높낮이는 늘 하늘과 땅을 열심히 찍고 다닌답니다.


오늘은 그냥 제 기분을 쓰고 싶은 날이었어요. 사실, 안 좋은 얘기보다는 밝고 재밌고 참신한 글을 쓰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단어의 조각들이라는 주제로 연재를 시작했고요. 근데 전 아직 제 속에 있는 얘기를 꺼내고 그 진심을 보여줌으로써 스스로 치유받고 싶은 마음이 있었던 것 같아요. 아마 전 또 오늘의 제 행동을 후회하겠죠. 그래도 절대 이 연재글은 지우지 않을게요. 부끄러움을 느끼면서 성장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요.


생각이 많아지는 밤, 모두 편안히 잠들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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