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디자이너 브랜드의 콘셉트 잡기
디자인 능력이 뛰어나다면 한 번쯤은 자신의 브랜드를 위해 모든 걸 걸고 도전해봐야 한다. 그게 재능을 준 신에 대한 예의다. 그런데 엄청난 여유 자금이 없다면 현실적으로 도전은 어렵다. 그럼 포기해야 하나? 꼭 그렇진 않다. 어떻게든 약간의 돈은 마련할 수 있다. 그리고 1~2년의 시간을 투자한다고 인생이 엄청 틀어지지도 않는다. 뭔가 보여줄 것을 세상에 내놓지 못하면 자신의 디자인이 실패인지 성공인지도 알 수가 없다. 그러니 일단은 도전!!
약간의 자금, 한 2~3천만 원(나라에서 창업 지원만 받아도 3천은 구할 수 있다)이 있다고 가정하고 브랜드를 만들 방법을 생각해 보자.
먼저 자신의 재능이 어느 정도 인지 생각해 보자. 스스로 뭔가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과 남들이 인정하고 제품에 돈을 지불하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 유행하는 흔한 제품을 만든 것이 아니라 일반적이지 않은 다른 스타일의 제품을 만들었는데, 누군가 갖고 싶다고 진정으로 말한 적이 있다면 일단 가능성이 있다.
누군가 자신의 제품을 간절히 원하지만 돈이 없는 것은 괜찮다. 살 수 있는 사람을 찾으면 된다. 하지만 거저 주면 갖겠다는 것은 해당하지 않는다.
새로운 스타일로 소규모 브랜드를 시작하고, 투자한 자금의 일부라도 돌아오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는 약 2년이 걸린다. 2년 안에 일부라도 투자금이 회수되었다면 그 브랜드 사업은 가능성이 있다. 이런 상황이 만들어지면 추가로 돈을 투자하거나, 다른 사람과 같이 사업체를 늘리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하지만 2년이 지나도 이익이 전혀 나지 않는다면 접어야 한다. 그 상태 그대로 견뎌봐야 어차피 안된다.
2년 안에 '얼마'의 매출을 만들고, 일부라도 회수가 가능할까? 그리고 나의 디자인으로 그 매출을 할 수 있을까?
내가 하려는 스타일을 맵으로 만들어 본다. 유사 제품의 사진과 함께 실제 제품이나 샘플이 있으면 그것도 촬영해서 맵을 만든다.
콘셉트 보드를 만드는 방법에 대한 내용
콘셉트를 잡는 방법
콘셉트 보드와 마케팅 발표
맵에 사용하는 사진은 옷이 두드러져야 한다. 너무 튀는 모델이나 촬영 배경은 옷에 대한 판단을 망칠 수 있으므로 옷에 집중할 수 있는 사진을 사용한다. 전체적인 브랜드의 무드는 개별적인 옷보다는 전체적인 무드를 느낄 수 있는 사진을 선정해 따로 만든다. 되도록이면 큰 사진을 사용하고 조금씩 디자인 강도가 다른 여러 장의 맵을 만든다.
다음은 내 브랜드를 구매해 줄 소비자를 구체적으로 잡아 본다. 성별, 하는 일, 좋아하는 브랜드, 생활 패턴, 소비 규모, 참여하는 모임, 사는 곳, 주말 시간을 활용하는 방법, 좋아하는 음식 등등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구체적을 정리해서 나의 소비자가 어떤 사람일까 범위를 잡아 본다. 범위 내에 속하는 소비자의 수가 너무 적다고 생각하면 조건을 조정하여 범위를 넓힌다.
맵을 만들고 소비자 페르소나를 정하면, 다양한 사람들에게 의견을 물어본다. 아는 사람들 중에 예상 소비자의 페르소나와 유사한 사람에게 최대한 많이 물어보고, 그 외 솔직한 의견을 전해줄 친한 친구들, 가족들, 선배들에게 의견을 물어본다. 좋다 나쁘다의 단편적인 의견 보다 깊이 있는 생각을 들어야 하므로 일대일로 시간을 갖고 천천히 자연스럽게 자문의 형식이 되도록 한다. 누구나 솔직한 속내를 얘기하지는 않는다. 그러니 의견에 대한 해석을 전문가와 상의한다.
조사 대상자가 부정적인 의견을 표시하는 이유는 브랜드의 콘셉트를 이해하기 어려워서일 가능성이 높다. 사람들은 익숙하지 않은 것에 대체로 부정적이다. 그래서 조금 어려운 디자인은 일단 부정적이다. 만약 부정적인 의견이 스타일 자체에 있다면 시장성이 없다고 볼 수 있다. 부정적인 의견에 대한 해석은 최대한 객관적으로 한다. 부정적인 의견을 무시하면 처음부터 사업이 어려울 수 있고, 나중에 변경을 하려고 하면 더 많은 자금과 노력이 필요하다. 보통은 처음에 느낌이 맞다.
유명해지기 위해서는 초반에 운이나 우위를 차지해야 한다. 초반 효과는 시간이 갈수록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페이머스, 캐스 선스타인, 2025).
조사 대상자가 자신의 디자인에 대한 이해가 높은 상태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낸다면 아주 좋은 신호다. 하지만 그냥 새로운 것에 대한 막연한 기대가 있을 수도 있다. 나와 친한 사람들은 일단 긍정적인 의견이 높을 것이다. 긍정적인 의견 속에 우려하는 부분을 찾아내야 한다. 만약 친분이 없는 사람 중에 소비자로 특정한 사람의 의견이 긍정적이라면 가능성은 매우 높다. 조사 대상자가 스타일에 대한 긍정적인 의견이 있다고 한다면 추가로 얼마 정도의 가격이면 돈을 지불할 의지가 있는지 알아본다. 가격은 브랜드 정체성에 중요한 지표다. 그리고 한번 소비자의 마음속에 자리 잡은 브랜드의 가격대는 쉽게 바뀌지 않는다. 에잇세컨즈가 아무리 좋은 원단을 사용하고, 고급 봉제를 해도 기존 가격보다 높게 가격을 책정하면 사람들은 구매하지 않는다. 브랜드의 제품 가격은 브랜드의 스타일과 결합하여 브랜드의 정체성을 만든다. 소비자가 인정하는 가격이 추정되면 초기 판매 제품은 마진을 포기하더라도 그 가격에 맞춰야 한다. 만약 어느 정도 기간이 지난 시점에도 그 가격을 맞추기 위해 높은 원가 비중을 유지하고 있으면 그 이유 만으로도 망한다.
주변 사람들의 긍정적인 의견을 받았다면 샘플을 제작한다. 이때 부정적인 의견을 충분히 반영한다. 샘플 제작도 상당히 많은 비용이 발생하므로 치밀한 계획을 세워 샘플의 제작한다. 요즘에서 새로운 스타일을 제안하는 시즌을 특별히 정할 필요는 없다. 또한 신규 컬렉션을 선보이는 텀(Term)도 너무 빠를 필요가 없다. 많은 아이템을 대량으로 단기간에 생산하는 페스트 패션을 상대할 수 없듯이, 디자이너 브랜드라면 브랜드의 콘셉트에 따라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아이템을 선보이면 된다. 한번 컬랙션을 발표할 때 선보이는 아이템의 숫자는 대략 30개 정도이며, 초기에는 일 년에 4번 정도 새로운 상품을 선보이면 충분하다. 따라서 파일럿 테스트를 위한 샘플도 15개 정도면 충분하다. 하지만 사진을 찍기 위해서 전체적인 코디가 가능해야 하므로 쇼를 하는 것처럼 완벽하게 코디가 맞도록 디자인한다. 예전에는 새로운 브랜드의 컬렉션을 사람들이 보고 구매를 결정하는 가장 큰 요인은 쇼윈도에 전시되어 있는 옷이었다. 마네킨에 스타일링 되어있는 옷과 매장의 디스플레이가 브랜드의 이미지를 만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온라인 공간에서 처음 옷을 보게 되는 경우가 더 많다. 따라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진이다. 소비자는 몇 장의 사진을 보고 구매 의지가 생긴다. 사진을 보고 흥미가 생기면 댓글을 통해 다른 사람들의 반응을 확인하고 브랜드의 다른 사진과 스토리(사연)도 찾아본다. 그리고 흥미를 확신으로 바꾼다.
솔로몬 애쉬(Solomon Asch)의 동조 실험에서 밝혀졌듯이 사람들은 다수의 의견을 따라가는 경우가 많다. 초기 반응은 또 다른 반응을 이끌어 낸다.
샘플을 제작하는 이유는 사진을 찍기 위해서다. 찍은 사진을 SNS나 홈페이지를 통해 대중에게 선보이고 진짜 반응을 살핀다. 새로운 컬렉션이 가장 강력한 인상을 주는 것은 처음 선보였을 때다. 초기의 반응(댓글)을 긍정적으로 얻어내고 추가로 다른 사람의 반응을 이끌어 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소규모 브랜드에 가장 중요한 마케팅이다.
사진 촬영과 마케팅을 위한 소량 제품 생산에 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