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의 포트폴리오는 취업을 위해 가장 많이 사용된다. 졸업을 하면 돈을 벌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취업을 해야 한다. 특히 디자인 관련 직종에서는 포트폴리오가 필수다.
제출 날짜가 정해져 있으면 학생들은 오히려 집중력이 높아져 빠르고 정확하게 핵심을 정리하며 포트폴리오를 만든다. 하지만 단순히 ‘준비해 두기 위해’ 시작하는 경우는 고민이 훨씬 많다.
지금까지 해온 작업을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취업을 위해 사용하려면 어떤 방식이 맞는지, 취업할 마음은 아직 없지만 그래도 준비는 해야 하는지… 고민은 많은데 방향을 잡지 못한다. 진로와 직접 연결된 수업이다 보니 그 고민이 더 깊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포트폴리오를 준비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취업 담당자의 평가도, 경쟁자보다 더 돋보이게 만드는 기술도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잘하는지, 앞으로 어떤 일을 하며 살고 싶은지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일이다.
취업할 회사의 조건이나 진학할 학교의 요구사항은 그다음 문제다.
하지만 많은 학생들은 오랫동안 경쟁 속에서 살아오며 누군가의 기준과 평가에 익숙해져 있다. 그래서 정작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가’, ‘앞으로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 같은 중요한 질문은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생각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했고, 어쩌면 생각하기가 두려운지도 모른다.
포트폴리오 수업에서 학생들의 인생을 설계해 줄 수는 없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학생들은 비슷한 마음을 가진다. 잘 만들어진 샘플과 템플릿을 주고 채워 넣기만 하면 좋겠다고, 아니면 차라리 어떤 회사든 취업까지 연결해 주면 더 좋겠다고 생각한다.
더 솔직히 말하면,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모르겠다'는 것이 학생들의 마음이다.
그러나 포트폴리오의 쓰임은 결국 ‘자신’을 위한 것이다.
자신의 능력을 스스로 평가해 보고, 어떤 스타일과 어떤 방식으로 일하며 살아갈지 — 인생에서 가장 머리가 잘 돌아가고 가능성이 큰 이 시기에 진지하게 고민해 보는 과정이다. 그 고민을 시각적으로 정리해 내는 결과물이 포트폴리오다.
한 번 만들어진 포트폴리오는 꽤 오랫동안 남는다.
10년 뒤 다시 꺼내 보았을 때, 그때의 포트폴리오에 적힌 꿈과 방향대로 살아가고 있는지 확인해 보는 것도 좋은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