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남자의 겨울 모자에 대하여

by 심상보

머리카락은 해마다 조금씩 줄어드는데, 겨울 바람은 여전히 차다.

윗머리가 비어 가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고, 추위를 막는 건 현실적인 문제다. 그래서 모자를 쓴다.

머리도 가려지고, 바람도 막아주니 이유는 충분하다. 문제는 ‘모자를 쓴다’가 아니라 ‘어떤 모자를 쓰느냐’다.

사실 대부분의 모자는 중년 남성에게 잘 어울리지 않는다.

스타일이 좋다고 생각되는 중년 남성의 사진을 떠올려 보면, 모자를 쓴 모습은 거의 없다. 그만큼 모자는 어려운 아이템이다. 그렇다고 찬바람을 그대로 맞으며 다닐 수는 없다. 결국 답은 하나다. 잘 어울리는 모자만 골라 쓰는 것.

가장 먼저 피해야 할 것은 볼캡, 흔히 말하는 야구모자다.

한국 남성의 머리형은 볼캡에 잘 맞지 않는다. 젊어 보일 것 같다는 착각으로 볼캡이나 스냅백을 쓰는 경우가 있는데, 옷 전체를 아주 치밀하게 맞추지 않으면 실패 확률이 높다. 모자 하나가 전체 인상을 한 번에 무너뜨린다.

트래퍼 햇, 흔히 군밤장수 모자라고 불리는 형태도 추천하지 않는다. 따뜻해 보이기는 하지만, 아무리 잘 써도 군고구마 장수처럼 보이기 쉽다. 한국 남성은 상대적으로 머리가 큰 편인데, 트래퍼 햇은 머리를 더 커 보이게 만들어 전체 밸런스를 망친다.

헌팅캡 역시 조심해야 한다. 자칫하면 할아버지처럼 보인다.

베레모는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정말 옛날 소설 속 바람둥이처럼 보이기 쉽다. 현실에서는 예술가처럼 보이고 싶은 이상한 중년으로 보인다.

그나마 차선책은 비니다.

비니는 스타일링을 잘하면 나쁘지 않다. 다만 얼굴형을 많이 타기 때문에 누구에게나 안전한 선택은 아니다.

가장 무난한 선택은 버킷햇(벙거지)이나 페도라다.

챙이 적당히 있는 모자는 한국인의 머리 모양과 잘 맞는다. 머리의 볼륨을 자연스럽게 정리해 주고, 얼굴과 어깨의 비율도 안정적으로 만들어 준다. 캐주얼부터 조금 갖춘 옷까지 두루 어울린다는 점도 장점이다.

중년의 모자는 멋을 내기 위한 도구라기보다 스타일을 정리해 준다고 생각하는 편이 좋다. 멋을 내려고 쓰는 순간 실패하고, 없어 보이는 걸 감추려는 욕심이 앞서도 실패한다. 있는듯 없는듯, 기능과 균형만 남겨야 한다.




b92fc5449d63d95e1462329e09488f97.jpg Jude La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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