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진 넥의 니트, 티셔츠 입으면 안된다

by 심상보

트렌드에 그렇게 민감할 필요도 없고 관심도 없는 중년이 되면 옷을 잘 안 산다. 아끼는 건 나쁠 것 없다. 하지만 밖에 나가 누군가를 만난다면 그래도 반듯하게 차려입어야 한다.


그런데 옷은 시간이 지나면 세탁을 자주 하지 않더라도 형태가 무너진다. 정말 잘 보관하면 몇 년 정도는 처음 느낌을 유지할 수 있지만, 옷은 사람이 입고 활동하고 세탁도 한다. 세탁을 하면 섬유의 표면이 깎여 나가 원래 섬유가 갖고 있는 탄성과 복원력을 잃게 된다. 세탁을 많이 하지 않더라도 섬유의 특성상 습도와 온도의 변화만으로도 특성이 사라진다.


그중에서도 풀오버 스타일의 옷은 변형이 가장 많이 생긴다. 목둘레와 머리 둘레는 거의 두 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티셔츠나 스웨터는 입고 벗는 과정에서 넥 부분에 지속적으로 데미지를 받는다. 한 번 늘어난 넥은 완전히 원래 상태로 돌아오지 않는다. 아무리 비싼 옷이라도 몇 번 입다 보면 늘어나는 것은 피할 수 없다.


그런데 목이 늘어난 티셔츠를 그냥 입는다. 혹시 누군가는 ‘빈티지’로 봐주지 않을까 기대하면서 말이다. 디하지만 디자인을 가르칠 때 가장 강조하는 부분 중 하나가 바로 넥, 즉 브이존이다. 사람이 거울을 볼 때, 또 타인과 마주할 때 가장 먼저 시선이 가는 곳은 얼굴이고, 그 얼굴과 맞닿아 있는 옷의 시작점이 넥이다. 늘어진 넥은 전체 인상을 흐트러뜨리고, 사람 자체를 처져 보이게 만든다.


아무리 아끼더라도 시즌에 한두 개의 옷은 사주는 것이 자신을 위해서도 패션계를 위해서도 좋다. 새 옷은 탄성 있고 부드럽다. 그게 원하는 모습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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